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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장

이성과 감정의 댄스

행동경제학의 최전선


“우리 문화에서 사고와 감정은 거의 관계가 없는, 별개의 세계에 있는 것으로 잘못 가르쳐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사고와 감정은 항상 서로 얽히고설켜 있다.”

마빈 민스키(Marvin Minsky) 《마음의 사회》

“마음에는 이성이 모르는 이유가 있다.”

블레즈 파스칼(Blaise Pascal) 《팡세》

“감정이 인간을 지배할 때에는 이성은 손발을 쓸 수 없다.”

대니얼 골먼(Daniel Goleman) 《EQ-마음의 지능지수》


이 책에서 지금까지 살펴봤듯이 합리적으로 추론하고 냉정히 결정해서 계획을 세운다고 반드시 잘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뜻밖이라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더 좋은 의사 결정을 하는 데 감정이 중요한 구실을 한다는 사실이 최근 심리학이나 뇌신경과학의 발전에 따라 밝혀지고 있다. 행동경제학의 최전선 테마도 감정의 적극적인 의의와 관련이 깊다.

제9장에서는 우선, 감정이 지닌 플러스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춰 이성과 감정의 상호 작용에 대해 뇌신경과학이 연구해온 방법에 따라 탐구하려 한다. 둘째로는, 신경경제학이라는 새로운 연구 영역에 대해 소개하고, 셋째로 제8장에서 살펴본 협력 행동을 지지하는 감정이 진화의 힘에 따라 어떻게 형성되어왔는지를 살펴본다.

1. 감정의 움직임

우리들은 어릴 적부터 줄곧 “감정적이 되지 말라”, “냉정히 판단하라”는 교육을 받아왔다. 또 감정이 합리적인 판단이나 결정에 장애가 되는 사례를 드는 일은 용이하지만, 반대로 감정이 없으면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해보지 않았을지 모르겠다. 경제학을 공부한 사람은 교과서나 수업에서 감정이라는 단어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닐까?

수중에 있는 주류 경제학 교과서를 20권 정도 조사해봤지만 색인에 ‘감정’이라는 항목이 있는 책은 한 권밖에 없었다. 그 유일한 예외는 로버트 프랭크(Robert H. Frank)가 쓴 《미시경제학과 행동》이라는 영문 저서다. 뒤에 서술하겠지만, 프랭크는 경제학의 세계에 감정의 중요성을 주입하려 한 선구자 가운데 한 사람이기 때문에 완전히 예외에 속한다.

지금까지 경제학에서는 사람의 감정 따위는 불필요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선호’는 취향이기 때문에 감정에 의해 결정된다. 즉 주류 경제학에도 감정이라는 요소는 들어가 있는 것이다. 다만 사람들에게 일관성 있고 안정된 선호가 있다고 가정되었을 뿐이며, 감정이 본질적인 기능을 다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경제적 인간은 감정에 좌우되지 않고 오직 계산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경제적 인간은 시장은 중시하지만 사정(私情)이나 시정(詩情)에는 관심이 없다. 금전에 관련한 일을 좋아하지만 다른 사람의 진정한 마음을 아는 일에는 흥미가 없는 사람들이다.

심리학이나 의사결정이론에서도 제3장에서 설명한 시스템 II에 속하는 인지나 심사숙고 같은 사고가 중시되고, 시스템 I에 속하는 감정이나 정서 등의 역할은 완전히 무시되어왔거나 또는 합리적 결정을 교란하는 요인으로밖에 간주되지 않았다.

그러나 심리학자 로버트 제이존크(R. B. Zajonc) 등의 연구를 계기로 판단이나 의사 결정에 감정이 담당하는 역할의 중요성이 평가되기 시작했다. 또한 안토니오 다마지오(Antonio R. Damasio)나 조지프 르두(Joseph LeDoux) 같은 신경 과학자는 감정이 맡은 적극적인 역할, 즉 감정이 없으면 적절한 판단이나 결정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사이먼은 애초부터 이 사실을 꿰뚫고 있었고, “인간의 합리성에 관한 완전한 이론을 얻기 위해서는 감정의 기능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고 하였다.

윤리에 관한 감정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심리학자인 조너선 하이트(J. Haidt)는 감정이 머리고, 합리성은 꼬리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그는 “머리가 서쪽을 향하면 꼬리는 동쪽”이라고 주장한다. 머리 즉 감정이 주도하고, 꼬리 즉 합리성은 뒤에 따라오는 것이라는 표현이다.

TV 드라마 《스타 트렉》에 등장하는 스포크 함장과 데이터 소령은 모두 인간이 아니다. 벌컨 행성 사람인 스포크 함장과 안드로이드인 데이터 소령은 전혀 감정에 휘말리지 않은 채 오직 이성과 합리적 계산만으로 엔터프라이즈호를 이끈다. 과연 우리들은 그이들처럼 행동하는 것이 가능할까?

휴리스틱으로 작용하는 감정

제3장에서 살펴보았듯이 사람의 판단이나 의사 결정은 휴리스틱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휴리스틱의 대표적인 예로서 이용 가능성, 대표성, 기준점과 조정 등이 있다.

여기서는 감정이 휴리스틱의 기능을 담당하는 경우를 살펴보자. 폴 슬로빅 등은, 감정이 확률 판단을 포함한 여러 형태의 다양한 판단이나 의사 결정에서 휴리스틱으로서 작용한다고 주장한다.

사람은 선택 문제에 직면하면 가장 먼저 선택 대상이 ‘좋은지’, ‘나쁜지’ 또는 ‘유쾌한지’, ‘불쾌한지’ 하는 감정을 직감적으로 파악하고, 그것을 가이드라인으로 하여 또는 그에 따라 선택 대안을 압축한 다음 그중에서 최종 대상에 대한 판단을 의식적으로 하게 된다.

제이존크는, 모든 지각은 반드시 어떤 감정을 동반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우리들은 단순히 집을 보는 것이 아니다. 아름다운 집이든 추한 집이든 외관을 꾸민 집을 보는 것이다”라고 표현한다. 또한 제이존크는 사람들이 다양한 선택 대안의 모든 이점이나 차선책을 적절히 고려하여 합리적인 방법으로 심사숙고하여 판단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경우는 희박하다 말한다. 실제로 X를 선택하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은 “단순히 X가 좋다”라고 말하는 것이며, 좋아하는 차를 사고, 좋아하는 일자리를 얻고, 매력적인 집을 사고, 나중에 그 선택에 대해 다양한 이유를 들어 정당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제6장에서 서술한 ‘이유에 기초한 선택’의 배후에는 이와 같은 감정의 움직임이 있을지 모른다.

