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분 소요

제7장

근시안적인 마음

시간선호


“인간은 각각 사물을 보는 방법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같은 사람이라도 시간이 바뀌면 같은 대상에 대해 다른 견해를 보인다.”

베카리아(Cesare Beccaria) 《범죄와 형벌》

“해가 가면 사람들은 달라진다네(年年歲歲人不同).”

《당시선(唐詩選)》


다른 시점 간의 선택

다이어트나 금연을 해야겠다고 굳게 맹세했는데, 막상 눈앞에 있는 초콜릿 케이크에 손이 가거나 담배 한 개비를 피워버린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한 달 전에는 간단히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매일 ‘내일부터 해야지’ 하며 질질 끌면서 미루다 마감일이 되어서야 허겁지겁 일에 착수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또, 즐거운 마음으로 결정해서 계획을 세운 여행이나 홈스테이가 막상 가까이 다가오면 점점 귀찮아지는 경우는 없었는가? 인플레이션이나 금융기관이 파산할 걱정만 없다면, 저마다 착실히 저축을 해서 노후에 대비하면 정부의 연금 신세를 질 필요는 없지 않을까?

이와 같은 문제를 생각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효용이나 의사 결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고찰해야 한다.

구매 결정 시점과 손익 시점이 시간적으로 떨어져 있을 때의 의사 결정을 ‘다른 시점(時點) 간의 선택(intertemporal choice)’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거의 모든 경제활동의 의사 결정은 다른 시점 간의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쇼핑을 할 때도 사는 시점과 소비하는 시점은 아주 작은 시간 차이일지라도 시간적으로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내구재(耐久財)나 상급 학교 진학 등과 같이 오랜 시간에 걸쳐 조금씩 효용을 얻을 수 있는 경우도 있다. 또한 자기 규제 문제 역시 시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현재의 소비 욕구를 참고 저축을 하거나, 담배 한 대 피우고 싶은 것을 참고 건강한 몸을 만들거나, 눈앞의 맛있는 케이크를 포기하고 날씬한 몸매를 만들거나 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런가 하면 환경이나 연금제도처럼 자신이 살아 있는 시간뿐만 아니라 차세대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공공 정책상의 큰 문제도 있다.

손실이나 이익이 의사 결정 시점에서가 아니라 시간적으로 떨어진 시점에서 발생할 때의 효용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이루어질까? 그리고 선택 행위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살펴보는 것이 제7장의 주제다.

이자율과 할인율

현재의 1만 원은 1년 후에 얼마의 가치가 있을까? 이것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이자율(연이율)을 고려 대상에 넣고,

$\text{1년 후 1만 원의 가치} = (1 + \text{이자율}) \times \text{1만 원}$

으로 한다.

예를 들어 이자율이 연 5%면 1년 후에는 10,500원[$\text{1만 원} \times (1+0.05)$]이 된다. 그러면 반대로 내년의 1만 원은 지금 얼마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을까? 위의 식에서,

$\text{현재 1만 원의 가치} = \frac{\text{1년 후 1만 원의 가치}}{(1 + \text{이자율})}$

가 되고 ‘이자율=5%’면, 1년 후의 1만 원은 현재 금액으로 약 9,524원이 된다. 이자율을 고려해서 장래의 1만 원을 생각하면 금액이 ‘할인’된다. 즉 줄어들게 된다.

마찬가지로 시간적으로 떨어져 발생하는 이익이나 손실의 효용을 생각할 때는 할인이라는 작업을 통해 현 시점의 효용을 구할 수 있다. 여기서 현재 1만 원의 1년 후 효용은,

$\text{1만 원의 효용} \times (1+ \text{할인율})$

이 되고 반대로 1년 후 1만 원의 현재 효용은,

$\frac{\text{1만 원의 효용}}{(1 + \text{할인율})}$

로 나타낼 수 있다. 즉 장래 시점의 (그 시점의) 효용을 ‘$1+ \text{할인율}$’로 나누면 현재의 효용을 얻을 수 있다. 수식으로 나타내면,

$\text{지금 현재 1만 원의 효용} = \frac{\text{1년 후 1만 원의 효용}}{1 + \text{할인율}}$

이 된다.

혼동하기 쉬운 개념인데, ‘$\frac{1}{(1 + \text{할인율})}$’을 통상적으로 할인 인자라고 한다. 할인율이 작아질수록 할인 인자는 커지므로 ‘1년 후 1만 원’의 현재 효용은 커지게 된다. 반대로 할인율이 커질수록 할인 인자는 작아지므로 ‘1년 후 1만 원’의 현재 효용은 줄어드는 관계가 성립한다.

위의 두 식에서 할인율은 이자율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장래의 일에 대해 같은 이자율로 할인하여 가치를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 주류 경제학의 가르침이다. 그러나 뒤에 서술하겠지만 실제로 사람들은 다른 시점 간의 가치를 측정할 때 꼭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

왜 미래의 이익을 할인할까?

사람들은 왜 미래의 이익을 할인하는 것일까? 현재의 1만 원은 지금 사용하면 효용을 얻지만, 1년 후의 1만 원은 현재 효용을 얻을 수 없다.

그래서 현재의 1만 원을 더 중요시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또한 미래는 불확실하기 때문에 실제로 손에 들어올지 여부를 알 수 없으며, 자신의 취향이 변할 수도 있다. 따라서 사람들이 미래보다 현재의 것을 더 중시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숲 속의 두 마리 새보다 수중의 한 마리 새가 더 낫다’는 속담이 가리키는 그대로다.

그뿐인가. 손실 회피성이 주는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소비나 입수 시기가 연장되는 것 자체가 손실로 인식되므로 이러한 손실을 회피하려는 성향의 정도에 따라 장래 가치가 할인되기도 한다.

철학자 데릭 파핏(Derek Parfit)은, 사람들이 현재의 자신과 미래의 자신을 다른 인간으로 받아들일 수 있고, 그 관계는 자신과 타인의 관계와 같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자신과 타인의 사이가 멀어지면 관계가 소원해지듯이 현재의 자신과 미래의 자신도 어느 정도 먼 관계이기 때문에 미래의 자신이 얻게 될 효용을 현재의 자신이 할인해서 생각하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지수형 할인

사람들은 할인율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어빙 피셔와 같은 고전파 경제학자들은 할인율이 복잡한 심리적 작용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할인율의 결정에 대해서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할인율을 일정한 가치로 가정하여 최초로 간단명료한 이론을 전개한 사람은 신고전파 경제학의 태두인 폴 새뮤얼슨이다. 당시 새뮤얼슨은 할인율이 일정하다는 가정이 지닌 비현실성에 대해 언급하기는 했다. 그렇지만 새뮤얼슨이 제시한 모델이 간결해 수식 전개가 용이하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혔다. 이 때문에 새뮤얼슨이 제시한 모델이 순식간에 경제학계를 석권하였다. 참고로, 거시경제학이나 경제정책론에서는 할인율이 일정하다는 가정을 당연시해왔지만, 현실적 타당성이 논의된 적은 거의 없다.

$\text{현재 가치} = \frac{\text{미래의 명목 가치}}{(1 + \text{할인율})^d}$

새뮤얼슨이 수식화한 다음 널리 사용하게 된 현재 가치의 계산법은 위의 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 이 공식에서 $d$는 미래 시간을 나타낸다. 1년 후면 ‘$d=1$’, 2년 후면 ‘$d=2$’처럼 표시한다.

그림 7-1에는 미래에 작은 효용을 줄 수 있는 선택 대안 A를 비롯해 미래에 더 큰 효용을 줄 수 있는 선택 대안 B와 시간의 경과에 따라 할인된 효용이 그려져 있다. 이 그림에서 A와 B, 그리고 효용의 대소 관계는 시간에 따라 변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A가 B보다 작아진다. 시간이 경과해도 효용 평가는 변하지 않고 일관되게 유지된다는 뜻이다.

