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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프로스펙트 이론(1) : 이론

리스크 상황하에서의 판단


“우리들은 좋은 상황에서 나쁜 상황으로 전락할 때나, 나쁜 상황에서 좋은 상황으로 호전될 때 즐겁다기보다는 힘들다고 느낄 때가 많다.”

애덤 스미스(Adam Smith) 《도덕감정론》

“자연(山水)에는 득실(得失)이 없고, 득실은 사람의 마음(人)에 있다.”

무소 소세키(夢窓疎石) 《몽중문답(夢中問答)》


변화의 감각

똑같은 20도라도 한겨울에는 덥다고 느끼고, 한여름에는 춥다고 야단이다. 같은 기온인데 말이다. 한밤중의 달은 눈이 부실 정도로 빛나는데 아침 무렵에는 흐릿하게 보인다. 똑같은 달이 비추고 있는데.

독일 요리는 일본에서 온 여행객이 먹으면 그다지 맛있다는 생각이 안 들지만, 영국에서 온 여행객이 먹으면 아주 맛있어한다. 같은 요리인데 말이다.

인간은 온도, 밝기, 맛에 대해 절대치가 아닌 상대적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촉각, 시각, 미각 등의 감각뿐 아니라 금전이나 물건에 대한 평가도 상대적이며, 어떤 기준과 비교하여 판단한다. 연봉 1,000만 원인 사람이 3,000만 원으로 오르면 뛸 듯이 기뻐하겠지만, 연봉 5,000만 원인 사람이 3,000만 원으로 감봉되면 죽고 싶을 만큼 비참해질 것이다. 같은 3,000만 원인데 말이다.

“사람은 변화에 반응한다”는 것이 카너먼과 트버스키가 창시한 프로스펙트 이론(prospect theory)의 출발점이다.

프로스펙트란 ‘희망(가망)’이나 ‘기대’를 뜻하는 말이지만, 여기서는 특별히 중요한 의미는 없다. 여기서 말하는 프로스펙트 이론이라는 명칭에 약간 위화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원래 ‘가치이론’이라는 일반적인 명칭을 붙였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 이론이 알려지게 되면 독자적인 이름이 있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에 큰 의미 없이 ‘프로스펙트 이론’이라는 명칭을 선택했다고 카너먼 스스로 서술하고 있다.

프로스펙트 이론은 기대효용이론의 대체 이론으로 고안된 것으로, 주류 경제학의 효용 함수에 대응하는 ‘가치 함수(value function)’와 확률의 중요성과 관계있는 ‘확률 가중 함수(probability weighting function)’로 구성된다. 프로스펙트 이론은 기대효용이론과 다르며, 이 이론에서 말하는 가치는 어떤 기준으로부터의 손익으로 측정된다.

또한 프로스펙트 이론은 확률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확률 $1/3$을 $1/3$ 그 자체로 받아들이지 않는 심리적인 성질을 지니고 있다.

이번 장에서는 가치 함수와 확률 가중 함수라는 주류 경제학과는 다른 새로운 사고에 대해 소개한다.

가치 함수

우선 프로스펙트 이론의 요지인 가치 함수부터 살펴보자.

그림 4-1에는 프로스펙트 이론에서 사용되는 가치 함수가 그려져 있다. 평가의 기준이 되는 점을 준거점(準據點, reference point)이라 하고, 그림 4-1에서는 원점이 준거점이다.

가로축을 보면, 원점을 기준으로 오른쪽으로 갈수록 이익이 커지고 왼쪽으로 갈수록 손실이 커진다. 세로축은 손익이 초래하는 가치를 뜻하며, 원점에서부터 위쪽은 플러스, 아래쪽은 마이너스 가치로 측정된다. 여기서 말하는 가치는 경제학에서 사용되는 ‘효용’을 말한다.

가치 함수는 $v$로 나타낸다. 예를 들어 5,000원의 소득으로 초래되는 가치를 $v(5000)$으로 표시한다. 마찬가지로 5,000원의 손실로 초래되는 가치(불효용)는 $v(-5000)$으로 표시하기로 한다.

그림 4-1에 그려진 S자형 가치 함수에는 효용가치의 두드러진 3가지 성격을 나타내고 있다. 이것이 프로스펙트 이론의 커다란 특징 중 하나다. 단 여기에 그려진 것은 가치 함수의 전형적인 예나 특성을 그려낸 함수다. 모든 사람의 가치 함수가 같은 형태라는 뜻은 물론 아니며, 함수의 형태에는 개인차가 있다. 또한 개인이라고 해도 결정해야 할 문제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현재의 상태(준거점)가 1,000만 원일 때와 1억 원일 때는 가치 함수가 다른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다음 3가지 특징은 프로스펙트 이론에서 상정한 모든 가치 함수에 공통된 사항이다.