감정은 시스템 I에 속하며 신속하고 자동적으로 일어난다. 선택 대상을 자세히 음미하고 그것의 장점(merit)과 단점(demerit)을 다양한 관점에서 측정하는 것에 비해, 대상에 대한 감정적인 인상은 훨씬 빠르고 효율적으로 얻을 수 있다. 문제가 복잡하고 어떤 대상을 충분히 검토하기 위한 시간이나 인지 자원이 부족할 때에는 특히 그렇다. 따라서 감정이 휴리스틱의 기능을 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판단이나 결정은, 시스템 I에 속하는 감정이나 직감과 시스템 II에 속하는 사고가 협동하는, 이른바 ‘감정과 이성의 댄스’(피누케인(M. L. Finucane) 등에 의해)로 실행되는 것이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감정이 더 뛰어날 수 있다.

감정이 휴리스틱 기능을 하는 예를 살펴보자. 원자력·약품·기계류 등에 대해서는 리스크와 편익은 플러스 상관관계일 때가 많다. 즉 편익이 큰 경우는 리스크도 크고, 반대로 편익이 작은 경우는 리스크도 적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런 반대의 상관관계, 즉 편익이 크면 리스크가 적고, 편익이 적으면 리스크가 크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슬로빅 등은 농약 같은 약품 사용에 대해서, 농약이 초래할 편익과 농약을 사용함으로써 일어날 수 있는 리스크 사이의 관계는 강한 플러스 마이너스 감정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어떤 활동이나 기술의 리스크와 편익에 대한 판단은 그것을 어떻다고 생각하는가뿐만 아니라 어떻다고 느끼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사람들에게는 어떤 활동을 좋아하고 플러스 감정을 품고 있다면 그 활동으로 수반되는 리스크는 작고 또한 편익은 크다고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그 활동을 싫어하고 마이너스 감정을 품고 있으면 그 활동으로부터 초래되는 리스크는 크고, 편익은 작다고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즉 편익이 크다(작다)는 정보가 나타나면 리스크는 작다(크다)고 추론한다.

슬로빅 등은 사람들이 원자력에 대해 이런 판단을 한다는 것을 확인했으며, 또한 영국 독극물협회에 소속된 전문가들조차도 독극물의 리스크와 편익 사이에 이 같은 관계가 있다고 간주하는 사실을 나타냈다.

그리고 피누케인과 슬로빅 등은 시간이 한정되어 있는 경우 사람들의 판단 방법을 조사했다. 이를 위해 실험을 할 때 질문을 하고 답변 시간을 짧게 제한하였다. 그러자 예상대로 편익과 리스크에 관한 역(逆)상관관계가 더욱 강하게 드러났다. 생각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감정이 우세해져 판단에 반영된 것이다.

시브(B. Shiv)와 페도리킨(A. Fedorikhin)은 선택에 대한 감정과 사고의 영향에 대해 매우 인상적인 실험을 실시했다. 그들은 실험 참가자인 학생들에게 두 자리 또는 일곱 자리 숫자를 기억하게 한 다음 다른 방으로 이동하여 그 숫자를 보고하는 과제를 내주었다. 이동 도중 복도 진열대에 초콜릿 케이크와 과일 샐러드가 준비되어 있어서 아무거나 좋아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재미있는 것은 두 자리 숫자를 기억한 학생들은 샐러드를, 일곱 자리 숫자를 기억한 학생들은 케이크를 많이 선택했다.

설문 조사에서 학생들은 모두 샐러드가 케이크보다 건강에 좋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즉 일곱 자리 숫자를 기억해야 하는, 인지적인 부하가 높은 작업을 하고 있는 때에는 감정이 우세하여 평소에 더 맛있다고 느끼는 케이크를 선택하였고, 두 자리 숫자를 기억해야 하는 학생들은 인지 자원이 충분히 남아 있어서 사고에 의해 샐러드를 선택했다고 여겨진다.

해결 수단으로 작용하는 감정

경제학자 로버트 프랭크는 사람들이 의사 결정을 감정에 맡김에 따라 합리적으로 생각할 때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낳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관여 문제의 틀로 나타냈다.

‘커밋먼트(commitment)’는 사전적 용어로 표현하면 전력을 다하는 일이나 적극적인 관여를 의미하지만 경제학에서 사용될 때에는 그 의미가 훨씬 더 강하다. 경제학에서 커밋먼트는 하나 또는 여럿인 선택 대안을 포기하는 것 또는 그렇게 하겠다는 사인이며, 그에 따라 자신이나 타인의 인센티브나 기대를 바꾸고, 행동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의미한다. 즉 몇 가지 선택 대안을 포기함으로써 장래의 자신 또는 타인의 행동에 영향을 끼치려는 것이다.

커밋먼트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커밋먼트 문제라고 한다. 예를 들면 금연하고 싶으면 친구나 가족에게 금연을 선언하고 재떨이를 버리고, 금연에 실패할 경우 크게 한턱내겠다는 약속을 친구와 하는 행동, 다이어트를 위해 간식을 끊고 싶으면 크기가 한 치수 작은 옷을 사서 방에 걸어두고 매일 보면서 파티에서 그 옷을 입은 자신감 넘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는 행동 따위다. 저축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이 급료를 받기 전에 일정액을 공제하여 재형저축을 들거나 도중에 해약하면 비싼 위약금을 내야 하는 정기적금을 하는 것도 커밋먼트에 속한다.

커밋먼트는 장래 자신의 행동을 구속하기 때문에 제7장에서 다룬 다른 시점 간의 선택 중 하나이며, 자신의 의지가 약하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는 사람들은 스스로 커밋먼트를 함으로써 선호가 역전되는 것을 예방하기도 한다. 앞에서 예로 든 금연이나 다이어트 결심 같은 사례는 자기 자신의 행동을 구속하는 커밋먼트들이다.

호메로스가 트로이 전쟁을 그린 2대 서사시 중 하나인 《오디세이아》에서 주인공 오디세우스가 노래하는 마녀 세이레네스의 요염한 노래에 유혹되어 자신의 배가 난파되지 않게 하기 위해 취한 행동을 살펴보자. 오디세우스는 밀랍으로 선원들의 귀를 막아 세이레네스의 소리를 듣지 못하게 하고, 자신은 선원에게 명령하여 온몸을 배에 묶게 해서 세이레네스의 소리는 들을 수 있지만 배를 움직일 수 없도록 했다. 이것이 바로 커밋먼트의 대표적인 예로서 존 엘스터처럼 커밋먼트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자주 이용하는 예기도 하다.

