행동경제학 제2장 - 인간은 제한된 합리성으로 행동한다
제2장
인간은 제한된 합리성으로 행동한다
합리적 결정의 어려움
“인간의 실수야말로 인간을 진실로 사랑해야 할 존재로 만든다.”
괴테, 〈격언과 반성〉 《괴테 격언집》
“삶에도 죽음에도 모두 우연의 요소가 들어 있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계산하는가다.”
대럴 허프(Darrell Huff) 《확률의 세계》
몬티 홀 딜레마(Monty Hall Dilemma)
마릴린 보스 사반트(Marilyn vos Savant)는 세계에서 아이큐가 가장 높은 사람(IQ 228)으로 《기네스북》에도 실린 유명한 천재다.
마릴린은 《퍼레이드》(Parade)라는 잡지에서 〈마릴린에게 물어보기〉라는 인기 칼럼을 담당하면서 독자들의 다양한 질문에 답변을 했는데, 어느 독자가 질문한 내용이 26쪽에 있는 문제 1이다.
이 문제를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문이 세 개 있고, 그중 하나가 행운(자동차)의 문이다. 문 하나를 선택하면 사회자는 나머지 문 두 개 가운데 염소가 들어 있는 문 하나를 알려준다. 그리고 처음 선택을 변경할 기회를 주고 참여자에게 선택을 바꿀 것인지 묻는다.
이 문제는 미국에서 30년 가까이 계속 방영되고 있는 인기 쇼 프로그램 《거래를 해봅시다》와 매우 흡사하여 프로그램 사회자의 이름을 따서 ‘몬티 홀 딜레마(Monty Hall Dilemma)’라고 부른다.
이 문제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대답은 “자신의 선택을 바꾸지 않는다”였다. 그 근거는 처음에 A문을 선택한 상태에서 C문이 당첨이 아닌 것을 알았을 때, A나 B가 당첨될 확률은 $1/2$씩이기 때문에 선택을 바꿔도 유리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필자가 학생들에게 질문한 결과, 다수가 똑같은 답변을 했다.
그러나 이 선택은 잘못된 것이다. 정답은 선택을 바꾸면 당첨될 확률은 $2/3$로 올라간다. 따라서 ‘선택을 바꾸는’ 것이 올바른 행위다. 의외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다음 설명을 들으면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A문이 당첨될 확률은 $1/3$, B문 또는 C문이 당첨될 확률은 $2/3$이다. 그리고 C문이 당첨(자동차)이 아닌 것을 안다면 B문이 당첨될 확률이 $2/3$가 되므로 선택을 바꾸는 것이 맞다. 이 설명이 불충분하다면 다음 표를 보면서 생각해보기 바란다.
| A | B | C | |
|---|---|---|---|
| ① | 당첨 | 비당첨 | 비당첨 |
| ② | 비당첨 | 당첨 | 비당첨 |
| ③ | 비당첨 | 비당첨 | 당첨 |
발생 가능한 경우의 수는 위에 있는 ①~③ 가운데 하나다. 그리고 당신이 A문을 선택한 경우, 나머지 2개 문 가운데 당첨되지 않을 문 하나는 알 수 있다(사회자가 알려주므로). ①번 상황에서는 선택을 변경하면 떨어진다. ②번 상황에서는 선택을 변경하면 당첨되고, ③번도 변경하면 당첨된다. 그러므로 3가지 상황 중 2가지는 선택을 변경하면 당첨되기 때문에 당첨 확률이 $2/3$가 된다.
반대로 변경하지 않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①번 상황에서는 선택을 변경하지 않아야 당첨되고(당첨 확률 $1/3$), ②번과 ③번의 경우에는 선택을 변경하지 않으면 당첨되지 않는다(당첨 확률 $2/3$).
그러면 《퍼레이드》의 칼럼 〈마릴린에게 물어보기〉에서 마릴린의 대답은 당연히 “선택을 바꾸세요”가 된다(정답을 설명하는 방식은 위와 달리 훨씬 더 간단했다).