(그림 4-1 가치 함수)

준거점 의존성

첫째는 ‘준거점 의존성’이다. 앞에서 서술했듯 가치는 준거점(원점)으로부터의 변화 또는 그것과 비교하여 측정된다. 다만 절대적 수준이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학에서 효용이란 개념은 다니엘 베르누이의 효용이론에서 출발했지만, 여기서 말하는 효용은 부(富)의 수준으로 측정된다. 장기적으로 합리적인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이 가정이 타당하나, 현실적인 인간 행동에서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카너먼은 효용을 부의 수준으로 측정하는 것을 ‘베르누이의 착오’라 일컫는다. 다음과 같은 예를 살펴보자. 두 사람이 최근 한 달간 자신의 금융자산 증감에 관한 보고를 받았다. A는 자산이 4,000만 원에서 3,000만 원으로 줄어들고, B는 1,000만 원에서 1,100만 원으로 늘어났다는 보고를 받았다. 어느 쪽이 행복할까?

최종적인 부의 수준이 효용의 척도인 표준적 이론에서는 A가 더 행복하겠지만, 실제로는 B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A는 4,000만 원, B는 1,000만 원이 준거점이다. 거기서부터 플러스 방향으로 변화한다면 이익이므로 효용을 가져오지만, 마이너스 방향으로 변화하는 것은 손실이 되므로 마이너스 효용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때 준거점에서 이동하는 것이 가치를 가져다주므로 준거점의 가치는 제로, 즉 ‘$v(0) = 0$’인 것에 주의하자.

효용 또는 불효용을 주는 것은 부의 변화이며, 절대량이 아니라는 생각은 1990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해리 마코위츠가 이미 1952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그는 그 아이디어를 깊이 추구하지 않았고, 카너먼이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기까지 경제학계에서는 무시되고 있었다.

준거점은 다양한 상태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금전이나 건강에 대해서는 ‘현재의 상태(현상)’에 관한 것이 많을 것이다. “병에 걸리고 나야 비로소 건강의 소중함을 알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또한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가를 규정하는 사회규범이나 장래에 대한 사항, 다른 사람의 행동에 대한 기대가 준거점이 될 수도 있고, 요구 수준이나 목표가 준거점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이번 달은 5,000만 원을 매상으로 올리겠다든지, 체중을 10kg 줄이겠다든지, 리포트를 오늘 중으로 마무리하겠다는 목표가 준거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준거점에 관해서는 어떤 상황에서 무엇이 준거점이 될지, 준거점의 이동은 어떤 경우에 발생하는지 또는 발생하지 않는지, 장단기의 구별은 어떻게 할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민감도 체감성(敏感度 遞減性)

가치 함수의 둘째 특성은 ‘민감도 체감성(敏感度遞減性, diminishing sensitivity)’이다. 이익이나 손실의 가치가 작을 때에는 변화에 민감하여 손익의 작은 변화가 비교적 큰 가치 변동을 가져온다. 그러나 이익이나 손실의 가치가 커짐에 따라 작은 변화에 대한 가치의 민감도는 감소한다. 이런 특성이 바로 ‘민감도 체감성’이다. 이 특성은 주류 경제학에서 가정하는 한계효용체감의 법칙과 같은데, 손익의 한계 가치가 체감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림 4-1에서는 이익이나 손실 액수가 커짐에 따라 가치 함수의 기울기가 점점 완만해져가는데 이를 체감이라 한다. 이 특성의 정당성은 감각적으로 이해하기 쉽다. 같은 3도 차이지만, 기온이 1도에서 4도로 오를 경우가 21도에서 24도로 상승할 경우보다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이는 실험적으로도 검증되고 있다. 카너먼, 트버스키, 세일러가 경제학에 선구적으로 도입한, 간단한 선택에 관한 질문에 대해 회답을 얻는 이 실험(또는 조사) 방법은 그 이후 행동경제학이나 실험경제학에서 왕성하게 사용되었다. 일명 ‘종이와 연필 실험’이라고도 한다. 실험 참가자들은 주로 대학생이나 대학교 직원이다.

우선 표기법을 정리해 확인해두자.