이것이 주류 경제학에서 말하는 할인에 관한 개념인데, 어떤 대상에 있어서나 시간적으로 가깝거나 멀더라도 할인율은 일정하다고 본다. 위의 식처럼 현재 가치가 할인율의 지수함수로 나타나기 때문에 이런 할인법을 지수형 할인이라 한다.

쌍곡형 할인

지수형 할인에 대해 최초로 의문을 품은 사람은 스트로츠(R. H. Strotz)였다. 그는 할인율은 지수함수로 나타낼 수 없으며, 할인율은 시간의 경과와 함께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금액(원)
500
10,000
30,000
100,000
1,000,000

하우스만(J. Hausman)은 실제로 소비자 구매 행동을 관찰한 결과, 초기 구입 비용은 높지만 뛰어난 에너지 절약형(가동 비용이 적은)인 에어컨이 인기가 없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할인율 25%를 도출해냈다.

최초로 실험을 통해 할인율을 산출한 사람은 세일러다. 그는 복권 당첨자가 상금을 바로 받거나 뒤로 미뤄도 좋지만, 나중에 받을 경우에 그 보상으로 얼마를 원하는지 조사했다. 그다음 다시 설정을 바꿔 질문한 후 제출된 답변을 통해 할인율을 계산했다. 그 결과, 이익 측면에서 시간의 경과와 더불어 할인율이 함께 감소한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이 사실은 벤지온(U. Benzion) 등의 실험으로 재확인되었고, 그 후 비슷한 실험이 수없이 반복되었다. 필자도 실시했다. 그 결과 할인율에 대한 일정한 경향이 발견되었다.

필자는 학생들을 실험 참가자로 하여 5가지 금액과 금액의 수취일을 1개월, 6개월, 12개월, 24개월 뒤로 늦췄을 때, 최저 얼마를 원하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 그림 7-2에는 실험 참가자의 답변으로 계산된 할인율이 시간의 경과에 따라 낮아지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즉 돈을 받는 시기를 뒤로 연기할수록 할인율은 낮아지지만 감소 폭은 점점 줄어든다.

할인 방법의 식을 몇 가지 생각할 수 있지만 가장 간단한 방법은 아래에 있는 식이다. 이 식은 쌍곡선 방정식이기 때문에 이런 방식의 할인법을 쌍곡형 할인(hyperbolic discounting)이라 한다. 여기서 $d$는 지수형 할인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미래 시간을 의미한다.

$\text{현재 가치} = \frac{\text{미래의 명목 가치}}{1+d}$

두 가지 할인 방식

그림 7-3은 지수형 할인과 쌍곡형 할인으로 일정액의 이익이 미래로 연기될 경우에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어떻게 감소하는지를 나타낸 것이다.

그림 7-3에서, 위에 있는 곡선은 지수형 할인에 의한 가치의 감소를 보여주는 것으로, 시간의 경과와 더불어 일정한 비율로 가치가 감소하는 것을 나타낸다.

이에 반해 아래쪽 곡선은 쌍곡형 할인에 의해 가치가 감소하는 그래프로, 처음에는 급격히 감소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가치가 감소하는 비율이 줄어드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쌍곡형 할인의 특징은 현재를 특히 중시한다는 것이다. 그림 7-3에서 알 수 있듯이 평가 대상의 가치는 시간이 조금씩 경과함에 따라 크게 감소한다. 사람들이 이처럼 현재를 중시하는 것을 ‘현재 지향 바이어스’라고 한다. 실제로 조금만 뒤로 미뤄져도 큰 폭으로 할인되기 때문에 사람들의 ‘인내심 부재’나 ‘급한 성질’을 나타내고 있다는 해석도 할 수 있다.

레입슨(D. Laibson)은 특히 이 점을 중시하여 가까운 미래에는 크게 할인되지만 그 후는 거의 일정치로 할인되어 수리(數理) 모델화하기 쉬운 ‘준쌍곡형 할인’ 방식을 제시하였다. 준쌍곡형 할인이란 지수형 할인에 현재 지향 바이어스를 결합한 형태다. 이 모델은 수학적으로 취급하기가 손쉬워 레입슨과 그의 동료들은 이를 기초로 다양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기에 이르렀다. 다만 현실적으로 타당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할인율은 측정 가능한가?

할인율 측정에 관해서는 수많은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는데, 할인율의 특징은 다음과 같은 성질이 있다고 한다.

첫째, 할인의 대상이 되는 금액이나 효용이 작을수록 할인율은 커지고, 금액이 큰 경우에 견줘 (시간의 경과에 따라) 급격하게 감소한다. 둘째, 할인율은 시간적으로 멀고 가까움에 따라 크게 달라지고, 이익이나 손실의 실현이 먼 미래 시점일수록 할인율은 작아진다. 셋째, 이익과 손실은 비대칭적이며, 지불(손실)일 때 적용하는 할인율이 수취(이익)일 때 적용하는 할인율에 비해 훨씬 작고, 또 수취 할인율은 급격히 감소한다. 그림 7-2에 있는 그래프를 보면 첫째와 둘째 특징이 명확하게 나타나 있다.

할인율의 크기에 대한 측정은 수없이 시도되었다. 가상이 아닌 실제 금전이나, 복권, 건강 상태 등 다양한 사물을 대상으로 측정이 이루어졌다. 앞에서 거론한 3가지 특징은 상당히 보편적인 할인율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뒤에 서술하겠지만 할인율의 이 같은 특징을 완전히 확립된 성질로 보기는 사실상 어렵다.

프레더릭과 그의 동료들은 할인율을 측정한 보고서 41개를 자세히 검토하고, 실험 결과의 해석은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 첫째, 측정된 할인율이 통계치에서 크게 벗어나 있기 쉽기 때문이다. 다양한 실험을 통해 측정된 할인율은 마이너스 6%에서 무한대까지 값이 너무 폭넓게 분포되어 있다. 제3장에서 손실 회피 계수가 대략 2~2.5라고 기술했는데, 이 수치는 수많은 검증을 거쳐 얻은 것으로 상당히 안정된 값이다. 이에 비해 실험 결과에서 나타난 할인율의 경우는 관측된 값들 사이에 차이가 너무 크다. 둘째, 측정 방법의 진보가 없고, 연구가 진전되어도 할인율 값의 분포가 축소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셋째, 할인율이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너무 높다는 점이다.

이처럼 할인율 측정이 꼭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말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프레더릭은 할인율의 측정에 관해 더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장래에 대한 할인이라는 행위는 매우 다양한 요인이 조합되어 발생하는 것이며, 그것을 할인율이라는 단일한 요소로 취급하기는 어려운 일이 아닌가 묻는다.

이에 대한 원인을 몇 가지 생각해볼 수 있다. 프레더릭은 무엇보다 할인율 크기의 차이가 시간의 연기(延期)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를 시간 선호라 한다)을 실제로 반영한 것인지, 또는 효용 함수의 성질이나 변화 때문에 초래된 것은 아닌지를 구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험적으로 얻을 수 있는 값은 이익의 효용을 할인한 값이다. 따라서 1년 후 2만 원이 현재의 1만 원과 같은 효용이라면,

$\text{효용}(\text{1만 원}) = \frac{\text{효용}(\text{2만 원})}{(1 + \text{할인율})}$

이 되고, 이 식에서 ‘할인율=1’이라는 값을 이끌어낼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2만 원의 효용은 1만 원의 2배라는 암묵적인 전제가 성립되어야 한다. 즉 금액과 효용 사이에 금액이 2배라면 효용도 2배라는 선형(線型) 관계의 성립을 전제로 해야 한다.

그러나 주류 경제학에서 효용은 금액의 증가와 함께 체감하는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적용되는 요소이며, 제4장에서 살펴봤듯이 가치 함수는 민감도 체감적이다. 따라서 금액이 2배라도 효용은 2배가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1.5배라면 ‘$\text{효용}(\text{2만 원}) = 1.5 \times \text{효용}(\text{1만 원})$’이기 때문에 할인율은 0.5가 되어[$\frac{1}{(1+0.5)}$에서 0.5가 할인율] 효용 함수가 선형의 경우와 비교하면 절반밖에 안 된다. 그런데도 거의 모든 실험에서 이를 감안하지 않고 할인율을 측정하고 있기 때문에 추정된 할인율이 너무 커지는 것이다.