그런데 이 답이 지면에 게재되자마자 미국 전역에서 마릴린의 답이 틀렸다는 항의가 쇄도했다. 그중에는 돈 에드워드(Don Edward)도 있었고 수학 박사 학위를 받은 연구자나 대학의 수학 교수도 포함돼 있었기 때문에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켰다. 항의의 태반은 $1/2$이 정답이며, 마릴린의 답은 틀렸다는 것이었다. 이 문제는, 일생 동안 논문을 1,500편이나 쓰고 수많은 기행으로 유명한 전설적인 수학자 폴 에르도슈(Paul Erdos)조차 정답을 맞추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저명한 경제학자까지 오답을 내고 말았다.
확률 이해의 어려움
우리는 대체로 확률을 이해하기 어려운 골칫거리로 여긴다. 진화심리학자인 로빈 던바(Robin Dunbar)는 《과학을 좋아할 수 없는 이유》에서 “인간은 확률을 주의 깊게 계산하며 진화하고 있지 않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절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다음 문제를 생각해보자.
집 근처에 새로 한 가족이 이사를 왔다. 아이가 2명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아들인지 딸인지는 모른다.
(1) 이웃집 부인에게 “딸이 있습니까?”라고 물었더니 대답은 “네.”였다. 다른 한 아이도 딸일 확률은 얼마인가?
세상에 남녀는 반반이기 때문에 $1/2$이라고 대답할 수 있겠지만 정답은 $1/3$이다. 아이들의 구성은 여여, 여남, 남녀, 남남의 4가지인데, 딸이 1명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므로 남남은 아니다. 따라서 이 가족의 아이 구성은 여여, 여남, 남녀 3가지 중 하나일 것이며, 다른 1명도 딸일 확률은 이 중 한 가지이므로 확률은 $1/3$이다.
다음은 조금 다른 문제다.
(2) 이웃집 부인에게 “큰아이가 딸입니까?”라고 물었더니 대답은 “네.”였다. 다른 한 명도 딸일 확률은 얼마인가?
(1)과 같은 문제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정답은 $1/2$이다. 큰 아이가 딸일 경우의 아이 구성은 여여, 여남밖에 없다. 따라서 동생이 딸일 확률은 한 가지밖에 없기 때문에 확률은 $1/2$이 된다.
다음 문제도 비슷하긴 하지만 역시 조금 다르다.
(3) 이웃집 부인이 딸을 1명 데리고 걷고 있는 것을 보았다. 다른 아이도 딸일 확률은 얼마인가?
정답은 $1/2$이다. (1)과 거의 비슷한 정보를 지녔지만 왠지 묘하게 모순된 느낌이 드는 대답이다. 그러나 이것도 (2)와 마찬가지로 목격한 1명은 딸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나머지 1명은 딸이거나 아들 중 어느 한쪽이므로 확률은 $1/2$이 된다.
사람은 베이스 룰에 따를까?
문제 2 역시 확률에 관한 문제다.
신뢰도가 99%인 감염증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면 사람들 대부분은 이 병에 걸릴 확률이 99%라고 생각할 것이다. 거의 절망적이다.
그러나 이 판단은 잘못된 것이다.
애초에 이 병에 걸릴 확률이 1만 분의 1이기 때문에 100만 명 가운데 100명이 감염자다. 반면에 검사 신뢰도가 99%라는 말은 실제 감염자 100명 중 99명이 양성 판정을 받는다는 뜻이다. 또한 100만 명 중에서 감염되지 않은 999,900명 중 1%는 실수로 양성 판정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즉 999,900명의 비감염자 중 1%인 9,999명은 실수로 양성 판정을 받게 된다.
그러면 양성 판정을 받게 되는 사람은 $99 + 9,999 = 10,098$명(100만 명 중에서 실제 감염자를 감염자로 판단한 99명, 비감염자를 감염자로 잘못 판정한 9,999명)이 되는데, 이 중에서 실제로 ‘감염되어 양성인 사람’은 99명이기 때문에,
$(\text{감염되어 양성인 사람} / \text{양성이란 판정을 받은 사람}) = 99 / 10,098 \approx 0.0098$이고,
실제로 감염될 확률은 거의 1% 정도다.
이는 100분의 1이기 때문에 최초의 감염률 1만 분의 1과 비교하면 100배가 된다는 뜻이지만, 감염되지 않을 가능성 쪽이 99배나 큰 것이다. 처음의 절망감과는 반대로 매우 희망적이다. 이것이 품질 검사 결과라면 불량품으로 판정되더라도 바로 폐기할 필요 없이 추가 검사를 하는 게 좋다.