'(1000, 0.5 : 2000, 0.1)' 이것은 1,000원(화폐단위는 어느 것이나 상관없다)이 0.5의 확률이고, 2,000원이 0.1의 확률이고, 0.4의 확률에서는 아무것도 맞지 않는(이익=0원) 복권이나 내기 같은 것으로 생각하기 바란다(이런 복권이나 내기를 카너먼은 ‘프로스펙트’라 부른다). 표현상으로 이익이 0인 부분은 생략되어 있다. '(1000)'은 1,000원을 확실히(확률 1이며) 얻을 수 있다는 의미며, 이 경우에는 확률이 생략된다. '(-1000, 0.5)'는 0.5의 확률로 1,000원 손해 보는(조금 비현실적이지만) 복권이다.

리스크에 대한 태도

■ 질문 1

  • A: (6000, 0.25) [18%]
  • B: (4000, 0.25 : 2000, 0.25) [82%]

■ 질문 1’

  • C: (-6000, 0.25) [70%]
  • D: (-4000, 0.25 : -2000, 0.25) [30%]

실험의 예를 살펴보자. 모든 질문은 선택 대안 2개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형식이다. [] 안의 수치는 그 선택 대안을 선택한 사람의 비율(%)을 나타낸다.

질문 1에서는 6000을 0.25의 확률로 얻는 것보다 4000을 0.25의 확률 또는 2000을 0.25의 확률로 얻을 수 있는 쪽을 더 많이 선택하고 있다. 모든 확률이 0.25이기 때문에 이를 제거하면,

$v(6000) < v(4000) + v(2000)$

이 되며, 6000의 가치가 4000의 가치와 2000의 가치의 합보다 적어지는 민감도 체감을 의미하고 있다.

질문 1’에서도 마찬가지로,

$v(-6000) > v(-4000) + v(-2000)$

이 되어 역시 민감도 체감을 나타내고 있다.

■ 질문 2

  • (4000, 0.8) < (3000) [20%] [80%]

■ 질문 2’

  • (-4000, 0.8) > (-3000) [92%] [8%]

■ 질문 3

  • (4000, 0.2) > (3000, 0.25) [65%] [35%]

■ 질문 3’

  • (-4000, 0.2) < (-3000, 0.25) [42%] [58%]

민감도 체감성에서 리스크에 대한 중요한 태도의 차이가 발생한다.

사람들은 이익에 관해서는 리스크 회피적이지만, 손실에 관해서는 리스크 추구적인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거듭된 다음의 실험으로 증명되고 있다. 위 예에서 부등호는 선택한 사람의 비율의 크기를 나타낸다.

질문 2와 질문 3은 이익에 관한 선택, 질문 2’와 질문 3’는 손실에 관한 질문이다. 금액은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반대일 뿐 확률은 똑같다.

이 결과를 보면 부등호 방향이 반대인 것을 알 수 있다. 질문 2에서는 '(4000, 0.8)'보다 '(3000)'이 선택되었고, 질문 2’에서는 '(-3000)'보다 '(-4000, 0.8)' 쪽이 선택되어 이익과 손실에 대한 선택이 반대로 나타남을 알 수 있다. 동일한 경우가 질문 3과 질문 3’에서도 성립하고 있다. 이 같은 특성은 마치 거울에 비추인 관계와 비슷하다고 하여 ‘반사 효과(reflection effect)’라고 한다.

질문 2에서 '(4000, 0.8)'의 복권 기대치는 ‘$4000 \times 0.8 = 3200$’이다. 그러나 기대치는 상대적으로 적더라도 확실히 손에 들어오는 '(3000)'을 더 많이 선택하는 것을 보여준다. 이처럼 확실한 선택 대안이 과대평가되는 것을 ‘확실성 효과’라고 하는데(122쪽 참조), 이 경우에는 이익에 관해서 리스크 회피적인 것을 의미한다.

한편 질문 2’에서 금액(절대치)은 적지만 확실한 손실(-3000)보다도 기대치가 크다. 하지만 손실을 피할 가능성도 있는 (-4000, 0.8) 쪽을 월등하게 더 많이 선택하고 있다. 즉 손실에 관해서는 리스크 추구적이다.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가치 함수와 확률 가중 함수를 조합해서 생각하면 이런 특성은 확률이 중간 이상일 경우에만 성립한다. 확률이 작을 때에는 반대 현상이 나타나 이익에 관해서는 리스크 추구적, 손실에 관해서는 리스크 회피적이 된다(질문 3, 질문 3’).