셸링은 전혀 다른 사례로 궁지에 몰린 유괴범 이야기를 제시하고 있다. 유괴범이 겁이 나서 인질을 풀어주고 싶지만, 인질이 경찰에 신고할까 봐 쉽게 풀어줄 수 없다. 인질은 신고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지만, 입으로만 하는 약속일지도 모른다. 여기서 유괴범은 어쩔 수 없이 인질을 죽일지도 모른다. 그러면 인질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셸링의 제안은 언뜻 보기에 기발하다. 숨겨야 할 정도로 깊은 비밀이 있으면 그것을 유괴범에게 고백하면 된다. 없다면 유괴범 앞에서 부끄러운 행동을 해서 그 장면을 사진으로 촬영하면 된다. 그렇게 하면 설혹 인질이 경찰에 고발하여 유괴범이 잡히더라도 자기 자신의 비밀이나 부끄러운 행동이 밝혀지기 때문에 “경찰에 고발하지 않겠다”는 약속의 신뢰성이 높아지게 된다.

프랭크는 커밋먼트 문제 중에서 합리적인 계산으로 결코 해결되지 않지만, 감정으로는 잘 해결되는 것이 있다고 주장한다. 프랭크가 제시한 다음 커밋먼트 문제에서는 감정이 강력한 해결 수단이 된다.

당신이 20만 원짜리 가방을 가지고 있고, 지인이 그 가방을 강렬히 원한다고 하자. 지인이 가방을 훔치면 당신은 고소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한다. 만일 고소하면 변호사 비용이 들고, 일을 하루 쉬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20만 원 이상 든다. 이는 가방 가격보다 비싸기 때문에 당신 입장에서 경제적으로 이익이 없다.

여기서 당신이 경제적인 이익만을 추구하는 인간이며 지인이 그 사실을 알고 있다면 지인은 가방을 훔칠지도 모른다. 훔치면 고소하겠다고 협박해도 효과는 없다. 그런데 당신이 경제적인 이익만을 위해 행동하지 않는, 주류 경제학식으로 말하면 비합리적인 인간이라 하자. 즉 지인이 가방을 훔치면 당신은 화가 나서 다소 경제적인 희생을 치르더라도 지인을 고소할 것 같은 인간이라고 하자. 당신이 그런 감정적인 인간이라는 사실을 지인이 알고 있다면 가방을 탐내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합리적으로 금전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화가 나는 감정에 몸을 맡기는 인간일 때가 오히려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 당신이 지인과 레스토랑을 동업하고 있다고 하자. 지인은 뛰어난 요리사지만 경영에는 문외한이다. 반대로 당신은 경영에 관해서는 잘 알지만 인스턴트 라면조차 끓이지 못한다. 두 사람이 힘을 합치면 레스토랑을 잘 운영해갈 수 있지만, 두 사람에게는 모두 상대방을 속일 방법이 있다.

당신은 장부를 속여 자기 계좌로 돈을 넣을 수가 있고, 지인은 식품 납품업자와 결탁하여 비용을 부풀려 뒷돈을 받을 수가 있다. 어느 한쪽이 속임수를 쓴다면 그 사람은 큰 이익을 얻을 수 있고 상대편은 손해를 본다. 양쪽 모두 배신하면 최악이며, 반대로 양쪽 모두 정직하게 경영한다면 두 사람 모두 이익을 최대로 올릴 수 있다.

이는 앞에서 말한 죄수의 딜레마 그 자체다. 이처럼 공동경영에서는 사익 추구를 철저히 하면 양쪽 모두 배신의 유인이 있고, 반대로 강한 커밋먼트를 할 수 있으면 양쪽 모두에게 좋은 결과가 된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역시 배신한다면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인간이라는 사실을 평소에 강하게 믿게 해두면 좋다. 만일 배신한다면 적잖은 희생도 불사하고 상대를 추궁하겠다는 자세를 보여준다면 배신을 방지할 수 있다. 여기서도 합리적인 행동보다는 감정에 맡기는 비합리적인 행동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또한 부부 관계를 장기적으로 지속시키는 커밋먼트 문제에서는 애정이 강력한 해결 수단이라고 프랭크는 말한다. 배우자를 결정하는 일이나 결혼 생활을 지속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는 장기간에 걸친 사업을 합리적인 계산에 따른 계약이나 약속만 믿고 시행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애정을 느끼는 상대를 배우자로 만나면 당사자에게 장기적으로 이익이 된다. 이처럼 애정에 의지하는 쪽이 합리적인 결정보다 결국 유리하게 된다. 이것이 커밋먼트 수단으로 작용하는 애정 활동이다.

피니스 게이지 사건

1848년 9월 13일 오후 4시 30분, 미국 버몬트 주에서 비극이 일어났다. 그 순간 우수한 철도 공사 감독관인 피니스 게이지(Phineas Gage)가 그의 일생을 바꿀 일생일대의 사고를 당했다.

게이지가 하는 일은 철도 공사 현장에서 공사에 방해가 되는 암석 따위를 폭파하여 제거하는 일이었다. 그는 그 방면에서 매우 유능한 사람이었고 상사에게 신뢰도 높았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발파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작업은 바위에 구멍을 파 화약을 넣은 다음 도화선을 삽입하고 그곳을 모래로 채우는 순서로 진행된다. 마지막으로 쇠막대기로 모래를 가볍게 두드려 구멍을 메운다. 게이지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화약과 도화선을 구멍에 넣고 조수에게 모래를 채우도록 지시했다. 그때 누군가 등 뒤에서 그를 불렀고, 그 때문에 주의가 산만해졌다. 그리고 조수가 구멍에 모래를 넣기 전에 쇠막대기로 바로 화약을 두드려버렸다. 그 순간 길이 190cm, 무게 6.2kg인, 끝이 약간 가는 쇠막대기가 날카로운 소리를 내면서 게이지를 향해 날아왔다. 쇠막대기는 게이지의 왼쪽 뺨에서 대뇌의 전두부를 관통하여 30m 떨어진 곳까지 튀어나갔다.

즉사하지는 않았다. 그러기는커녕 의식도 있었고 지켜보고 있는 사람에게 자신의 상처에 대해 설명도 할 수 있었다.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염증과 싸워 2개월도 되지 않아 퇴원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되었다. 이것만으로 이야기가 끝난다면 비극이라기보다는 좀처럼 보기 드물게 운이 좋은 생환 이야기가 될지도 모른다.

게이지의 진짜 비극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게이지의 인격이 완전히 변해버린 것이다. 이전에는 온화하고 에너지 넘치고 정서적으로 균형 잡힌 유능한 현장 주임이었는데, 그 이후로는 무례하고 고집 세고 변덕스럽고 우유부단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왼쪽 눈은 실명했지만 오른쪽은 멀쩡해서 걸을 수도 있었고 양손을 잘 사용할 수 있었다. 대화나 언어 사용에도 문제는 없었다. 육체적이 아닌 인격적인 측면만이 문제가 되었다. 그 후 그는 당연한 일이지만 정상적인 일을 얻지 못하고 여러 곳을 전전하면서 그럭저럭 살아가다가 사고가 난 지 13년 후에 사망하였다.