여기서 사용한 확률 계산법을 ‘베이스 룰’이라 하고, 발생 확률(probability of occurrence, 출현 확률)에 관한 사전 정보(이 경우는 감염률)가 있을 때 새로운 정보(검사의 신뢰도)를 얻었을 경우에는 사태가 발생할 확률을 어떻게 갱신하면 합리적인지를 나타낸다. 이런 경우에 사람들은 사전 확률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카너먼과 트버스키가 내린 결론이다. 경제적 인간은 물론 베이스 룰에 따른 결론을 낼 수가 있으며, 양성 판정을 받더라도 당황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 오류는 확률 판단을 할 때 ‘기저율(base rate)의 무시’로 일컬어지는 실수며, 확률을 판단할 때 어떤 사상(事象, event)에서 전체가 차지하는 비율(기저율)을 무시함으로써 발생하는 오류이기도 하다.
다음 문장을 살펴보자.
“어느 초등학교에서 겨울 동안 감기에 걸린 인원수를 조사했더니 감기에 걸린 사람의 99%가 12세 이하인 어린이였다. 따라서 어린이는 감기에 걸리기 쉽다.”
일반인들은 당연한 결과라고 여길 것이다. 초등학교이기 때문에 원래 어린이밖에 없지 않겠냐고. 그렇다. 이런 표현에서는 기저율은 무시되지 않는다.
그런데 감염증 문제에서는 기저율이 무시된다. 감염증 문제와 같은 확률의 추정 문제는 카너먼과 트버스키가 고안하고 실험한 문제로서 그 이후 다양한 변수(variation)를 추가한 수많은 실험이 실시되고 있다.
‘기저율의 무시’에 대해서는 제3장에서 다시 살펴보도록 하자.
논리적 추론
문제 3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E, K, 4, 7이라고 적힌 카드 중에서 ‘모음이 쓰인 카드 뒷면에는 짝수가 적혀 있어야만 한다’는 규칙이 충족되는지를 확인하려면 어느 카드를 뒤집어서 뒷면을 확인해야 하는지가 문제였다. 이것은 간단한 논리 문제로서 정답은 E와 7이다.
이 문제도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 가운데 하나로 전형적인 오답은 E 하나만 선택하는 것이다. 또는 E와 4를 선택하는 것이다. 정답 E는 당연하지만 카드 7의 뒷면도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이 카드에 A라고 적혀 있다면 규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4의 뒷면은 어떤 알파벳이라도 상관없다.
이 문제는 형식논리학에서 나오는 대우(對偶)에 관한 규칙을 적용하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P이면 Q’라는 명제가 있을 때 ‘Q가 아니면 P가 아니다’라는 명제를 대우라 한다. 즉 원래의 명제가 참이면 대우 명제도 반드시 참이다. 반대로 대우가 참이면 원래의 명제도 참이다.
문제 3을 이 규칙에 적용해보자. ‘한쪽 면이 모음이면 뒷면은 짝수’이므로 그 대우는 ‘한쪽 면이 짝수가 아니면(즉 홀수) 다른 한쪽 면은 모음이 아니다’가 된다. 따라서 이 조건을 충족하는 카드인지 아닌지는 카드 7의 뒷면을 보고 모음이 아닌 것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 문제는 심리학자 웨이슨(Wason)이 고안한 것으로 ‘4장의 카드 문제’로 불린다. 이 문제에서 다양한 실험 참가자를 대상으로 수많은 실험이 실시되고 있지만 정답률은 대부분 10% 이하다. 필자도 학생들을 대상으로 몇 번인가 이 문제를 제시했는데 정답률은 15% 정도였다. 다만 대학 입시에서 수학을 선택한 학생들의 정답률이 조금 더 높은 편이었는데, 이를 당연하다고 말해야 할지 안심했다고 말해야 할지……
문제 3에서 사용된 추론은 논리학의 입문 정도 수준이지만, 우리 인간에게는 이 정도의 논리적 추론도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별로 접할 일이 없는 이 같은 문제, 또는 평상시에 별로 사용하지 않는 순수논리학 형식을 기준으로 한 추론에는 능숙하지 못하다. 그러나 일상생활과 관련된 추론에 대해서는 정답률이 훨씬 상승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제9장에서 서술한다.