손실 회피성

가치 함수의 셋째 특성은 ‘손실 회피성(loss aversion)’이다. 손실은 금액이 똑같은 이익보다도 훨씬 더 강하게 평가된다. 액수가 같은 손실과 이익이 있다면, 손실액으로 생긴 ‘불만족’은 이익금이 가져다주는 ‘만족’보다 더 크게 느껴진다는 뜻이다.

거의 모든 사람들은 '(1000, 0.5 : -1000, 0.5)'라는 식의 복권 선택을 거부할 것이다. 설령 1,000원을 잃을 확률과 1,000원을 딸 확률이 엇비슷하더라도 이 복권을 거부하는 것은 금액이 같은 손익에서는 손실 쪽을 크게 평가한다는 의미다.

금액이 같은 이익과 손실의 절대치를 식으로 나타내면,

$-v(-x) > v(x)$

로 나타낸다. 이 식을 복권 선택으로 나타내보자.

$x > y \ge 0$이라 하면 '(x, 0.5 : -x, 0.5)'보다 '(y, 0.5 : -y, 0.5)' 쪽이 선호된다.

즉,

$v(y) + v(-y) > v(x) + v(-x)$

따라서,

$v(-y) - v(-x) > v(x) - v(y)$

가 된다.

여기서 $y = 0$이면,

$-v(-x) > v(x)$

가 된다.

카너먼과 트버스키의 측정에서는 크기가 같은 이익과 손실, 예를 들어 1,000원 이익과 1,000원 손실에서 각각의 절대치는 후자 쪽이 약 2배에서 2.5배나 큰 걸로 나타났다. 액수가 같더라도 손실이 이익보다 훨씬 크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림 4-1을 보면 이익보다 손실 쪽 가치 함수의 기울기가 급하고, 곡선이 원점에서 완만하게 연결되지 않고 굴절되어 있다.

제4장 첫머리 인용에서 나타나듯이 손실 회피성은 애덤 스미스도 이미 거론한 특성이다. 트버스키는 손실 회피성에 대해 재미있는 설명을 했다.

“인간이 쾌락을 얻는 구조 중 가장 중요하고 큰 특징은 플러스적인 자극보다도 마이너스적인 자극에 훨씬 민감하다는 것이다. …… 당신이 오늘 기분이 얼마나 좋은지를 생각하고, 그리고 기분이 얼마나 더 좋아질 수 있을지를 상상해도 좋다. …… 기분을 더 좋아지게 하는 것은 꽤 있긴 하지만, 지금의 기분을 잡치게 하는 것은 무한대로 많다.” (번스타인, 《리스크》)

가치 함수의 수치 예

$x$가 준거점($x = 0$)으로부터의 이익($x > 0$) 또는 손실($x < 0$)이라고 하면,

\[v(x) = \begin{cases} x^{\alpha} & (x \ge 0 \text{일 때}) \\ -\lambda (-x)^{\beta} & (x < 0 \text{일 때}) \end{cases}\]

이 같은 특성을 지닌 가치 함수 수치를 예로 들어보자. 위의 식에서 트버스키와 카너먼은 $\alpha = \beta = 0.88$, $\lambda = 2.25$로 추정하였다.

$\lambda$는 손실 회피 계수라 하고, 앞에서 설명했듯이 손실이 이익보다 배(이 예에서는 2.25배) 크게 평가되는 것을 나타낸다. $0 < \alpha, \beta < 1$은 민감도 체감을 나타낸다.

이 함수를 기초로 손익의 가치를 계산해보자. 이익 100은,

$v(100) = 100^{0.88} \approx 57.54$

이며, 손실 100은,

$v(-100) = -2.25(100^{0.88}) = -2.25(57.54) \approx -129.47$

이며, 명백히 같은 금액이라면 손실이 이익보다 큰 영향을 끼친다.

민감도 체감성을 살펴보자. 두 번 연속 이익 100을 얻는 것과 한 번에 200을 얻는 것을 비교할 때 전자는,

$57.54 \times 2 = 115.08$

이며, 후자는,

$v(200) \approx 105.90$

으로, 이익을 두 번 얻는 것이 한 번에 큰 이익을 얻는 것보다 가치가 더 높다. 똑같은 금액의 손실에서는,

$-129.47 \times 2 = -258.94$

와,

$v(-200) = -2.25(200^{0.88}) \approx -238.28$

이 되어, 역시 두 번 손실을 보는 쪽이 더 큰 것을 알 수 있다.