전두엽 손상 환자 엘리엇

미국의 신경학자이며 신경과 의사인 안토니오 다마지오가 자신의 책 《데카르트의 오류》에 자세히 기술한 내용은 그가 직접 진찰하고 치료한, 현대판 게이지라 할 만한 환자들에 관한 이야기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이 엘리엇이라는 환자다. 엘리엇은 무역회사에서 일하는, 유능하고 동료들의 본보기였으며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뇌종양이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종양 그 자체는 외과 수술로 제거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종양의 압박으로 손상된 뇌의 전두엽 조직 일부도 같이 제거되어야 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운동이나 언어능력, 지적 능력에도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지능지수는 높은 수준이었고, 논리력·주의력·기억력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학습·언어·계산 능력도 완전히 정상이었다. 요컨대 지적 측면에서는 아무런 장애가 없었던 것이다. 다음으로 인격 테스트를 받았다. 그것도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엘리엇은 업무에 복귀할 수 없었다. 문제는 엘리엇이 어떤 결정도 내릴 수 없다는 데 있었다. 다양한 일에 대해 업무상 필요한 결정을 도저히 내릴 수 없었다. 수준 높고 어려운 판단이 필요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단순히 파일을 정리한다든지, 순서대로 나열한다든지 하는 간단한 작업도 할 수 없었고,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 준비까지 다른 사람의 지시가 없으면 혼자 힘으로 할 수가 없었다. 엘리엇은 완전히 정상적인 지성과 인격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적절한 결단을 전혀 내릴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리고 다마지오가 더욱 놀란 일이 있었다. 엘리엇이 감정이 없는 사람으로 변했다는 사실이다. 감정 표현이 없다고 해서 자기 감정을 무리하게 억제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몸에 일어난 비극을 한탄하거나 괴로워하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다마지오는 엘리엇과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언뜻 괴로워할 것 같은 엘리엇보다 내가 더 괴로워하고 있다고 느낄” 만큼 엘리엇은 무감정 상태였다. 슬픔도 불안감도 없었다. 항상 온화하고 그리고 놀랄 만큼 자기 자신의 감정이 예전과 달라졌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었다.

여기서 다마지오의 추측이 시작된다. ‘정서나 감정의 쇠퇴가 엘리엇의 의사 결정 불능에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가능성이다.

소매틱 마커 가설(Somatic Marker Hypothesis)

다마지오는 소매틱 마커 가설(somatic marker hypothesis)이라는, 감정이 맡는 특별한 기능을 중시한 가설을 제시했다. ‘소마(soma)’는 그리스어로 ‘신체’, ‘육체’를 뜻하며 내장(內臟)감각, 신체감각이라는 어감을 주는 단어다. 소매틱 마커 가설을 대충 설명하면, 추론이나 의사 결정을 내릴 때는 일종의 ‘신체감각’이 중요한 기능을 한다는 뜻이다. 선택을 할 때 선택 대안에 관한 손익계산을 정확하게 하기 이전에 신체 반응이 먼저 생긴다는 말이다.

“특정 반응 옵션과 관련되어 나쁜 결과가 머리에 떠오르면 희미하게나마 어떤 불쾌한 ‘직감’을 경험하게 된다. 그 감정은 신체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나는 이 현상에 ‘소매틱한 상태’라는 전문 용어를 붙였다. 그리고 그 감정은 이미지 하나를 표시(mark)하기 때문에 그것을 ‘마커’라고 부르기로 했다.”

다마지오는 어떤 사건이나 사물·장소 등이 나쁜 감정을 초래하거나 반대로 좋은 감정을 초래하는 것을 경험하면 그 사건 등이 감정과 함께 기억된다고 설명한다. 즉 같은 경험을 반복했을 때 예전의 경험 때문에 희미하게나마 유쾌하고 불쾌한 감정을 느낀다고 한다.

그리고 소매틱 마커의 활동에 따라 수많은 선택 대안 중에서 곧바로 배제될 것이 발생하고, 압축된 몇몇 선택 대안 중에서 합리적인 사고에 따라 마지막 대상이 선택된다고 한다.

도박 과제

다마지오 등은 소매틱 마커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모의 도박 실험을 실시했다. 다마지오가 소속된 아이오와 대학(현재는 남캘리포니아 대학 소속)에서 고안되었기 때문에 이 실험은 ‘아이오와 도박 과제’로 불리기도 한다.

이를 간단히 살펴보자. 실험 참가자 앞에 카드 묶음 A·B·C·D 네 개가 놓인다. 플레이어에게는 가짜 돈 2,000달러를 건네고 가능한 한 많은 돈을 따는 것이 이 게임의 목적이라고 알려준다. 플레이어는 카드를 넘길 때마다 일정 금액을 얻을 수 있지만, 카드 묶음에 몇 장 섞여 있는 특정 카드를 뽑게 되면 반대로 실험자에게 돈을 지불해야 한다. 실험 참가자에게 이 규칙을 알려주었다.

카드 묶음 A~D 네 가지 가운데 A와 B는 ‘위험한 카드 묶음’으로서 카드 1장의 이익은 100달러지만 종종 높은 ‘벌금’을 무는 카드가 들어 있다. 최종적인 기대치는 모두 마이너스 25달러다. 한편 C와 D는 ‘안전한 카드 묶음’이며, 카드 1장의 이익은 50달러로 적지만 벌금도 적고 최종적으로는 플러스 25달러를 기대치로 한다. 이런 이익 구조는 플레이어에게는 알려주지 않았다. 또한 카드를 100장 넘기면 게임이 종료되는 데 그 사실도 알려주지 않았다.

이 게임을 실제로 시행한 형태는 다음과 같다. 정상인(전두엽 손상 환자가 아닌)은 우선 네 가지 카드 묶음 가운데 1개를 넘겨 보고 이익을 확인한다. 맨 처음에는 높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A나 B 카드를 선택하지만 점차 이 카드 묶음에서는 벌금도 높다는 것을 터득하여, C·D 카드 묶음으로 이동하고 그 전략을 유지한다. 정상인은 정확한 손익을 계산할 수는 없어도 A·B보다 C·D 쪽이 장기적으로는 이익이라는 것을 소매틱 마커 활동에 의해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이에 견줘 전두엽 손상 환자의 행동은 정상인과는 전혀 반대였다. 시도는 하나, 그 후는 A·B 카드 묶음에 집착을 보이고 결국 게임 도중에 파산해버렸다. 환자인 엘리엇도 이 게임을 했다. 그는 자신이 보수적이고 위험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A·B를 선택했다. 더욱이 그는 게임 종료 후에 어느 카드 묶음이 좋고 나쁜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아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무엇을 해야 할지를 ‘느낄’ 필요가 있다”고 다마지오는 주장한다.