미인 투표 게임
문제 4의 내용은, 1 이상이며 100 이하인 숫자 중에서 좋아하는 수를 하나 선택했을 때, 그 수가 모든 사람들이 선택한 수의 평균치의 $2/3$배에 가장 가까운 예상을 한 사람이 승리하는 것이다. 이 문제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합리적으로 추측해야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런 추측을 적절히 해나가는 사람이라면 합리적인 사람이라 말할 수 있다.
이 문제에서 참가자 전원이 무작위로 선택했을 때의 평균치는 50이다. 50의 $2/3$는 33이다. 모든 사람들이 33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면, 승리하기 위해서는 33의 $2/3$, 즉 22가 첫 후보가 된다. 참가자 전원이 동일한 추론을 한다고 가정하면, 다시 22의 $2/3$에 가장 가까운 수인 15를 선택해야만 승리할 수 있다. 이때도 마찬가지로 전원이 같은 생각을 한다면 15로도 승리할 수 없으므로 다시 15의 $2/3$인 10을 선택해야 하는데, 그렇게 했다고 해서 과연 승리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이런 식의 사고 과정을 거듭하면 7, 5, 3으로 이어지고, 마지막에는 1이 아니면 승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모든 사람이 합리적이라면 똑같은 추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1이라는 수를 제시하고 전원이 승리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합리성을 전제로 한 이론의 예측이다. 즉 다른 사람의 사고를 8단계 건너뛰어 생각해야만 정답에 도달할 수 있는데, 여기서 더욱 어려운 일은 다른 사람들도 모두 합리적이라고 생각해도 좋은가 하는 문제다. 따라서 다른 사람들은 몇 단계 정도를 생각하는지를 추측해야만 한다. 독자 여러분은 이 해답에 도달할 수 있을까?
이 문제는 오래됐지만 신선한 문제이며, 유명한 케인즈의 미인 투표 이야기가 바탕이 된다. 케인즈는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 이론》 중에서 주식 투자를 미인 투표에 비교하여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그의 예리한 통찰력을 엿볼 수 있으므로 소개한다.
어떤 신문사가 아름다운 미인 100명의 사진을 게재하면서 현상 응모를 실시하였다. 미인 100명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미인이라고 생각하는 후보자를 선택한 사람에게 상을 준다는 내용이었다. 과연 응모자들은 어떤 행동을 할까.
이 경우에 응모자들은 자신의 판단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미인으로 꼽을 것으로 짐작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진다고 케인즈는 지적하였다. 즉 자신이 가장 미인이라고 생각하는 후보를 고르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미인이라고 판단할 것 같은 후보에게 표를 던진다는 것이다.
케인즈의 미인 투표 이론은 주식시장의 투자자 행태를 설명한 사례다. 주식시장의 투자자들은 정말 좋은 기업이라서 주식을 사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모두 주식을 살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그러므로 주가가 오를 것이기 때문에) 주식을 사는 행위를 설명한 것이다.
이 게임을 실제로 해보면 어떻게 될까? 카머러는 고교생, 대학생, 대학원생, 대학의 이사, 포트폴리오 매니저, 경영자 등을 상대로 이 실험을 실시했다. 세일러나 그 외의 연구자들은 신문(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이나 잡지(스페인의 《엑스판시온》(Expansion)이라는 경제지) 독자들을 대상으로 우편을 통해 회답을 받았다. 회답의 평균치는 회답자 군별로 25~40 사이였다. 가장 평균치가 작은(15~20) 그룹은 입학시험이 꽤 어렵다는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의 학생들과 신문 지면을 이용해 답변을 받은 신문 독자들이었다. 전자는 이공계 대학생들로 분석력이 높은 집단이며, 후자는 신문 독자를 대표하는 그룹이 아니라 이런 문제에 특별히 관심이 많고 지식이 있는 사람들로 추정된다. 한편 대기업 경영자나 이사 등이 포함된 경영자 그룹은 지역경제에 영향력도 높고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이었지만, 성적은 가장 나빴다.