로엔스틴과 프렐렉(D. Prelec)은 효용 함수가 제4장에서 설명한 가치 함수와 같은 성질인 준거점 의존성, 손실 회피성, 민감도 체감성을 충족하고 있으면, 할인율이 일정하더라도 위에서 기술한 3가지 경향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효용 함수가 시간의 경과와 함께 변할 가능성도 있다. 여름에는 아이스크림이 비싸게 평가되지만, 겨울에는 평가가 낮아지는 것 같은 계절적 영향도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장래 가치를 할인하는 행위의 본질을 할인율 측정 방법으로 정확하게 나타낼 수 있을지 큰 의문이 남는다.

마이너스 할인율

로엔스틴은 ‘좋아하는 영화배우와 키스하기’, ‘한순간이지만 불쾌한 전기 쇼크’라는 약간 돌발적인 주제에 대한 할인율을 측정하였다. 실험 참가자들은 ‘영화배우와 키스하기’에서는 지금 당장이 아닌 3일 후로 연기하는 것을 가장 선호했다. 전기 쇼크는 장래로 연기하면 연기할수록 가치가 높다고 판정되었다.

이 결과는 현재보다도 장래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것을 의미하며, 앞에서 서술한 할인율 계산법으로 계산하면 할인율은 마이너스가 된다. 기분 좋은 일은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기다리는 즐거움이 있고, 공포감은 되도록이면 피하고 싶어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키스의 경우에는 ‘기분 좋은 기다림’이 가져다주는 플러스 효용이, 전기 쇼크의 경우에는 ‘불안감’이 만들어낸 마이너스 효용이 존재한다. 로엔스틴은 이 같은 기다림이나 불안감을 효용 함수의 변수로 보아 이런 종류의 선호는 할인율이 마이너스라는 것을 증명했다. 즉 이 결과는 시간선호가 아닌 효용 함수로 설명될 수 있다.

‘점점 좋아짐’을 선호한다

이외에도 두드러진 경향으로서 한 묶음으로 선택하는 것과 하나하나 개별적으로 선택할 때의 차이가 문제 된다.

주류 경제학에서는 기간별 효용은 그 기간에서의 소비량에만 의존하여 결정된다고 보고 있다. 즉 하루의 효용은 그날 소비한 재화에 의해서만 결정되고, 다른 날에 무엇을 소비했는지 앞으로 무엇을 소비할 것인가 하는 것에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따라서 향후 1주일간의 총효용은 7일분(할인)의 효용을 합한 것이라는 전제가 된다. 이 성질을 가법분리성(加法分離性)이라 하는데, 이 법칙이 반드시 성립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필자는 학생들에게 무료 저녁 식사(음료수 포함) 초대권에 당첨될 경우, ‘고급 프랑스 레스토랑’과 ‘동네 라면 가게’ 중 어느 쪽이 좋은지 물었더니 94%가 프랑스 레스토랑을 선택했다. 그다음으로 시기를 선택한다면 ‘1개월 후 주말에 고급 프랑스 레스토랑에서의 저녁 식사’와 ‘2개월 후 주말에 고급 프랑스 레스토랑에서의 저녁 식사’ 중 어느 쪽이 좋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76%가 1개월 후, 24%가 2개월 후를 선택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1개월 후 주말에 고급 프랑스 레스토랑 + 2개월 후 주말에 동네 라면 가게’와 ‘1개월 후 주말에 동네 라면 가게 + 2개월 후 고급 프랑스 레스토랑’ 사이의 선택에서는 전자를 선택한 사람이 30%, 후자가 70%였다. 이것은 마이너스 할인율을 의미한다.

그러나 다음 예에서처럼 사람들은 이익이나 임금은 총액이 일정하더라도 점점 상승하는 쪽을 선호하고 있다. 로엔스틴과 프렐렉은 총액이 일정하더라도 임금이 시간의 경과와 함께 상승하는 쪽을 선호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은 6년간 근무한 회사에서(전체적으로는 임금 총액이 같다) 처음에는 임금이 낮은 편이지만 점점 상승하는 패턴, 처음에는 임금이 높지만 점점 하락하는 패턴 중 어느 쪽을 선택할지를 일반인들에게 물었다.

처음에는 임금이 높고 그 후 하강하는 패턴이 합리적인 관점에서는 유리하다. 입사 초기에 받은 높은 임금을 다른 곳에 투자하면 수익을 얻을 수 있고, 도중에 퇴직하더라도 그 시점까지는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답변자 중 하강 패턴을 선택한 사람은 불과 12%였으며, 과반수 이상이 점점 상승하는 패턴을 선호했다.

상승하는 소비 방식이나 증가하는 임금 방식이 선호되는 것은 손실 회피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최근의 임금이 준거점이 되면 다음 번 임금이 감소하는 것은 손실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따라서 상승 방식을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소비에서도 마찬가지 경향을 나타낸다.

배런(Paul Alexander Baran)은 이 같은 상승 방식의 선택을 사람들이 일종의 휴리스틱 기능으로 받아들임으로써 하강하는 임금 쪽이 더 합리적임에도 상승 방식을 선택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유사성에 의한 선택과 할인

루빈스타인(Ariel Rubinstein)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선택을 결정할 때 선택 대안의 다양한 성질이 서로 얼마나 비슷한지 여부가 큰 영향을 끼친다는 ‘유사성’을 기초로 한 선택 이론을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2가지 선택 대안의 여러 가지 성질 중에서 유사한 점은 무시되고, 유사하지 않은 점이 판단에 사용된다. 유사성이 일종의 휴리스틱 기능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파트를 구할 때 비용과 역세권이 판단 기준이라고 하자. 양쪽을 모두 갖춘 좋은 아파트가 있으면 아무 문제 없이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월세 20만 원에 역까지 15분 걸리는 아파트와 월세 25만 원에 역까지 3분 걸리는 아파트가 있을 때, 비용면에서는 전자가 유리하지만 양쪽이 비슷하기 때문에 무시된다. 오히려 역까지 걸리는 시간이 확실히 단축되는 후자가 선택된다는 예상을 할 수 있다. 직감에 호소하는 상당히 설득력 있는 이론이라 할 수 있다.

루빈스타인은 다른 시점 간의 선택에서도 같은 원리가 작용한다고 말한다. 그는 실험 참가자인 학생들에게 다음 2가지 선택 대안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첫째, “60일 후 배달 예정인 오디오를 960달러를 주고 주문했다. 지불은 제품 수령 후에 하면 된다. 배달이 하루 늦어지면 그 대신 2달러를 할인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아들일 것인가?” 둘째, “내일 배달 예정인 오디오를 1,080달러를 주고 주문했다. 지불은 제품을 수령한 다음에 하면 된다. 배달이 60일 늦어지면 120달러를 할인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아들일 것인가?”

쌍곡형 할인에서는 전자를 거부하는 사람은 반드시 후자도 거부하게 된다. 쌍곡형 할인에서는 하루 연기하는 경우에 보상액의 가치도 하루가 지날 때마다 반드시 줄어들기 때문이다(그림 7-3 참조). 후자의 경우에 60일분의 배송 지연 보상액이 120달러이기 때문에 마지막 날의 보상액은 2달러 이하가 된다. 전자에서 60일 후 배송 예정인 상품의 하루 연기 보상액이 2달러가 되지 않으면, 후자의 2달러 이하의 보상은 반드시 거부하게 된다.