2. 신경경제학

신경경제학이란 뇌의 활동을 다양한 방법으로 받아들이고, 행동의 결과만으로는 알 수 없는 뇌 활동을 이해함으로써 인간의 의사 결정 행동에 대한 이해를 높이려는 아주 새로운 연구 분야다.

종래의 경제학은 뇌를 ‘블랙박스’로 취급해왔다. 무엇인가 입력되면 무엇인가가 출력되지만 그 과정에 대해서는 묻지 않는다는 의미다. 구세대인 우리들 대부분에게 컴퓨터가 정말 블랙박스인 것처럼.

경제학에서는 개인의 인센티브, 선호, 신념이 입력(input)이며 행동이 출력(output)이지만 그런 결정 과정을 묻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뇌라는 블랙박스를 열어 안을 볼 수 있는 것이 신경 과학이며, 그 수단과 방법에 의지한다는 것이 신경경제학의 특징이다.

신경경제학은 상당히 새로운 연구 분야다. 아마 1999년에 플랫(M. L. Platt)과 글림처(P. W. Glimcher)가 발표한 논문이 최초의 공헌이라고 생각된다(그들은 인간이 아닌 원숭이를 실험 대상으로 했지만). 그로부터 아직 10년도 되지 않은 새로운 영역이지만 진전 상황은 일취월장하며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행동경제학 진영 사람들도 신경경제학의 연구에 착수하고 있고, 그중에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카너먼과 버넌 스미스를 비롯하여 카머러, 로엔스틴, 레입슨, 페르 등 행동경제학의 유력 멤버가 포함되어 있다. 행동경제학의 창시자 가운데 한 사람인 세일러와 라빈은 신경경제학과 거리를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물론 많은 심리학자와 신경 과학자가 연구를 거듭하고 있고, 이 분야의 많은 연구는 경제학자, 심리학자, 신경 과학자의 공동 연구에 의해 이루어졌으며 진정한 학문 분야로서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뇌의 구조와 활동

신경경제학에 대해 살펴보기 위해서는 대략적인 뇌의 구조를 파악해 둘 필요가 있다. 그림 9-1에는 인간의 대뇌 표면을 나타내고 있는 대뇌피질이 그려져 있다.

왼쪽이 앞쪽(이마 쪽)이며, 그림처럼 순서대로 전두엽, 두정엽, 후두엽, 측두엽으로 나뉘어 있다. 거기에 외측구의 안쪽 심부에 있어서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부분으로 도피질이라는 대뇌피질이 있다.

또한 뇌의 중심부에는 소뇌와 뇌간이 있고, 그 주변에는 그림 9-2에 나타나 있는 대뇌변연계가 있다. 대뇌변연계 중에서 특히 신경경제학에서 중요한 구성 요소는 감정이나 좋고 싫음의 판단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해마와 편도체, 대상회, 측좌핵이다. 대뇌변연계 속에 대뇌기저핵이 있고, 선조체 등이 포함된다.

뇌의 특징으로서 ‘모듈(module)성’이라는 분업 체제가 있다. 개략적으로 말하면 전두엽은 고차원적인 인지능력이나 계획 등을 실행하고, 두정엽은 신체감각을 담당한다.

후두엽은 시각에 관한 기능, 측두엽은 청각이나 기억 및 언어에 관한 기능을 담당한다. 단 분업이라고는 해도 각 부위가 각각 완전히 다른 일을 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며, 다양한 부위가 상호 조합하면서 시스템적인 기능을 맡고 있다.

신경경제학의 연구 대상으로서 특히 중요한 것은 의사 결정에 관여하는 부분이며, 사고와 감정 쌍방이 관여한다. 전두전야의 전방 및 배외측 부분은 문제 해결이나 계획 등 수준 높은 사고 프로세스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자동적인 프로세스, 특히 감정을 취급하는 것은 대뇌변연계, 편도체와 도피질 부분이다.

또한 뇌 내에는 보상계라 불리는, 쾌감을 낳는 시스템이 있다. 뇌간의 복측피개야라 불리는 부위가 자극을 받으면 여기서 측좌핵, 전두전복내측피질, 안와전피질, 전대상회피질 등으로 정보가 전달되는데, 이때 도파민이 방출·수용되어 쾌감을 느낀다고 한다. 인간은 가치가 있는 것, 음식, 섹스, 돈, 아름다운 것, 마약이나 재미있는 만화에서도 보상(쾌락)을 얻고 있는데, 보상을 얻고 있을 때 활성화되는 시스템이 보상계다.

신경경제학의 방법과 대상

신경경제학의 연구 방법으로는 뇌를 손상하지 않고 외부에서 뇌 기능을 관찰할 수 있는 장치를 이용한 화상 해석이 주로 쓰인다. 이를 위해 사용되는 장치로서 ‘기능성 자기공명영상법(fMRI)’과 ‘양전자단층촬영법(PET)’이 있다.

이들 장치는 뇌의 혈중산소량이나 혈류량 변화를 조사하여 사람이 어떤 행동-예를 들면 계산이나 게임 등을 할 때 뇌의 어느 부분에서 혈중산소량이나 혈류량이 증가하는지를 조사한다. 뇌는 활동과 더불어 특정 부분의 혈중산소량이나 혈류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이 장치들을 이용하면 어떤 행동을 했을 때 뇌의 어느 부분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즉 어떤 행동을 할 경우에 합리적인 계산이 우세한지, 감정이 지배적인지, 또는 양쪽의 갈등이 조정되고 있는지 하는 뇌의 활동 실태를 더욱 상세히 알 수 있다.

또한 다마지오가 실시했듯이 특정한 뇌 부위 손상자의 행동을 정상인의 행동과 비교, 대조함으로써 뇌의 부위별 움직임을 알 수 있기도 하다. 이외에 호르몬의 양, 피부의 전기 저항, 심박수 측정 등을 단독으로 혹은 조합하여 이용하고 있다.

신경경제학이 밝혀내고 있는 문제 영역은 주로 효용(보상), 불확실성 하에서의 선택, 시간선호, 협력 행동 등 행동경제학이 가장 힘을 쏟아온 분야다. 이들 분야에서 얻고 있는 신경경제학의 성과에 대해 순서대로 간단히 살펴보자.

뇌와 효용

보상, 즉 효용은 뇌에서는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을까? 신경 과학에서 말하는 ‘보상’이라는 용어는 경제학의 ‘효용’이라는 개념과 거의 동의어다.