필자도 〈미시경제학〉을 수강하는 전문대(2년제나 3년제 대학) 1년생 201명을 대상으로 이와 비슷한 실험을 실시해봤다. 그 결과 평균치는 24였으며, 24의 $2/3$에 가장 가까운 수인 16이라고 대답한 4명이 승자가 됐다(상금이 아니라 성적 평가 때에 보너스 점수 5점을 주었다). 16 전후의 수라고 답변한 몇 명을 나중에 인터뷰했더니 3단계 정도 추론을 했다고 대답했다. 1이라는 답변도 3명이나 있었지만 유감스럽게도 답변의 근거는 명확하지 않았다.
최종 제안 게임
문제 5는 10,000원을 자신과 다른 사람이 나누어 가지는 분배 문제다. 이때 상대방은 거부권이 있으며, 여러분의 제안대로 분배되거나, 또는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두 사람 모두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된다. 상대방에게 얼마를 제안할지 하는 문제이므로 ‘최종 제안 게임(최후통첩 게임, Ultimatum Game)’이라 부른다.
이 문제는 확실한 정답은 없다. 하지만 여러분이나 상대방 모두 경제적 인간이라고 가정한다면, 여러분이 9,990원을 갖고 상대방에게는 10원만 건네준다면 정답이 된다.
상대방도 경제적 인간이기 때문에 0원보다는 10원이라도 받는 게 나을 것이다. 따라서 당신의 제안이 10원 이상이면 거부하지 않을 것이다. 여러분은 이 사실을 정확히 예측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몫이 가능한 한 많아지도록 하기 위해 상대방의 몫으로 10원을 제시하고 9,990원을 수중에 넣을 것이다.
이 게임은 단순한 데다 참가자가 문제를 오해할 염려도 없기 때문에 수많은 실험이 실시될 뿐만 아니라, 많은 논문이 발표되고 있다. 초기에는 학생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 많았지만 대상자가 점차 다양해졌다. 회사원과 회사 대표로 대상자를 한정한 실험을 비롯해 남녀 차이를 살펴보거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또 제시 금액이 몇 개월 치 월급 정도로 큰 액수라면, 나라별로 비교하면, 선진 자본주의 국가뿐만 아니라 수렵 채집 민족이라면, 개인이 아닌 그룹이라면 각기 어떤 답변이 나올지 등 연구자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해 다양한 실험이 실시되었다.
그 결과, 거의 모든 실험에서 경제적 인간처럼 행동(10원을 제안)하는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았고, 사람들 대부분은 상대방에게 금액의 30~50%를 제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필자가 학생 40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평균 제안액은 4,820원이었다. 이때 5,000원을 제안한 학생이 가장 많았고, 5,000원 미만을 제안한 사람은 $1/4$밖에 없었다. 최저액은 2,500원이었다.
일반인들은 주류 경제학 이론이 예상할 법한 이기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은 이기적이지 않다’고 단순한 결론을 내릴 수도 없다. 최종 제안 게임에 대해서는 제8장에서 자세히 검토한다.
게임이론과 합리성
그림 2-1과 같은 게임을 생각해보자.
게임이론이 예상할 수 있는 합리적 행동을 사람들이 실제로 하는지 안 하는지를 묻는 문제다. 이 게임은 플레이어 두 명이 C(continue)와 S(stop)를 선택한 결과에 따라 두 명의 배분액이 결정되는 게임이다. A가 C(continue)를 선택하면 B가 게임을 계속할 수 있고, S(stop)를 선택하면 A는 4, B는 1을 이익으로 얻고 거기서 게임이 끝난다.
그림 2-1에서, 괄호 (4, 1)의 왼쪽 숫자는 플레이어 A의 이익이 4, 오른쪽 숫자는 플레이어 B의 이익이 1이라는 것을 나타낸다. 처음에 A가 C(continue)를 선택하면 다음은 B가 C(continue)나 S(stop)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B가 C(continue)를 선택하면 다음은 A의 차례, S(stop)를 선택하면 A와 B가 각각 2와 8을 이익으로 얻고 게임은 종료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4단계까지 나타낸 것이 그림 2-1이다. 게임을 거듭해서 오른쪽으로 진행될수록 발이 많은 지네처럼 보이기 때문에 ‘지네 게임’이라 불린다.
플레이어 A, B 두 명 모두 경제적 인간, 즉 합리적인 사익을 추구한다면 이 게임은 어디서 끝날 것으로 예상될까? 바꿔 말하면, 누가 어느 단계에서 ‘종료’를 선택할 것인가?