그러나 실험 결과는 이와 반대로 나타났다. 전자를 거부한 사람은 43%였지만, 후자를 거부한 사람은 30%였다. 루빈스타인은 이를 유사성으로 설명한다. 전자의 958달러와 960달러라는 지불액은 유사하기 때문에 의사 결정에 영향을 끼치지 않고, 배송 지연 쪽이 중시되어 거부된다는 것이다. 한편 후자의 경우에는 1,080달러와 960달러는 금액이 비슷하지 않기 때문에 비용이 중시되어 배송 연기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결과는 쌍곡형 할인에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 유사성에 의한 선택이라는 원리로 설명이 가능하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물론 이 원리에도 결점은 있다. 앞에서 예로 든 경우처럼 계량화할 수 있는 성질에서는 비교하기가 쉽지만, 차를 구입할 경우에 세단과 왜건의 비교라든지, 커피와 홍차의 비교 등에서는 명확한 예측을 얻을 수 없다. 그러나 쌍곡형 할인이 유력한 이론이라는 것에는 의문을 던진다.

또한 루빈스타인은, 쌍곡형 할인이 최근 경제학계에서는 거의 의문의 여지 없이 성립하는 성질인 것처럼 간주되기도 하며, 이를 전제로 다양한 이론적·정책적 함의가 제시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러한 현상은 매우 위험하다고 주장한다. 얼마 전까지는 지수형 할인이 표준이었고, 현실적 타당성에 대해서는 거론되지 않은 채 그것을 기초로 각종 이론과 정책이 수립되었다. 그러나 그 후 지수형 할인에 대한 비판이나 반례가 나타났고, 쌍곡형 할인이 제안되었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이전의 지수형 할인이 쌍곡형 할인으로 대체되었을 뿐 아무 반성 없이 사용되고 있다.

루빈스타인은 쌍곡형 할인은 수리 모델화가 용이하고 취급하기 쉽기 때문에 점점 사용 폭이 넓어지고 있지만, 그 심리학적 증명이 불충분하므로 경제학과 심리학을 아우르는 행동경제학의 연구 프로그램에는 가치가 없다고 일침을 놓고 있다.

시간에 관한 프레이밍 효과

할인율 측정 실험에서는 실험 참가자에게 보통 1개월 후나 6개월 후처럼 현재로부터의 시간 연기에 관해 평가하게 한다. 리드(D. Read)와 그의 동료들은 6개월 후라는 말 대신 2006년 7월 7일이라는 특정 날짜를 지정한 다음 할인율에 대해 물었다. 스트로츠는 이미 1955년에 쓴 논문에서 시간적인 연기와 함께 특정 날짜가 할인율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지적했는데, 오랫동안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다.

리드와 그의 동료들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특정 날짜를 지정해주고 답변을 받아 그 수치로 할인율을 계산해보았더니 날짜를 어림잡아 연기했을 때와 비교해서 할인율이 꽤 작아지는 것을 발견하였다. 또한 그래프는 쌍곡형이 아닌 지수형에 더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 설정에서도 제시하는 방법에 따라 받아들이는 방식이 달라지는 프레이밍 효과가 작용하고 있었다.

이익을 얻는 시점이 연기될 때에는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에 주의가 집중되지만, 리드의 실험처럼 특정 날짜를 지정해놓으면 그날 얻을 수 있는 이익의 크기에 주목하게 된다. 따라서 전자보다 후자 쪽이 더 인내심이 강해지게 된다. 달리 표현하면, 할인율이 작아지는 것이라고 리드는 지적하고 있다.

이 차이를 초래한 심리 기제의 하나로 추정되는 것이 앞에서 서술한 루빈스타인의 유사성이다. 예를 들어 3개월 후와 16개월 후의 차이와 2006년 4월 10일과 2007년 6월 10일의 차이는 어떻게 판단될까? 3과 16은 약 ‘$1:5$’기 때문에 차이가 크지만, 2006과 2007 그리고 4와 6이라는 숫자 자체는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

따라서 전자는 할인 폭이 크고, 후자는 할인 폭이 작다. 즉 막연하게 늦어진다는 표현법이 특정 시점을 지정하는 것보다 할인 폭은 커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를 종합해보면, 시간을 나타낼 때에도 프레이밍 효과가 작용하며, 이런 발견 역시 쌍곡형 할인에 대한 의문점을 낳고 있다.

역전되는 선호

만일 사람들의 할인 행동이 쌍곡형이라면 그림 7-4와 같은 선호의 역전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설령 쌍곡형 할인의 타당성이 부정되더라도 장래의 커다란 이익(건강한 신체)보다도 눈앞의 작은 이익(담배 한 개비)을 선택하는 경향은 일상적으로 자주 접해온 경험을 통해 충분히 알 수 있다. 선호의 시간적인 역전 현상은 자주 있는 일이다.

그림 7-4에는 장래의 작은 이익 A와 장래의 큰 이익 B에 대한 특정 시점에서의 효용과 할인된 현재 효용이 나타나 있다.

처음에는 B의 효용이 크고 A의 효용은 작지만, 시간이 경과해 A가 현실이 되는 시점이 눈앞에 다가오면 효용의 크기가 역전돼 A가 B보다 커지게 된다. 사람들의 선호는 항상 일정해서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경과와 함께 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현상을 ‘시간적 비정합성’이라 한다. 예를 들면 지난밤 잠자기 전에 “내일은 반드시 아침 6시에 일어나리라”고 마음먹어도 막상 6시가 되면 도저히 일어날 수 없게 되거나, “이 일은 내일까지는 반드시 끝내겠다”고 맹세했는데도 막상 당일이 되면 또다시 “내일은 정말 반드시 할 거니까 오늘 TV를 본다고 해서 별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질질 끌면서 뒤로 미뤄버리는 경우가 자주 있다. 금연이나 다이어트 등의 경우와 신용카드를 남용하거나 대출금을 갚지 못하고 파산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요컨대 눈앞의 작은 이익에 넋이 나가 나중에 얻을 큰 이익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선호는 현재를 미래보다 훨씬 중시한다는 점에서 ‘현재 지향 바이어스’라고 말하기도 하고, 눈앞의 이익에만 연연한다고 해서 ‘근시안적’이라고 하기도 한다.

세일러는 이 현상을 “내일의 사과 둘보다 오늘의 사과 하나를 선택하는 사람은 1년 후의 사과 하나보다 1년 1일 후의 사과 둘을 선택한다”라는 인상적인 표현으로 설명했다. ‘내일의 백보다 오늘의 오십’이라는 말처럼 평소에 자주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철학자 데이비드 흄(David Hume)은 다음과 같이 서술한다. “지금부터 12개월 후에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을 생각해볼 때, 나는 항상 선한 쪽을 선택할 마음이 있다- 설령 시간적으로 그것이 가깝든지 말든지 상관없이. …… 그러나 선택해야 할 순간에 접근해갈수록 새로운 경향이 생겨 내가 처음 결심했던 내 행동 지침을 바꾸지 않고 고수하는 일이 쉽지 않다.”

세일러는 피부과 의사가 말한 다음과 같은 예를 들고 있다. “자외선을 너무 많이 쬐면 피부암에 걸릴 위험이 있다고 경고해도 별 효과가 없지만, 기미나 여드름의 원인이 된다고 말하면 환자들은 의사 말을 잘 따른다.”

높은 건물 가까이에 낮은 건물이 있을 때, 멀리서 보면 진짜 높은 건물이 높게 보이지만, 낮은 건물 쪽으로 가까이 가면 낮은 건물이 높은 건물보다 더 높게 보이는 것과 유사한 현상이다(그림 7-5).

이 같은 시간적 비정합은 지수형 할인에서는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시간적 비정합의 발생이 쌍곡형 할인의 근거로 거론되는 일이 많다. 그러나 쌍곡형 할인이 시간적 비정합을 발생시킬 수는 있지만, 쌍곡형 할인만이 시간적 비정합을 발생시킨다고 한정할 수는 없다.

시간 해석 이론

쌍곡형 할인이라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시간적 비정합성과 같은 다른 시점 간 선택에 대해 접근한다는 것이, 심리학자 야콥 트롭(Yaccov Trope)과 니라 리버먼(Nira Liberman)이 주장하는 ‘시간 해석 이론’이다.