경제학의 기본 개념인 효용은 ‘측정한다’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제러미 벤담이나 제본스(S. Jevons) 등 고전파 경제학자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영역에 도전하여 효용의 유래나 강도를 근원적으로 조사하려고 한 것에서 비롯했다. 이 경우에 효용의 획득이나 예상이 뇌의 어느 부분에서 행해지고 있는지는 합리성과 감정의 기능과 관련해서도 중요하다.

이익의 기대도 쾌감

제7장에서 사람이 실제로 경험한 것에서 느끼는 경험 효용과 장래의 행동을 결정하기 위해 예측하는 결정 효용은 다르지 않을까 하는 카너먼의 시사를 문제 삼았다. 이 두 가지 효용은 뇌의 다른 부위에서 생겨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크넛슨(B. Knutson)과 피터슨(R. Peterson)은 경험 효용과 결정 효용을 비교해본 결과, 서로 다른 부위가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결정 효용이란 장래의 효용에 대한 예측이지만 화폐적인 이익을 기대할 때에는 복측선조체의 주요 부분인 측좌핵이 특히 활성화되고, 실제로 이익을 얻을 때에는 전두전내측피질이 활성화된다. 그들은 전두엽이 장래의 이익에 관하여 별로 관여하지 않을지도 모르며, 실제로 얻은 이익의 평가만을 담당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추측한다.

측좌핵은 이익이 기대될 때는 활성화되지만 손실이 예측될 때는 그렇지 않다. 따라서 사람은 이익과 손실에 관하여 같은 반응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닌가 하는 프로스펙트 이론의 중심적인 사고방식(손실 회피성)이 뇌의 활동에 의해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또 실제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경우뿐만 아니라 이익을 기대할 때에도 보상(쾌락)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른바 효용의 예측이다. 결정 효용에 의해서도 보상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화폐도 효용을 초래한다

경제학에서는 보통 효용을 가져다주는 것은 재화의 소비며, 화폐 그 자체는 효용을 주지 않는다고 본다. 화폐가 가치 있는 것은 그것이 효용을 주어서가 아니라, 화폐를 이용하여 재화나 상품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 효용은 화폐를 어떻게 손에 넣는가 하는 문제와도 관계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화폐의 입수 방법에 따라 효용이 달라진다는 것이 징크(C. F. Zink) 등의 실험으로 밝혀졌다. 그들은 실험 참가자가 자신이 노력해서 화폐를 얻었을 경우와 다른 사람에게 받았을 경우, 뇌 활동의 차이에 대해 보고하고 있다. 보고를 살펴보면, 자신이 획득한 경우가 다른 사람에게서 받았을 경우보다도 선조체가 훨씬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선조체는 보수계의 일부다. 자신이 획득한 화폐는 다른 사람에게서 받은 화폐보다 강한 쾌감을 준다는 것을 일상 경험에서도 알 수 있지만 신경 과학적인 증명이 부여되었다는 의미가 있다.

리스크와 모호성

앞으로 펼쳐질 상황이 리스크가 있는 경우와 모호한 경우(제4장)에 사람은 어떤 반응을 할까?

쉬(M. Hsu)와 카머러는 확률에 관하여 리스크 상황과 모호한 상황에서 실험 참가자가 선택을 할 때에 뇌의 어느 부분이 활성화되는지를 fMRI를 이용하여 측정했다.

우선 실험 참가자에게는 모호성 회피(제4장) 경향이 나타났다. 모호한 상황에서는 리스크 상황에 견줘 전두엽의 최하부에 해당하는 안와피질, 편도체, 전두전배내측피질이 활성화되었다.

안와전피질의 역할은 감정과 인지 자극을 통합하는 것이며, 편도체는 감정 중에서도 특히 불안 등의 감정을 발산시키고, 전두전배내측피질은 편도체의 활동을 조정한다. 따라서 모호성이 있을 때에 이들 영역이 활성화되었다는 것은 모호한 상태가 불안감을 불러오고, 그 감정과 인지적인 판단이 갈등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모호한 상황보다도 리스크 상황에서 훨씬 더 활성화되는 것이 복측선조체 중의 미상핵이었다. 특히 복측선조체는 기대치가 커지면 더욱 강하게 활성화되었다. 모호성이 있으면 그만큼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가 낮아지고, 쾌감이 작아지는 것을 시사한다.

또한 쉬 등은 안와전피질에 손상을 입은 사람에게 동일한 선택 실험을 실시했는데, 그들은 모호한 상황과 리스크 상황에서 다른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얄궂게도 그들의 행동이 주류 경제학이 전제로 하는 기대 효용이론의 예측과 가장 잘 합치된 것이다.

다마지오 등이 엘리엇에게 실시한 도박 과제는 바로 모호성하에서의 선택 문제다. 전두엽 손상 환자인 엘리엇이 좋은 선택을 할 수 없었던 것은 모호성을 회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할 수 있다.

다른 시점 간의 선택

제7장에서 살펴본 다른 시점 간 선택의 경우처럼 가까운 장래의 작은 이익과 먼 장래의 큰 이익 사이에서 선호 역전 현상이 왜 발생하는지에 대한 뇌신경적 접근이 이루어졌고, 이 두 가지를 판단하는 뇌 부위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매클루어(S. M. McClure)와 레입슨 등은 실험 참가자가 가까운 장래의 작은 이익과 먼 장래의 큰 이익 사이에서 선택하려 할 때 뇌가 어떻게 활동하는지 fMRI를 이용하여 조사했다.

그들은 가까운 장래의 작은 이익에 대해서는 복측선조체, 안와전내측피질, 전두전내측피질이 더 활성화되는 것을 관찰했다. 이것들은 보수계의 도파민에 자극되는 부위다. 코앞의 이익에 대해 반응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에 반해 모든 선택 대안에 대해 활성화된 것은 전두전외측피질과 두정엽으로서 수준 높은 지식이나 인지, 계산이 이루어지는 것을 뜻한다.

결국 가까운 장래의 작은 이익과 먼 장래의 큰 이익에 대해 간단히 말하면 감정과 인지의 대립이 발생한다는 뜻이며, 감정이 이기면 전자가, 인지가 승리하면 후자가 선택되는 것이다. 의지의 힘이 감정적인 욕구를 억누른다는 말이 사실로 증명된 것이다.

협력, 처벌과 쾌감의 감정

제8장에서 살펴보았듯이 협력 행동은 이해(利害) 계산과 공평 혹은 분노의 감정 양쪽의 지배를 받고 있다. 이것을 명확히 증명하는 것이 뇌를 화상 해석 방법으로 분석하는 신경경제학적 연구다.