맨 처음은 A의 차례이기 때문에 A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만일 마지막 제4단계까지 간다면 B는 마지막 단계에서 S(stop)를 선택할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추측할 수 있다. 앞에서 전제한 것처럼 B는 경제적 인간이기 때문에 C(continue)를 선택하면 자신의 이익은 16이 되지만, S(stop)를 선택하면 32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A는 이를 예측하고 있기 때문에 그 전 단계인 제3단계에서 S(stop)를 선택하게 된다. 거기서 멈추면 자신의 이익은 16이 되지만 게임을 계속하면 좀 전의 추론에 따라 이익이 8로 감소하기 때문이다. B도 경제적 인간이므로 이 사실을 알고 있다. 자신의 차례인 제2단계에서 멈추면 8을 이익으로 얻을 수 있지만, 제3단계까지 가서 A가 게임을 그만두면 4밖에 얻을 수 없으므로 제2단계에서 종료를 선택한다.
물론 A도 이를 간파하고 있고 C(continue)를 선택하여 제2단계로 가면 이익은 2로 감소해버리기 때문에 맨 처음 단계에서 종료하게 된다. 그러면 4를 얻을 수 있다. 이렇게 해서 A는 4, B는 1을 이익으로 얻고 이 게임은 종료된다고 예측할 수 있다.
이러한 추론 방법을 ‘역행 추론’이라 한다. 출발부터가 아니라 그 반대인 가장 마지막 분기점에서 출발 방향으로 추론해가기 때문이다. 이것은 논리적으로는 납득이 가지만, 직감적으로는 잘 와닿지 않는 방법이다. 최종점까지 가면 두 명 모두 이익을 16배 얻을 수 있는데 왜 그것을 포기하고 (4, 1)에서 만족하는 것일까? (4, 1)이라는 이익만으로 게임을 끝내고도 합리적이라 할 수 있을까? 경제적 인간으로서 부끄럽지 않느냐고 묻고 싶지는 않은가?
이 게임을 실제로 실행한 매켈베이와 펠프리의 실험에서는 제1단계에서부터 제4단계까지 비율은 각각 7%, 36%, 37%, 15%였다. 마지막 단계에서 계속을 선택한 사람은 불과 5%였다. 합리성 신봉자의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간 것 같다.
이 게임은 유명한 ‘죄수의 딜레마’와 유사하다. 죄수의 딜레마에서는 플레이어 두 명이 ‘동시에’ 게임을 진행하지만, 지네 게임에서는 게임이 ‘상호 진행’으로 실행되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와 같은 게임을 상호 진행 게임이라 한다. 이미 잘 알고 있는 독자도 많겠지만 확인을 위해서 죄수의 딜레마에 대해 간단히 설명한다.
죄수의 딜레마
이 게임이 죄수의 딜레마로 불리는 이유는, 별로 현실적이지 않지만, 다음과 같은 스토리 때문이다. 어떤 사건의 용의자로 A, B 두 명이 체포되어 검사의 취조를 받고 있다. 검사는 A, B를 각각 다른 방에서 취조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자백해라. 당신이 자백하고 공범이 묵비권을 행사하면 당신은 조사에 협조했으므로 무죄로 방면되고, 공범은 징역 8년을 선고받는다. 공범이 자백하고 당신이 묵비권을 행사하면 그 반대다. 두 명 모두 묵비권을 행사하면 두 명 모두 1년씩을 선고받는다. 단 두 명 모두 자백한다면 정상을 참작하여 징역 5년씩을 받게 될 것이다.”
이 내용을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 표 2-1이다. 숫자는 징역 연수(年數)를 나타내는데, 불효용을 초래하므로 마이너스로 표시했다. 좀 전의 예와 마찬가지로 괄호 안의 앞 숫자는 A의, 뒤의 숫자는 B의 효용을 나타낸다.
| B 묵비권 | B 자백 | |
|---|---|---|
| A 묵비권 | (-1, -1) | (-8, 0) |
| A 자백 | (0, -8) | (-5, -5) |
표 2-1 죄수의 딜레마
용의자 A, B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우선 A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B가 묵비권을 행사하면 자신도 묵비권을 행사해 징역 1년을 선고받지만, 자백하면 무죄로 풀려나기 때문에 자백하는 게 좋다. 그렇다면 B가 자백할 경우에는 어떻게 되나? 자신이 묵비권을 행사하면 징역 8년이지만, 자백하면 최대 5년으로 끝난다. 따라서 자백하는 게 낫다. 즉 B의 태도에 상관없이 자백을 선택하게 된다.