이익이나 손실이 두 번 연속되면 같은 금액 2회분을 더한 것보다 커진다는 것은 이익이나 손실을 한 번 볼 때마다 준거점이 이동하는 것을 나타낸다.

즉 이익이나 손실을 1회 얻으면 그 결과 값이 새로운 준거점이 되고, 다음의 이익 손실이 평가되는 것이다. 2회의 이익이나 손실을 합한 경우에는 준거점 변화가 없어, 준거점 이동 폭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확률 가중 함수

가치 함수와 더불어 프로스펙트 이론의 또 다른 축이 확률 가중 함수다. 기대효용이론에서는 확률과 결과의 효용을 곱하면 기대효용을 낳는다. 즉 $x$가 초래하는 기대효용은,

($x$가 발생할 확률 $p$) $\times$ ($x$의 효용)

이다.

이 경우에 확률은 모든 수치의 차나 배율을 유지한 채 영향을 준다. 즉 확률 0.5는 0.1보다 5배 높고, 0.2와 0.3의 차는 0.3과 0.4의 차와 크기가 같다. 이와 같은 확률과 기대효용의 연관성을 확률의 선형성(線型性)이라 한다.

제3장에서 살펴봤듯이 확률이나 빈도는 종종 휴리스틱을 이용하여 직관적으로 판단되지만, 한편으로는 다양한 데이터에 의해 객관적으로 부여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런 주관적이거나 객관적인 확률이 또 다른 크기로 평가되는 것이 프로스펙트 이론의 핵심 중 하나다.

즉 확률은 의사 결정을 하는 사람에게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예를 들면 확률 $1/3$은 마음속으로는 $1/3$로 느끼지 않고 이를 다시 해석해서 다른 크기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프로스펙트 이론에서는 기대효용이론과 달리 주관적 확률 값에 비선형적인 효용(가치)이 곱해진다. 주관적 확률 0.5는 0.1의 5배 크기로 한정되지 않고, 0.01은 1의 $1/100$ 크기로 한정되지 않는다. 객관적 확률 값 그 자체가 효용에 곱해지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 확률이 가중 평가되어 효용(가치)과 곱해지게 된다. 여기서 가치 함수 $v$와 확률 $p$를 기초로 하여 확률 가중 함수 $w(p)$에 의한 전체적인 평가가 이뤄진다.

즉 $x$가 확률 $p$로 발생하면,

$w(p)v(x)$

의 전체적인 가치가 부여된다.

또한 ‘$w(0) = 0$’, ‘$w(1) = 1$’이 되듯이 기준화되어 있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확률 $p$와 그것의 확률 가중 함수 $w(p)$의 관계는 어떻게 되어 있을까?

그림 4-2에는 역S자형 확률 가중 함수 $w(p)$가 표시되어 있다. 그림 4-2에서 직선은 확률의 선형성을 나타내고 있다.

그림의 확률 가중 함수 $w(p)$처럼 확률이 작을 때는 과대평가되고, 확률이 중간일 때부터는 과소평가된다는 사실을 카너먼과 트버스키가 실험으로 확인했다.

직선과 확률 가중 함수 그래프의 교차점, 즉 확률이 거의 그 가치대로 가중되는 것은 약 0.35인 것도 측정되었다.

가치 함수와 마찬가지로 확률 가중 함수에 대해서도 민감도 체감성이 성립된다. 즉 확률이 0부터 0.1로, 또는 0.9부터 1.00으로 변하는 것은 확률의 0.3에서 0.4로 변하거나 0.6에서 0.7로 변하는 것보다도 심리적으로 훨씬 큰 영향을 끼친다.

확률의 평가에 관한 자연스러운 준거점은 확률 제로와 확률 1이다. 따라서 확률 제로에서 확률 0.35까지 확률 증가에 대한 확률 가중 함수 $w(p)$의 그래프는 위로 볼록하고, 확률 1에서 확률 0.35까지 확률 감소에 대한 확률 가중 함수 $w(p)$의 그래프는 아래로 오목하게 된다.

엄밀하게 말하면 이익의 확률 가중 함수와 손실의 확률 가중 함수는 다소 다르지만 모양은 거의 비슷하고, 특성은 모두 보존되기 때문에 양자를 동일 함수로 취급해도 특별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확률 가중 함수의 예시

\[w(p) = \frac{p^r}{(p^r + (1-p)^r)^{1/r}}\]

전형적인 확률 가중 함수를 식으로 나타내면 위처럼 된다.