산페이(A. G. Sanfey)와 릴링(J. K. Rilling) 등은 최종 제안 게임을 하고 있는 실험 참가자의 뇌 화상을 fMRI를 이용하여 알아보았다. 조사 결과 초기 금액의 10~20% 정도로 매우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제안을 했을 때, 답변자는 전두엽의 일부인 전두전배외측피질, 대뇌변연계의 일부인 전대상회피질과 도피질이 특히 활성화되는 것이 관찰되었다. 이 중 도피질은 통증, 증오, 공복, 갈증 같은 불쾌한 감정을 경험할 때 활성화되는 부위다. 전대상회피질은 ‘관리 제어 능력’을 담당하는 뇌 부위며, 뇌의 기타 다양한 부위에서 온 신호를 받아들여 그들간의 대립을 조정하는 곳이다. 필시 분배를 요구하는 전두전배외측피질과 불공평한 것을 싫어하는 도피질 사이에서 생기는 갈등을 전대상회피질이 조정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추측한다.

또한 실험 참가자 중에 특히 도피질이 강하게 활성화된 사람은 거부하는 횟수가 더 많았다. 게다가 제안을 컴퓨터가 했을 때보다 사람이 했을 때 불공정한 제안에 대해 더욱더 도피질이 활성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 결과는 도피질의 활성화가 사회적 문맥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또한 전두전배외측피질에 견줘 도피질이 더 활성화되었을 때 제안은 거부되었고, 반대로 전두전배외측피질이 도피질보다 활성화했을 때에는 불공정한 제안이라도 받아들이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와 같은 사실은 의사 결정을 할 때 감정과 인지가 상호 작용을 해 결정을 내린다는 틀림없는 증거다.

릴링 등은 반복성이 있는 죄수의 딜레마 실험을 실시하고, 협력 행동에서의 신경 활동에 대해 조사했다. 실험 참가자의 상대는 사람인 경우와 컴퓨터인 경우 두 가지였다. 자신이 협력을 선택했을 때 상대도 협력을 선택하면 선조체, 전대상회피질, 전두엽의 일부인 안와전피질이 활성화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보수, 갈등의 조정, 감정을 담당하는 부위가 기능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특히 보수계에 포함되는 부위(선조체와 안와전피질)가 활성화된다는 것은 상호적인 협력 행동이 보상(쾌락)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가리킨다.

또한 협력을 선택한 상대가 인간인 경우와 상대가 컴퓨터인 경우, 보상액이 동일해도 상대가 인간일 때가 활성화 정도가 강했다.

만일 금전적인 이익만을 기준으로 뇌가 쾌감을 느낀다면 상대가 인간인지 컴퓨터인지는 문제 삼지 않을 것이다. 전자의 경우가 상대적으로 더 강한 쾌감을 느꼈다는 것은 단순히 협력 행동으로 보상을 얻는다는 것에 머물지 않고, 사회적 관계 속에서 유대감 등에 바탕을 둔 협력 행동으로 사람들은 보상을 얻을 수 있으며 쾌감을 얻게 되는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관한 명확하고 실증적인 연구는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다.

도크베인(Dominique de Quervain) 등은 PET 영상을 이용하여 신뢰 게임을 할 때 처벌에 대해 뇌가 어떻게 활동하는지 조사했다. 플레이어 A는 실험자에게서 초기 금액을 받고 그중에서 투자액을 결정한다. 실험자는 투자 금액을 4배 하여 플레이어 B에게 건네고, B는 그중 일부를 A에게 돌려줄지 말지를 결정한다. A가 B를 신뢰하는데, B가 신뢰에 응하지 않고 A를 배신했을 때에는 A에게 B를 처벌할 기회를 준다. 처벌 방법은, A가 B의 이익을 실제로 감소시키는 방법과 A가 처벌 의사는 있지만 실제로 B의 이익을 삭감하지 않는 형식적인 처벌 방법, 두 가지가 있다.

실험 결과, 처벌을 할 때에는 어느 조건에서나 배측선조체의 미상핵이 활성화되었다. 이 부위는 보상을 예측하고 의사 결정이나 행동을 할 때 활성화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미상핵이 더 활성화된 실험 참가자의 경우는 상대에게 더 많은 이익 감소가 되도록 처벌했다. 즉 윤리나 규범을 깨는 사람에 대해 처벌을 주는 것 자체가 쾌감을 초래한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다.

옥시토신(Oxytocin)과 신뢰

마지막으로 옥시토신(oxytocin)이라는 호르몬이 협력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자크(P. J. Zak) 등의 연구에 대해 살펴보자.

자크는 신뢰나 신뢰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에 관한 생리학적인 연구를 실시했다. 실험 참가자에게 신뢰 게임을 시행토록 하고, 투자액을 결정한 후에 별실에서 혈액을 채취해 혈액 중의 호르몬 양을 조사했다. 그 결과 흥미로운 사실이 나타났다.

신뢰를 받고, 반환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쪽인 플레이어 B가 플레이어 A에게 더 많은 금액을 돌려줄수록, 즉 더 많은 신뢰를 받은 사람일수록 옥시토신의 혈중 농도가 높았다. 기타 호르몬에서는 의미 있는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

옥시토신은 시상하부에 있는 신경핵세포가 만들고 뇌하수체 후엽에 축적되는 호르몬이며, 일반적으로 얼굴 손질에서부터 운동, 성적 행동, 모성적 행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것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것이 사회적인 상호 작용을 촉진하고 배우자 간의 유대를 환기시킨다. 옥시토신은 부교감신경을 자극하고 도파민 방출을 촉진시키는 활동을 한다.

자크는 이것이 협력 행동의 생리학적인 동기가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코스펠트(M. Kosfeld)와 하인리히(J. Heinrichs)는 옥시토신의 역할을 확인하기 위해 재미있는 실험을 실시했다. 그들은 실험 참가자에게 옥시토신을 코에 주입한 후 신뢰 게임을 하도록 하고, 위약(僞藥, placebo: 어떤 약 속에 특정한 유효 성분이 들어 있는 것처럼 위장하여 환자에게 투여하는 약 - 역주)을 주입한 실험 참가자의 행동과 비교했다.

그 결과 옥시토신을 주입한 실험 참가자 플레이어 A는, 상대를 신뢰할 입장인 경우에는 신뢰 행동이 증가했다. 그런데 신뢰를 받는 또는 신뢰에 응해야 할 입장인 플레이어 B의 경우에는 행동의 차이를 볼 수 없었다.

옥시토신을 주입한 사람은 플레이어 B를 특히 신뢰할 만하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상대에 대한 신뢰도는 위약을 주입한 사람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행동에는 차이가 있었다. 따라서 코스펠트는 옥시토신이 다른 사람을 더 신뢰하도록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 배신당할 리스크를 쉽게 감지하게 하는 것은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

3. 진화의 힘

마지막으로 진화와 인간 행동의 연관성에 대해 생각해보자. 우리들이 지니고 있는 성질 중에는 오랫동안 가혹한 환경에서 연명해온 진화적인 성질이 있다. 예를 들면 왜 우리에게는 감정이라는 것이 있을까?