시간 해석 이론은 다른 시점 간의 선택을 다룬 실험 결과와도 일치하고, 직감적으로도 매우 설득력이 있다. 또한 이 이론은 쌍곡형 할인 이론의 보완적 역할을 한다. 더욱이 쌍곡형 할인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시간적 비정합성을 훌륭하게 설명할 수 있다는 데 뛰어난 특징이 있다.

시간 해석 이론은, 사람이 어떤 대상의 가치를 평가할 때에 그 대상을 마음속으로 해석하고, 그 해석에 따라 평가나 선호가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대상이 시간적으로 멀리 있는 경우와 가까운 경우에 동일 대상이라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진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은 시간적으로 멀리 있는 대상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훨씬 더 추상적·본질적·특징적인 점에 착안해 해석하고, 시간적으로 가까운 대상에 대해서는 더 구체적이고 표면적일 뿐만 아니라 사소한 점에 주목해 해석한다.

설령 정보가 동일하더라도 이 차이는 발생한다. 대상의 추상적·본질적·특징적인 점에 주목하여 해석하는 것을 ‘고차원 수준’의 해석, 구체적·표면적·사소한 점에 착안하여 이루어지는 해석을 ‘저차원 수준’의 해석이라고 한다. 간단히 말하면 고차원 수준의 성질은 그 대상이 지닌 본질적·중심적인 성질이며, 저차원 수준의 성질은 그 대상이 지닌 주변적·부수적인 성질이다. 이 양자 사이의 구별은 자의적이기는 하지만 다음과 같은 예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예정된 강연회에서 주제가 변경되었을 경우와 강연 시작 시간이 바뀌었을 경우를 비교하면, 전자는 전혀 다른 강연이 될지 모르지만 후자는 다른 강연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이 강연에 흥미를 잃을 가능성은 전자의 경우가 훨씬 높다. 따라서 강연 시간보다는 강연 내용이 상대적으로 성질이 고차원적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일상적 경험에 비춰보더라도-예를 들어 친구와 여행 갈 것을 생각하면 여행이 아직 먼 훗날일 경우에는 좋은 경치, 맛있는 음식, 친구와의 즐거운 대화 등을 상상하겠지만, 여행 날짜가 다가올수록 약속 장소라든지, 챙겨 갈 물건, 역이나 공항 가는 길 등 세부적인 사항에 신경을 쓰게 된다.

트롭과 리버먼은 어떤 대상이나 일이 시간적으로 떨어져 있을 때 그것에 대해 고차원 수준의 해석을 훨씬 강하게 만들지만 시간적으로 가까워지면 고차원적인 해석의 비중이 점점 낮아지고, 반대로 저차원 수준의 해석은 시간적으로 떨어져 있을 때에는 약하지만 시간적으로 가까워지면 우세하게 된다는 것을 다양한 실험과 실례를 통해 증명하였다.

멀리서는 숲 전체만 보이고 개개의 나무는 보이지 않지만, 가까이 가면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는 보이는 대신 숲 전체 모습은 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세세한 점은 가까워지기까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무시하는 것이라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동일한 정보가 제공되어도 먼 장래의 일에 그 정보를 이용하여 세부적인 검토를 할 수 있고, 반대로 가까운 장래의 일에 대해서 본질적인 해석을 행할 수 있더라도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트롭과 리버먼은 또 다음과 같은 실험을 실시해 흥미로운 결과를 이끌어냈다. 이 실험은 만화나 영화의 조크처럼 흥미로운 작업과, 데이터 체크나 숫자 리스트 조합 같은 지루한 작업에 시간을 결부시켜 실험 참가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알아보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그들은 흥미로운 작업과 지루한 작업을 한 세트로 묶어서 각각이 주 작업인 경우와 보조 작업인 경우로 조합해 32가지로 편성하였다. 동시에 그 과제를 곧바로 시행하는 경우와 4~6주 후에 시행하는 경우를 추가하였다.

이 실험에서 제시된 것 중 하나를 예로 들면, ‘주 작업으로 만화가 재미있는지 판정하고, 보조 작업으로 데이터 체크 과제를 지금 바로 시작한다’는 식이다. 실험 항목은 작업·재미·시간을 조합하여 총 64가지로 구성되었다. 그리고 실험 참가자에게는 과제의 선호도를 9단계로 판정하도록 했다.

그 결과 비교적 시간이 많이 남아 있는 경우에는 주 작업의 ‘재미’에 따른 평가가 이루어져 지루한 과제에 비해 재미있는 과제가 훨씬 매력도가 높다고 판정되었다. 반대로 시간이 촉박한 경우에는 보조 작업이 재미있는 과제가 시시한 과제보다도 한층 매력적이라고 판정되었다. 이 실험 결과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이렇다. 완전히 동일한 과제임에도 선호의 변동이 나타나는 것은 사람이 지닌 특성 때문이라고 추정된다는 점이다.

또한 트롭과 리버먼은 재물의 선호에 대해서도 같은 원리가 작동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예를 들어 시계가 달린 라디오에 대한 평가에서, 라디오로 음악을 듣는 것이 주 목적이라면 음질이 고차원 성질이 되지만, 라디오가 아침 자명종 역할을 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시계의 정확성이 고차원 성질이 된다. 그리고 각각 다른 한쪽의 성질은 저차원이 된다.

실험 참가자에게 어떤 상품을 곧바로 살 경우와 1년 후에 살 경우로 나누어서 평가하도록 했더니, 시간적으로 먼 경우에는 고차원적 해석에 따라, 가까울 경우에는 저차원 해석에 따라 선호가 결정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시간 해석의 원인

위의 경우처럼 시간적 거리에 따른 해석의 차이는 왜 일어나는 것일까? 트롭과 리버먼은 휴리스틱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현실에서는 미래에 관한 지식이 부족한 것이 보통이다. 저차원 정보는 신뢰성이 낮거나 입수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또한 먼 미래에 관한 결정은 변경하거나 연기할 수도 있다. 따라서 먼 미래에 관한 저차원적 해석은 무시할 수 있다.

이런 일을 반복적으로 경험함에 따라 자동적으로 먼 미래의 일은 고차원, 가까운 장래의 일은 저차원적 해석이 중심이 되는 것은 아닐까? 바로 그 때문에 먼 미래의 일과 가까운 미래의 일에 대해 동일한 정보를 지니게 될지라도, 그것을 다르게 해석하는 휴리스틱이 작용한 것이라고 그들은 설명한다.

희망과 실현 가능성

어떤 목표건 달성하는 것이 자신에게 좋다는 의미로 ‘희망’과 ‘실현 가능성’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좋은 성적을 거두자’는 목표를 세웠다면 그 희망과 실현 가능성이라는 양 측면이 있는 것이다. 희망은 고차원적 성질이고, 실현 가능성은 저차원적 성질이다. 이 특성은 이상과 현실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도 있다. 시간 해석 이론은, 사람은 시간적으로 먼 목표에 대해서는 희망을 중시하지만, 시간적으로 접근해가면 실현성을 중시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트롭과 리버먼은 이스라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별로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쉬운 리포트와 재미있고 도움이 되지만 어려운 리포트를 작성해서 1주일 후 또는 9주일 후에 제출하는 경우에 대한 선호도를 물었다. 예상대로, 가까운 미래인 경우에는 하찮더라도 실현 가능성이 높은 과제를 선택했고, 먼 미래의 경우에는 어렵지만 재미있는 과제를 선호하였다. 시간적으로 떨어져 있을 때에는 희망이, 가까울 때에는 실현 가능성이 고려된다는 가설이 입증된 것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도박은 상금 획득이 주된 목적일 것이다. 상금은 희망을 나타내고, 상금을 얻을 수 있는 확률은 실현 가능성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시간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을 때에는 상금액을 중시하고, 시간이 가까워지면 확률을 더 중시하게 된다는 사실이 새그리스타노(Michael Sagristano) 등의 실험에서도 입증되고 있다.