트버스키와 카너먼은 ‘$r = 0.65$’로 설정하였다.

표 4-1에는 확률 $p$의 값에 대한 $w(p)$의 값을 나타내고 있다. 분명히 ‘$w(0) = 0$’, ‘$w(1) = 1$’이다. 이 표에서 확률이 약 0.35 이하일 때는 과대평가되고, 0.36 이상에서는 과소평가되는 것을 알 수 있다.

통상적인 확률에서는 어떤 사상(事象)이 발생할 확률 $p$와 그것이 발생하지 않을 확률 ‘$1 - p$’를 더하면 1이 되는 당연한 성질이 성립된다.

$p$$w(p)$
0.010.05
0.050.12
0.10.18
0.20.26
0.30.32
0.350.354
0.360.359
0.40.38
0.50.44
0.60.50
0.70.56
0.80.64
0.90.74
0.990.93

표 4-1 확률과 가중(수치 예)

하지만 확률 가중 함수에서는 이와 같은 경우는 성립하지 않고 0과 1을 뺀 확률 $p$에 대해,

$w(p) + w(1-p) < 1$

이 된다.

이 성질을 준가법성(subadditivity)이라 하는데, 표 4-1의 수치에서도 이런 성질을 확인할 수 있다.

확률 가중 함수는 확률의 양극치 즉 확률이 제로와 1일 때에는 기울기가 상당히 급하지만, 중간 값 정도의 확률에서는 경사가 꽤 완만하여 ‘평평한’ 느낌이 든다. 즉 중간 정도 확률의 변화에서는 민감도가 작지만 확률이 제로나 1과 같은 극단적 수치 부근에서는 민감도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은 확률을 수치로서 받아들이지 않고 ‘확실’($p = 1$), ‘불가능’($p = 0$), ‘가능성이 있다’($0 < p < 1$)의 3개로 나누어 직감적으로 판단한다고 조너선 배런(Jonathan Baron)은 지적한다.

또한 ‘확실’과 ‘가능성’ 사이, ‘가능성’과 ‘불가능’ 사이에는 상당한 갭이 있다는 사실이 확률 가중 함수의 급격한 변화에서 나타난다.

확률이 낮은 것을 과대평가하는 것과 확률이 높은 것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아무래도 인간의 확률 판단에 영향을 주는 보편적인 성질인 것 같다. 그림 4-3에는 다양한 사망 원인의 발생 건수(가로축)와 주관적 예상치(세로축)의 관계가 그려져 있다.

그림 4-4에는 신문이나 소설 등의 문장 중에 나오는 알파벳 빈도(가로축)와 주관적 예상치(세로축)에 대한 관계를 나타내고 있다. 어느 그림에서나 확률이 적은 것은 과대평가되고, 확률이 큰 것은 과소평가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확실성 효과

■ 질문 4

  • A: (500만, 0.10 : 100만, 0.89)
  • B: (100만, 1)

■ 질문 4’

  • C: (500만, 0.10)
  • D: (100만, 0.11)

사람들이 확실한 것을 특별히 중시하는 경향을 ‘확실성 효과’라 한다. 이 특성은 프랑스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모리스 알레(Maurice Felix Charles Allais)가 기대효용이론을 비판하기 위해 제시한 실증적 근거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기대효용이론에 대한 가장 오래된 비판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질문 4에서 실험 참가자의 과반수 이상(53%)이 A보다 B를, 질문 4’에서는 D보다 C를 선호했다. 기대효용이론대로라면 이것은 모순이다. 왜냐하면 A보다 B를 선택했다는 것은,

$U(100만) > 0.10U(500만) + 0.89U(100만) + 0.01U(0)$ …… (제1식)

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편 D보다 C를 선택했다는 것은,

$0.10U(500만) + 0.90U(0) > 0.11U(100만) + 0.89U(0)$ …… (제2식)

이라는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 따라서 제1식을 변형하면,

$0.11U(100만) > 0.10U(500만)$

이 되지만,

제2식에서는,

$0.10U(500만) > 0.11U(100만)$

이라는 부등호가 서로 반대인 식이 나오게 되므로 확실히 모순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알레는 실험 참가자가 확실히 얻을 수 있는 결과(즉 확률 1)를 더 중요시하는 경향을 나타내기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을 ‘확실성 효과’라 명명했지만, 발견자인 알레를 기념하여 알레 패러독스로도 많이 불린다. 이 같은 결과는 카너먼과 트버스키도 확인했다. 덧붙여 말하면 기대효용이론의 강력한 옹호론자인 레오나르도 서비지(Leonard Savage)도 1952년 파리에서 개최된 학회에서 알레에게 이 질문을 받자 역시 모순된 답변을 했다고 한다.