이 논리는 B에게도 마찬가지이므로 B도 자백을 선택하게 된다. 두 명 모두 자백해버리고, 사이좋게 5년씩 징역을 살게 된다. 만일 두 명 모두 묵비권을 행사한다면 1년 형으로 해결될 텐데……
이것은 지네 게임과 같은 구조다. 합리적 추론이기는 하나, 최악은 아니라 해도 나쁜 결과를 빚고 말았다.
두 가지 전략인 ‘묵비권’과 ‘자백’을 ‘협력’과 ‘배신’으로 바꾸면, 이익 구조가 동일하므로 사회에서 보이는 협력 관계를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두 명이 협력해서 일하면 높은 성과를 올릴 수 있지만, 두 명 모두 다른 사람의 일에 무임승차해서 게으름을 피우면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 인간이라면 당연히 배신을 선택할 것이다.
그러나 심리학자나 경제학자가 실험한 결과를 보면 사람들의 30~70%가 협력 행동을 선택한다고 한다. 죄수의 딜레마는 경제학뿐 아니라 심리학, 사회학, 정치학에서부터 생물학에 이르기까지 많은 연구자들에게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사람은 합리적인가?
이상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사람은 아무리 봐도 비합리적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싶어질 것이다. 사람들 대부분은 주류 경제학을 전제로 한 경제적 인간이라면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 답변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강조해야 할 사항이 있다. 제2장에서 예로 든 문제를 틀렸다거나 경제적 인간과 전혀 다른 결정을 내리는 일이 많다고 해서 “인간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인간의 비합리성에 대해 쉽게 결론을 내리는 것(실제 그러한 책들도 눈에 띈다)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사람은 완전히 합리적이진 않지만 어느 정도는 합리적이라는 의미로 ‘제한된 합리성’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게 가장 적절하다. 제한된 합리성의 내용에 대해서는 다음에 자세히 살펴보자.
인간의 대단한 능력
지금까지 뒤떨어진 인간의 판단력이나 실수 등에 대해서만 다루었다. 이것만 보면 인간이 멍청한 동물이라고 드러내놓고 표현하지 않았을 뿐, 인간이 얼마나 비합리적인가를 서술한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인간의 나쁜 면만을 늘어놓으면 인간에게 결례가 되는 일이므로 반대로 인간의 뛰어난 능력에 대해서도 다뤄보자.
그림 2-2가 무엇으로 보이는가?
누구나 짐작하듯이 이 그림은 침울하고, 고뇌하는 얼굴이다. 눈, 코, 입 어느 것 하나 그려져 있지 않지만 사람 얼굴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 그림이 기뻐하거나 웃고 있는 표정이 아닌 침울한 표정을 한 얼굴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정말 대단한 능력이다.
가족이나 친지의 얼굴을 떠올리기 바란다. 그림으로 그리거나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겠지만, 곧바로 그 사람의 얼굴을 떠올릴 수는 있을 것이다. 목소리만 들어도, 아니 발소리만 들어도 누군지 알 수 있는 사람도 있다. 30년 만에 만난 친구의 얼굴을 곧바로 알아볼 수도 있다. 그 이유를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얼굴을 보거나 목소리만으로 그 사람이 지금 어떤 기분인지 어느 정도는 추측할 수 있다. 어린이는 철(凸)자처럼 생긴 나무 장난감을 자동차로 생각하고 놀기도 한다.
이처럼 명시되지 않은 정보를 읽어낼 수 있는 것은 인간의 뛰어난 능력 때문이다. 이런 능력 덕분에 어린이는 ‘흉내 놀이’나 ‘상상 놀이’가 가능하다. 모국어 습득 능력도 대단한 기교다. 이 능력은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지니고 있다.
인간의 이런 뛰어난 점을 간과하고 단순히 ‘인간이 비합리적’이라고 판단해버리고, 왜 그렇게 비합리적인가, 그것밖에 안 되는가라고 말하는 것은 완전히 잘못된 결론이다. 이 점에 대해서도 차차 살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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