현재 지향 바이어스와 시간 해석 이론

쌍곡형 할인의 특징인 ‘현재 지향 바이어스’를 시간 해석 이론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미래 이익에 대한 평가에서는 이익의 크기는 고차원적 성질이고, 시간의 연기(延期)는 저차원적 성질이다. 따라서 가까운 미래의 이익을 평가할 경우에는 이익의 크기보다도 시간 연기의 의미가 중시되며, 거기서 조금 뒤의 일일지라도 크게 할인된다. 즉 먼 미래에 관해서는 이익의 크기가 문제지만, 가까운 미래에 관해서는 시간의 연기가 중요한 것이다.

또한 쌍곡형 할인의 배경에는 장래가 불확실하다는 무의식적인 인식이 작용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실험에서 ‘3개월 후 1만 원’의 현재 가치를 물었을 때, 3개월 후에 1만 원이 반드시 수중에 들어온다는 전제가 있어도 실험 참가자는 시간의 지연과 불확실성을 밀접하게 연관지어 시간의 지연, 즉 그 돈을 입수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 불확실하게 느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시간적으로 먼 미래에서는 고차원적 해석인 이익 금액이 중시되고, 시간적으로 가까울 경우에는 저차원적 해석인 입수 가능성이 중시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익 규모가 같다면 먼 미래 쪽이 가까운 미래에 비하여 할인율이 낮아지게 된다. 또 동일 시점에서 큰 이익이 적은 이익보다 더 매력적이므로 큰 이익의 할인율이 낮아진다.

시간적으로 멀고 가까움에 따라 대상의 해석 수준이 달라지면서 시간적인 선호 역전(시간적 비정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홈 파티를 연다고 가정하자. 파티 날짜가 아직 며칠 남은 동안에는 파티 날이 빨리 왔으면 하고 기다려지지만, 정작 그날이 가까워지면 파티 준비에 따른 세세한 일들이 걱정되기 시작한다. 심하면 차라리 파티를 취소하고 싶은 마음까지 들기도 한다. 시간의 경과에 따라 선호가 역전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즐거움으로 여기고 있던 여행이 날짜가 다가옴에 따라 귀찮아지거나, 결혼식 직전에 ‘매리지 블루(marriage blue: 결혼을 앞둔 사람에게 흔히 나타나는 심리 불안 현상)’에 빠지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스카이다이빙이나 번지점프도 아직 시간이 많이 남은 경우에는 기대감이 강하지만 실행 시기가 가까워짐에 따라 급격히 불안해진다. 이것도 마찬가지 현상이다.

이런 시간적 비정합을 쌍곡형 할인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식사 준비나 파티 뒷정리 등은 파티를 여는 데 따르는 비용(손실)이며, 파티에서 담소하거나 교류하는 것은 이익이다. 쌍곡형 할인 이론이 설명하는 바로는, 이익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급격히 감소하지만, 손실은 감소가 완만하다.

한 달 뒤에 파티를 열겠다고 결정한 것은 이익을 할인한 현재 가치가 손실의 현재 가치를 상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시간이 경과하여 파티 날이 다가옴에 따라 이익 평가는 급격히 상승하고, 손실 평가는 완만하게 상승하기 때문에 선호가 역전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실제 경험에 비추어 보면 시간 해석 이론에 대한 설명이 이해될 것이다. 세부적인 사항이 신경 쓰이고 비용이 과하다고 느껴지며 파티 본래의 목적이 지닌 의미가 줄어든다고 느껴진다면, 파티의 이익보다 비용(손실)이 커지게 되고, 심지어는 파티를 취소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선호의 역전이 일어난 것이다.

다이어트, 저축·금연·마감일 준수·파티 개최 등 현실적인 의사 결정 문제는 복잡한 원인을 지니고 있다. 금전적인 이익을 평가하는 단순한 과제에 대해 쌍곡형 할인이 적용되기 때문에 이와 같은 복잡한 요소를 바탕으로 하는 일상적 의사 결정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지 큰 의문이 남는다.

건강과 할인율

높은 할인율을 요구하는 사람은 현재를 특히 중시하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눈앞의 유혹에 쉽게 빠지거나, 낭비가 심해 노후 대책이 충분하지 않거나, 다이어트에 실패할 확률이 높고, 알코올이나 담배의 유혹에 빠지기 쉬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빅켈과 존슨은 마약 따위에 집착하는 등 기벽이 강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금전에 대해 높은 할인율을 요구한다는 것을 발견했지만, 거꾸로 기벽이 금전에 대해 높은 할인율을 요구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담배나 마약을 끊는 데 성공한 사람들은 금전에 대한 할인율이 낮아진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비만이나 그것에 관련된 건강 문제가 선진국에서는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미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체중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현상은 근시안적 습성이 워낙 강해서 눈앞의 유혹에 쉽게 빠져들어 결국에는 다이어트에 실패할 것이기 때문에 비만과 할인율이 상관관계일 것이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비만도를 측정하는 표준으로 비만도지수[BMI, 몸무게(kg) ÷ 키(m)²]가 세계 공통으로 사용되고 있다. 보건스(L. Borghans) 등은 네덜란드인을 대상으로 BMI와 할인율의 관련성을 조사했다. 그들은 개인의 비만도와 장래의 건강에 관한 할인율 사이에 다소 관련성은 있지만, 최근의 비만 증가를 할인율 상승과 연결 지어 생각할 수는 없다고 결론지었다. 최근의 비만 증가 추세는 고칼로리 식품을 싼 값에 입수하게 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일 것으로 짐작된다.

다른 시점 간 선택의 어려움

지금까지 살펴본 바로는 다른 시점 간의 선택이 경제학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지만 충분한 이론 전개는 얻을 수 없었다.

이 문제에 대해 로엔스틴 등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다른 시점 간의 선택을 이해하는 길은 더 나은 할인 함수를 도출하는 것보다 미래 의사 결정과 관련 있는 다양한 심리 프로세스를 파악하는 데 있다.” 또한 리드도 “다른 시점 간의 선택은 복잡한 현상이며, 필시 많은 메커니즘에 따라 결정된다”며 심리학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피크 엔드 효과

화제를 바꿔 시간의 경과가 사람의 효용 판단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보자. 과거에 경험한 일이 앞으로도 발생할 것 같아서 선호하는 현상은 현재의 의사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친다. 예전에 먹어보고 맛있다고 생각한 그런 과자를 다음에도 사려고 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다.

카너먼 등은 사람이 과거에 소비한 재화에서 얻은 효용이나 사건의 유쾌함과 불쾌함을 얼마나 기억하고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조사했다.

레델마이어(D. A. Redelmeier)와 카너먼은 결장경 검사를 받고 있는 환자 154명을 대상으로 고통의 정도와 검사의 전반적인 느낌을 조사했다. 환자에게는 검사 중 1분마다 고통의 정도를 보고하도록 하고, 검사 후에 전체적인 평가나 인상을 물어봤다. 조사 결과 결장경 검사에 대한 전반적인 느낌은 고통이 가장 컸을 때와 마지막 3분 동안 느낀 고통의 평균치에 따라 좌우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검사 시간이 4분에서 69분까지 큰 차이가 있었지만, 검사에 걸린 시간은 평가와 관계가 없었다. 고통이 가장 심할 때와 마지막 몇 분 동안 느끼게 되는 고통스런 기억이 조사 전체의 인상을 결정하기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카너먼 일행은 ‘피크 엔드(peak end) 효과’라 명명하고, 검사 시간의 길이는 검사의 전반적인 느낌과 관계가 없다는 특징을 부각시켜 ‘지속 시간의 무시’라고 부르게 되었다.

사람들이 기억에 의존하여 과거 사상(事象)에 대한 효용 판단을 내릴 때 이 2가지 특징이 강하게 나타난다. 즉 개별적인 경험을 종합하여 전체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중에서 가장 강한 부분과 마지막 부분의 느낌이 매우 강하게 작용(피크 엔드 효과)할 뿐, 사상(事象)의 지속 시간과는 관계가 없다는 사실이다.

아인슈타인은 “뜨거운 스토브에 1분간 손을 올려놓아보세요. 마치 1시간 정도로 느껴질 겁니다. 그런데 귀여운 여자와 함께 있으면 1시간이 지나도 아마 1분 정도로밖에 느껴지지 않을 겁니다”라고 하였다. 바로 이것이 ‘상대성’인데, 사건에 대한 기억 역시 상대적인 것이다.