이 패러독스는 프로스펙트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즉 이미 패러독스가 아니다. 가치 함수와 확률 가중 함수를 이용하여 나타내면 제1식은,

$(1 - w(0.89))U(100만) > w(0.10)U(500만)$

이 되고, 제2식은,

$w(0.10)U(500만) > w(0.11)U(100만)$

이 된다.

두 식을 합치면,

$(1 - w(0.89))U(100만) > w(0.11)U(100만)$

즉,

${1 - (w(0.89) + w(0.11))} U(100만) > 0$

이 되지만 확률 가중 함수의 준가법성(subadditivity)에 따라서,

$w(0.89) + w(0.11) < 1$

(0.89, 0.11과 같이 합이 1인 두 가지 확률값은 확률 1, 즉 확실한 확률에 미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확률 0.89로 10만 원을 받는 게임을 하고 다시 확률 0.11로 10만 원을 받는 게임을 하는 것보다는 확실하게 10만 원을 따는 것을 선호한다. : 역주)

이기 때문에 두 식은 모순 없이 성립하게 된다.

리스크 성향의 4가지 패턴

카너먼과 트버스키의 실험에서는 확률이 낮을 때 이익에 대한 리스크를 추구하는 대신 손실은 리스크 회피적으로 나타난다. 확률이 중에서 고일 때는 이익에 대한 리스크 회피와 손실에 대한 리스크 추구 성향을 관찰할 수 있다.

이것은 낮은 확률에 대한 과대평가로 인해 이익에 관해서는 리스크 추구로, 손실에 관해서는 리스크 회피로 나타남을 의미하는 것이다.

확률이익손실
중~고리스크 회피리스크 추구
리스크 추구리스크 회피

표 4-2 리스크 성향의 4가지 패턴

확률이 중간 이상일 때에는 확률을 과소평가해 이익의 리스크 회피와 손실의 리스크 추구가 표출되는 것을 나타낸다. 이러한 특성을 파악하면 표 4-2처럼 리스크 성향과 손익의 관계에 대한 4가지 패턴을 얻을 수 있다.

이 패턴에 따라 당첨 확률이 매우 낮음에도 복권을 경쟁적으로 구입하는 일이나 감염될 확률이 매우 낮지만 광우병에 걸릴까 봐 소고기를 기피하는 행동 따위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이 패턴을 그림으로 확인해보자.

그림 4-5에는 이익이 100일 때의 확률 $p$(가로축)와 확률 가중적 평가값 ‘$w(p)v(100)$’이 그래프로 그려져 있다.

$v(100) \approx 57.54$

(100% 얻는 경우 확률 가중가치는 1이므로 ‘$w(1)v(100) = v(100) \approx 57.54$’이고, 57.54는 화폐와는 다른 평가 단위다. : 역주)

이기 때문에 이 그래프는 확률 가중 함수 $w$를 57.54배 한 값을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확률 가중 함수가 지니고 있는 성질이 반영되어 그림 4-5의 그래프처럼 된다. 확률이 0.05일 때 확률 가중 가치는 그래프에서 나타나듯이,

$w(0.05)v(100) \approx 6.9$

이고, 확률을 가중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0.05 \times v(100) \approx 2.9$

이기 때문에, 확률을 0.05인 채 평가했을 때에 비해 가중했을 때 쪽이 가치가 더 높게 나타난다. 즉 리스크 추구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성질은 확률이 0.35를 넘으면 역전되어 중·고 확률에서는 리스크 회피적이 된다.

손실이 100일 때 그래프는 $p$축 아래쪽에 놓이게 된다. 손실은 이익보다 2.25배 크게 평가된다는 것에 주의하자. 손실은, 확률이 낮을 때는 리스크 회피적, 확률이 중간 이상일 때는 리스크 추구적이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편집 프로세스와 결합 프로세스(Coding and Combination)

프로스펙트 이론에서는 사람들이 결정을 내릴 때 2가지 프로세스를 거친다고 가정한다. 첫 프로세스는 ‘편집’ 프로세스로서 결정과 관련이 있는 행위나 조건, 결과 등이 인식된다. 준거점의 선택도 ‘편집’ 프로세스에서 이뤄진다.

둘째 프로세스는 ‘결합’으로서 먼저 가치 함수가 적용되고 대상의 가치가 적용된다. 그 뒤를 이어 확률 가중 함수가 적용되고, 그 대상이 발생할 확률에 가중치가 붙는다(첫째와 둘째 작업은 순서가 반대일 때도 있고 동시에 이뤄질 때도 있다). 그 뒤에는 가치를 산출하고 확률을 가중한 결과를 합쳐 종합적인 평가를 내린다. 그리고 여러 가지 결과가 내포된, 즉 확률 $p$로 100만 원이 당첨되고, 확률 ‘$1 - p$’로 5만 원이 당첨되는 복권에 대해서는 각각에 대한 개별 평가를 종합하여 이 복권을 평가한다.

즉 어떤 결과(이익 또는 손실) $x$가 확률 $p$로 얻어지고, 결과 $y$가 확률 $q$로 얻어지는 프로스펙트의 전체적인 가치는,

$V = w(p)v(x) + w(q)v(y)$

가 된다.

이 같은 편집 프로세스나 평가 프로세스도 시스템 II에 의해 의식적으로 계산된 다음 실행된다고 한정할 수 없고, 시스템 I의 움직임에 따라 자동적·무의식적으로 행해질 때도 많다는 것에 주의하자.

엘즈버그 패러독스

마지막으로 프로스펙트 이론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앞에서 언급한 알레 패러독스와 함께 기대효용이론에 대한 반례로 예전부터 알려진 ‘엘즈버그 패러독스’에 대해 살펴보자.

여담이지만 이 패러독스의 발견자인 대니얼 엘즈버그(Daniel Ellsberg)는 하버드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미 국방부 직원으로 근무했는데, 국방부의 〈베트남 비밀문서〉를 매스컴에 폭로하여 일약 스타가 된 인물이다. 그는 이라크전쟁이 발발했을 때는 공원에서 동맹파업을 주도하다 체포되기도 하였다.

엘즈버그 패러독스는 다음과 같은 선택 문제로 나타난다.

■ 질문 5 구슬 90개가 들어 있는 불투명한 항아리가 있다. 그중 30개는 빨간 구슬이고 나머지 60개는 검은색과 노란색인데, 그 비율은 알 수 없다. 색을 선택한 후 꺼낸 구슬의 색과 맞으면 상금 100달러를 받을 수 있는데 빨간색과 검은색 구슬을 선택할 수 있다. 빨간색에 걸까? 아니면 검은색에 걸까?

다음은 미리 두 가지 색을 선택하고 어느 쪽이든 해당되는 색깔의 구슬이 나오면 상금을 받을 수 있다.

1) 빨간색 또는 노란색, 혹은 2) 검은색 또는 노란색의 조합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빨간색 또는 노란색에 걸까? 검은색 또는 노란색에 걸까?

실험 참가자 대부분은 처음 문제에서는 빨간색을, 두 번째에서는 검은색 또는 노란색을 선택했다. 이는 기대효용이론을 전제로 하면 이론에서 어긋나는 행동이다. 왜냐하면 두 번째 질문에서 노란색은 공통으로 존재하므로 선택에 영향을 주지 않아 무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표 4-3 참조). 나머지 부분은 양쪽 문제에서 완전히 같기 때문에 선택은 일관되어야 한다. 그러나 실험 참가자의 선택은 모순점을 드러냈다.

나이트(Frank Hyneman Knight)는 일반적인 불확실성을 두 가지로 나누어 사상(事象)의 확률 분포를 완전히 이해한 상태인 ‘리스크(위험)’와 확률 분포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인 ‘불확실성’으로 분류했다. 일반적으로 양쪽 모두 불확실성이라 불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헷갈리기 쉽지만 질문 5에서 항아리 속의 검은 구슬과 노란 구슬은 리스크(분포를 완전히 이해)나, 불확실성(분포를 전혀 모르는) 어느 쪽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30개60개 
 빨간색검은색노란색
질문 5①   
빨간색$10000
검은색0$1000
질문 5②   
빨간색 또는 노란색$1000$100
검은색 또는 노란색0$100$100

표 4-3 엘즈버그 패러독스 (주: 3가지 색깔 선택 문제이고 밑줄 친 대안이 선택된 것임.)

확률 분포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황도 아니고, 완전히 이해한 상황도 아니기 때문이다.

엘즈버그는 양자의 중간 단계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이 상태를 ‘애매모호성’이라 불렀다. 질문 5에서 나타난 실험 참가자의 선택은 사람들이 애매모호성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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