카너먼과 레델마이어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검사가 끝났을 때 결장경을 곧바로 환자 몸에서 꺼내지 말고 1분 정도 기다렸다가 얼마 후 천천히 꺼내도록 하였다. 이 행위 자체는 불쾌한 일이지만 고통을 동반하는 일은 아니다. 그러자 환자가 검사 전반에 대해 기억하고 있는 인상이 일반적인 조치를 취할 때보다도 꽤 나아졌다. 피크 엔드 효과의 대표적인 예로서 ‘마지막이 좋으면 모든 게 좋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예전 검사 과정에서 느꼈던 고통의 정도가 다음 번에 다시 같은 검사를 받을지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기 때문에 검사 과정의 고통을 줄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검사를 받을 때 느끼는 고통을 줄이면 정기검진을 받는 환자가 증가하고, 그에 따라 병의 조기 발견·조기 치료로 연결되기 때문에 검사 과정에서 고통을 감소시키는 것은 의료 정책상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냉수 실험

카너먼과 프레드릭슨(B. L. Fredrickson) 등은 위와 같은 효과를 다른 실험에서도 확인했다. 그들은 실험 참가자에게 섭씨 14도인 차가운 물에 한쪽 손을 1분 동안 담근 다음에 곧바로 수건으로 물기를 닦게 했다. 다음에는 한쪽 손을 먼저 섭씨 14도인 물에 1분 동안 담그고 난 후 30초 동안 서서히 수온을 섭씨 15도로 올렸다. 실험이 끝났을 때 실험 참가자에게 다시 한 번 손을 물에 담가야 하는데, 1분 만에 끝나는 짧은 쪽과 1분 30초 걸리는 긴 쪽 중 어느 쪽을 선택할지를 물었다.

시간이 길게 걸린 쪽에서 마지막에 불쾌감이 줄어들었다고 느낀 실험 참가자 중 80%는 긴 시간 쪽을 선택했다. 그러나 불쾌감이 가벼워지지 않았다고 느낀 실험 참가자는 40%만이 긴 시간 쪽을 선택했다. 불쾌한 시간이 길었음에도 마지막에 불쾌감이 감소했다고 느낀 사람은 긴 시간 쪽을 선택한 것이다. 이 역시 피크 엔드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불쾌감의 정도가 같다고 대답한 사람들은 시간이 짧은 쪽과 긴 쪽을 대략 반반씩 선택해 시간의 길이를 무시하였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실험 참가자들은 마지막 30초를 제외하면 시간이 길거나 짧거나 간에 수온이 같다고 느끼지 않았다. 긴 쪽의 싫은 순간은 최후가 좋아짐에 따라 약해진 것이다. 카너먼은 과거의 일은 영화 같은 연속적인 흐름으로서가 아니라 스냅사진처럼 단편적으로 기억되는 것은 아닐까라고 지적하였다.

금전적 이익의 평가

이상의 관찰이나 실험은 아픔이나 불쾌감 등의 감정적인 자극에 대한 평가였지만, 금전적 이익에서도 마찬가지로 피크 엔드 효과나 지속 시간을 무시하는 경향이 나타날 것인가? 이런 의문을 품은 랭거(T. Langer) 등은 다음과 같은 실험을 실시했다.

그들은 독일 학생을 대상으로 일련의 과제에 대답하게 하고, 실제로 이익을 돈으로 지불했다. 그들의 실험은 컴퓨터 화면에 ‘A+4’가 표시되면 A의 네 번째 뒤에 나오는 알파벳을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물론 정답은 E다. 이와 같은 문제를 10~20개씩 묶어 1개 유형을 구성하였다.

처음에는 실험 참가자에게 일정 금액을 주었지만, 제한 시간을 초과하거나 오답을 말하면 금액을 깎았다. 그리고 2가지 유형의 문제에 답변토록 한 뒤 “어느 쪽 문제에서 많은 돈을 얻었다고 생각하는가”와 “어느 쪽 문제가 어려웠는가” 하는 2가지 질문에 대답하게 했다.

그 결과, 실제로는 공제된 금액이 큰 긴 문제 유형 쪽에서 얻은 금액이 크다고 판단하는 지속 시간의 무시와, 마지막 문제의 난이도와 공제된 금액이 큰 문제의 개수가 문제 유형 전체의 난이도를 결정하는 피크 엔드 효과 등이 많이 나타났다. 공제된 금액이 적고 획득 금액이 큰 문제 유형 역시 그렇다고 인식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아픔이나 불쾌감 등과 같은 감상적인 인상뿐만 아니라 상당히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을 법한 금전적인 이익에 관해서도 같은 효용 평가 방법이 적용된 것이다.

예측하기 어려운 장래의 선호

로엔스틴과 아들러(D. Adler)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머그 컵을 보여준 후 그것을 가지게 되었다는 상상을 하게 했다. 그런 다음 머그 컵을 가져도 되고 팔아도 좋은데, 팔 경우에는 얼마에 처분할지를 물었다. 팔아도 되겠다고 답변한 평균 금액은 3.73달러였다.

다음 단계로 머그 컵을 실제로 실험 참가자에게 주고, 팔아도 될 가격을 물었다. 평균액은 4.89달러로 상승했다. 불과 몇 분 전에 예측한 금액보다 훨씬 상승한 것이다.

이것은 소유 효과가 작용하여 나타난 결과라고 생각되지만, 자기 수중에 들어오면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소유 효과가 작용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오히려 자신의 장래 효용이나 평가 예측을 정확하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몬슨은 학생들에게 학급 미팅에서 먹을 스낵류를 고르게 하고, 효용 예측의 정확성을 조사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3주간 계속해서 실시되는 학급 미팅용으로 스낵 몇 가지를 준비하고 매번 미팅 때마다 하나씩 고르게 하자, 많은 실험 참가자들이 매번 종류가 같거나 거의 비슷한 스낵을 선택했다. 그러나 3회분 과자를 한꺼번에 고르게 하자 각기 다른 스낵 3가지를 선택한 학생이 대다수였다.

더욱 흥미로운 일은, 매회 하나씩 고르라고 하면 어느 것을 선택할지 사전에 예측하게 했더니 거의 같은 것을 선택한다는 답변이 많았다. 즉 예측 단계에서는 매회 거의 동일한 것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실제로 정리하여 선택하게 하면 그 예측에 반하는 행동을 취하는 것이다. 이처럼 자신이 예측하는 것과 실제 행동은 서로 다른 것이다.

세 가지 효용 개념

18세기 공리주의 철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제러미 벤담(Jeremy Bentham)이 기초를 만들고, 고전파 경제학자들이 사용해온 효용 개념은 실제 경험에 따라 얻게 되는 효용이었다.

벤담은 그의 저서 《도덕과 입법의 원리 서설》에서 이렇게 서술하고 있다. “자연은 인류를 즐거움과 고통이라는 두 지도자의 지배 아래 두었다. 우리들이 달성해야 할 일을 지시함과 동시에 마찬가지로 우리들이 달성하게 될 일을 결정하는 자는 역시 군주뿐이다.” 이 말은 고통과 쾌락이 효용 그 자체를 나타낸다는 것이었다.

한편, 근대경제학에서 효용은 점차 선호라는 개념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A가 선택되고 B가 선택되지 않은 것은 A가 B보다 선호된, 즉 A가 B보다 효용이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되며, 반대로 A가 B보다 선호되었다면 B가 아닌 A가 선택된다는 ‘현시 선호 이론(顯示選好理論)’이 적용되기에 이르렀다. 이로써 이론상 선호와 선택은 일치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바꿔 말하면 경험에 따라 얻은 효용과 의사 결정 단계에 상정된 효용은 항상 같다고 생각된 것이다. 이 책에서도 선호와 선택이라는 단어는 동의어로 사용되고 있다.

카너먼은 벤담이 말한 유쾌·불쾌 경험에서 얻은 효용을 ‘경험 효용’이라 부르고, 사건을 기억에 따라 평가할 때 이용되는 효용을 ‘기억 효용’이라 부르며, 양자를 구별했다.

이 구별이 의미 있다는 것은 앞에서 이야기한 그대로다. 실제로 경험한 효용과 기억에 의한 효용은 다르다. 그리고 무엇을 살지, 무엇을 먹을지, 어느 만큼 저축할지 등 미래에 관한 의사 결정에서는 장래에 자신이 얻을 효용을 예측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효용의 예측은 의사 결정을 위해 필요하기 때문에 ‘결정 효용’이라 부른다. 그리고 결정은 과거 사건에서 얻은 기억 효용에 기초를 두고 행해지기 때문에 앞으로 자신이 얻을 경험 효용과는 다른 두려움이 있다.

과거의 경험에서 배우는 학습으로 장래에 무엇을 해야 할지를 결정하기 때문에 기억 바이어스는 중요하다. 기억에 바이어스가 있으면 장래의 선택에도 바이어스가 걸리기 때문이다. 합리적인 선택을 위해서 이는 중요한 문제다.

카너먼은 이 같은 효용 개념의 분류는 주류 경제학의 합리성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라고 규정했다. 즉 주류 경제학에서는 자신이 경험한, 또는 경험할 소비나 사건에서 얻을 효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고, 그것을 기초로 하여 장래의 의사 결정을 행하면(암묵적으로 가정되어 있지만) 그것은 성립되지 않는다고 본다. 경험 효용, 기억 효용, 결정 효용은 서로 다른 개념이다.

만족을 최대화할 수 있을까?

제6장과 제7장에서 살펴본 바로는,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선호나 효용에 관한 다양한 성질 때문에 ‘효용 최대화’는 상당히 어려운 요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은 경험 효용에서 얻을 수 있는 만족을 최대화하고 있는 것일까? 히시(Hsee) 등은 사람들이 만족을 최대화하지 않고 있거나, 혹은 최대화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한다.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어느 선택 대안을 선택해야 장래의 만족감이 최대화되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만족을 최대화할 선택 대안을 알았다고 해도 실제로 그것을 선택한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 양쪽 모두 발생할 때도 있다.

첫째, 장래의 경험 효용에 대해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그 원인 가운데 하나는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카너먼 등이 지적한 경험 효용과 기억 효용의 불일치 때문이다.

둘째, 로엔스틴 등이 말한 ‘투영 바이어스’가 있다. 사람은 장차 자신이 무엇을 선호할 것인지를 예측할 때 현재 자신의 상태를 과대평가하여 향후 시점에서도 그 상태가 계속될 것이라고 강하게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쉬운 예로, 사람들이 배가 고플 때는 슈퍼마켓에서 식료품을 너무 많이 사버리는 현상을 자주 볼 수 있다. 현재의 감정 상태나 식욕, 성욕과 같은 본능은 그 상태를 지속하기 어려운데, 장래 시점에서도 그런 상태가 오래 계속될 것이라고 오해하여 예측하기 때문에 나중에 후회할 선택을 하기 쉬운 것이다. 현재의 그림자가 장래에 투영되었다는 의미이다.

셋째, 히시 등이 말하는 ‘과다 구별 바이어스(distinction bias)’다. 예를 들면, 급료는 높지만 지루한 업무와, 급료는 적지만 재미있는 업무 중 어느 쪽을 선택할지를 결정할 경우에서는 수량적인 차이(급료의 차이)는 과대평가되기 쉽고, 질적인 차이(재미의 차이)는 과소평가되기 쉽다고 한다. 그리고 어느 쪽을 선택할지 결정할 때에 고려될 결정 효용과 실제로 일을 하게 된 후에 느끼는 경험 효용은 다른 것이다. 이 때문에 만족을 최대화할 수 없을 가능성이 있다.

넷째, 제6장에서 서술했듯이 선택 대안이 많은 것이 과연 좋은가 하는 문제다. 선택 대안이 많으면 많을수록 언뜻 만족도 역시 높아질 것으로 생각되겠지만 반드시 그렇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추첨에서 파리 여행이 당첨되면 기쁘고, 하와이 여행이라도 기쁘다. 그러나 파리 여행과 하와이 여행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면 만족도가 낮아진다. 파리를 선택한 사람은 “파리에는 바다가 없다”고 불만을 느낄 테고, 하와이를 선택한 사람은 “하와이에는 훌륭한 미술관이 없다”는 불평을 늘어놓을 것이다.

또한 실제로 만족을 최대화하는 선택 대안을 알았다 해도 그대로 선택한다고 단정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우선 제7장에서 서술한 ‘충동성’ 또는 ‘근시안성’이 좋은 예다. 먼 장래의 건강을 생각해서 지금 즉시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데, 그리고 그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는데도 눈앞의 케이크에 손이 가버린다. 최선의 선택 대안은 알고 있지만, 실행으로 옮길 수 없는 것이다.

둘째 문제로는 룰에 따른 선택이 있다. 제6장에서 서술했듯이 다양한 선택 대안을 선호하는 경향이라든지, 매몰원가 효과의 원인이 되는 ‘헛된 일을 하지 말라’는 행동 규범을 들 수 있다. 휴리스틱에 따른 선택 역시 룰에 따른 선택의 일종이다.

셋째로 제6장에서 다루었듯이 사람들은 설령 만족도를 낮추더라도 어떤 이유에 근거를 두어 설명할 수 있는 선택 대안을 고르는 경향이 있다. 히시 등은 이를 ‘소박 합리주의’라 명명했다. 이를 ‘소박 경제주의’로 말하는 사람도 있다. 예를 들면 그들의 실험에서는, 50센트짜리 하트 모양 초콜릿과 2달러짜리 바퀴벌레 모양 초콜릿을 고르게 하면 2달러짜리를 고르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러나 실제로 먹을 때에 어느 쪽이 만족도가 높을지를 물으면 하트 모양이라고 답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다음으로는 역시 히시와 동료 학자들이 ‘수단의 극대화(medium maximization)’라 부르는 현상이 있다. 실제 상품보다는 상품 구입 후 받게 되는 포인트라든지 마일리지 같은 수단을 모으는 일이 더 중요한 목적이 된 것을 말한다. 평소에 자주 경험하는 일이지만 이런 행위 역시 실험으로 확인되었다.

실험 참가자 중 어떤 그룹에게는 즐거운 과제와 노력이 필요한 과제를 고르게 하고, 그 대가로 전자에게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후자에게는 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을 준다고 했다. 다른 그룹에게는 즐거운 과제에 60포인트를 주고, 그것을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교환할 수 있는 권리를 주었다. 노력이 필요한 과제에는 100포인트를 주고, 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과 교환할 권리를 주었다. 하지만 이 포인트는 다른 곳에서는 사용할 길이 없다.

매개 수단이 없는 그룹에 속한 사람들 대부분은 즐거운 과제를 선택하고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얻었다. 그러나 포인트를 매개로 한 그룹에 속한 사람들 대부분은 노력이 필요한 과제를 선택하고 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을 획득했다. 그러나 모든 참가자에게 아이스크림의 선호도를 묻자 거의가 바닐라라고 대답했다. 이 결과는 단순한 매개인 포인트가 높은 쪽으로 이끌렸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돈도 역시 매개에 지나지 않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돈을 얻으려고 열심히 일하지만 반드시 만족감이나 행복으로 연결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 로버트 프랭크(R. H. Frank)는 다양하고 풍부한 문헌과 데이터를 통해 절대적인 소득수준이 행복감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행복에 관한 연구가 최근 경제학이나 심리학의 중요한 주제 가운데 하나가 되었지만, 사람이 무엇을 행복하다고 생각하는지 그것을 달성할 수 있을지 하는 테마를 중심 주제로 삼고 있다. 여기서 서술했듯이 사람들이 과연 만족을 최대화할 수 있을지 하는 문제야말로 행복 연구의 중요한 주제라 할 수 있다.

댓글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