공포라는 감정은, 눈앞에 뱀이 나타난 것처럼 차분히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맞지 않는, 생명과 관련된 상황일 때에 우리에게 순식간에 “도망친다”는 행동을 취하게 하는 뛰어난 장치다.

원래 그런 공포를 느낄 수 있는 사람들과 느낄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고 가정하자. 공포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도 오래 살 수 있고 더 많은 자손을 남길 수 있다고 한다면, 그리고 공포심이 유전 또는 학습이라는 수단으로 후세에 전달할 수 있는 것이라면, 공포라는 감정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게 된다.

뱀처럼 사람의 생명과 관련된 동물이나 타인을 공격하는 인간도 없고 또는 재해도 없는 평온한 자연환경이었다면, 공포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지만 생사에는 별 영향이 없을 것 같다. 여기서 성질의 중요성은 환경과의 연관성으로 결정된다.

우리들을 둘러싼 환경에서 살아가기에 적합한 성질과 그렇지 않은 성질이 있을 경우에 적합한, 즉 적응하는 성질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 살아남고, 그 성질을 자손에게 전달할 수 있다고 한다면 그 성질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 증가하게 된다. 이것이 진화의 코스다.

제7장에서 서술한 근시안성은 예전에는 필시 자연에 적응한 결과였을 것이다. 음식 등 중요한 자원을 아무 때나 구할 수도 없고, 보존이 어려워 부패하기 쉽거나, 소유권 같은 법적 제도가 정비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는 눈앞에 있는 자원을 곧바로 획득하는 일은 긴급한 과제이며, 뒤로 미룰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근시안성은 인간으로서 선천적으로 타고난 성질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의 환경에서는 그렇지 않다. 이와 같은 사례는 당분에 대한 욕구로도 설명할 수 있다. 가혹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당분을 섭취할 수 있는 작은 기회가 있다면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당분을 섭취하는 것이 더 잘 적응하는 방법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에는 당분에 대한 치열한 욕구를 똑같이 해석할 수 없게 되었다.

제8장에서는 협력 행동을 발생·유지시키기 위해서 감정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을 보았다. 여기서는 협력 행동을 유지하는 감정이 어떻게 진화해왔는지를 중심으로 하여 진화가 인간의 협력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대해 살펴보겠다.

협력 행동의 진화

인간의 마음이나 행동도 진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또한 적응해야 할 환경이란 자연뿐만이 아니라 문화적·사회적인 환경도 포함된다.

협력 행동이 각각의 사회 문화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때 감정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별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지금부터 인간의 환경을 형성하는 요소로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인 문화가 어떻게 협력을 이끌어내고 그것을 유지하게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본다.

열쇠가 되는 것은 협력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능력이 후세에 유전적으로 전해진다는 점과 협력 행동이라는 문화가 진화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유전적인 진화뿐 아니라 사회에서 문화의 진화라는 측면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화라는 논리는 유전자에 의지하지 않고서도 정보를 전하고 복제하는 시스템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유전적인 진화와 문화적인 진화가 서로 상대편을 촉진하는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전자와 문화의 공진화(共進化)라고 할 수 있다. 협력 행동의 진화도 유전자와 문화의 공진화 사례다.

이 테마는 제8장에서 이미 친숙해진 에른스트 페르, 새뮤얼 볼스, 허버트 긴티스, 산타페연구소에 속한 정예 행동경제학자를 비롯해 피터 리처슨(Peter Richerson), 로버트 보이드, 조셉 헨리치 같은 진화생물학자나 인류학자 등이 의욕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최신의 화두다.

생물학적 적응도와 경제적 이익

제8장에서 서술했듯이 협력 행동 또는 이타성이란, 자기의 이익이 줄어드는 것을 감수하고 타인 또는 자기가 속한 집단의 평균 이익을 증가시키려는 행동 또는 성질을 말한다.

여기서 이익을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하다. 진화생물학에서는 이익이란 적응도(適應度)를 말한다. 간단히 말하면, 개인이 남길 자손의 수다. 이는 경제학적으로 바꿔 말하면 이익이 된다.

경제학에서 의미하는 이익과 진화생물학에서 의미하는 적응도가 같지는 않다. 그리고 인간이 적응도를 의식하며 행동하기보다는 물질적 이익이나 사회적 지위, 평판 등 다양한 만족을 추구하며 행동하기 때문에 대체로 양자는 일치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류가 진화하며 많은 시간을 보낸 홍적세(洪積世, Pleistocene Epoch: 신생대 제4기의 전반 - 역주) 때는 틀림없이 경제학에서 쓰이는 이익이라는 말과 생물학에서 뜻하는 적응도라는 말이 높은 플러스 상관관계에 있었다고 추측할 수 있다. 그렇지만 지금은 경제적 이익과 생물학적 적응도가 반드시 플러스 상관관계에 있다고는 말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인간이라는 생물은 진화하는 데 매우 긴 시간이 필요해 현재의 인간은 당시와 견주어 거의 변한 것이 없지만, 인간이 적응해 온 자연·사회 환경은 크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신체·뇌·마음처럼 진화에 의해 형성된 부분은 홍적세의 환경에 적응한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는 경제적 이익을 최대화하려는 행위가 생물학적 적응도를 최대화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협력 행동을 분석할 때 진화론에 크게 의존한다고 해도 적응도 최대화의 관점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으므로 경제적 만족 추구 시각으로 분석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혈연관계와 호혜적 이타성

진화생물학에서 협력 행동을 설명하는 두 가지 논리는 혈연관계와 호혜적 이타성이다. 전자는 혈연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이타적으로 행동한다는 뜻이다. 후자는 제8장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양의 상호성을 의미하고, 자신에게 물질적 이익이 있기 때문에 타인에게 이타적으로 행동한다는 의미다.

이는 인간의 협력 행동에 관한 설명으로는 타당한 부분도 있지만 여전히 불충분하다. 세습제나 동족(同族) 경영, 또는 유산상속 같은 관습이 현재 더욱 두드러지고 비판을 받으면서도 사라지지 않는 것은 혈연관계에 있는 사람에 대한 일종의 이타적 행동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델로는 인간에게 폭넓게 나타나는 타인과의 협력 행동을 설명할 수 없다.

한편 호혜적 이타성에 따라 이기적인 인간들이라 해도 협력이 발생하는 것이 설명되었고, 반복되는 죄수의 딜레마에서는 ‘보복’이라는 전략이 성공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협력 행동을 이끌어내는 호혜적 이타성으로는, 죄수의 딜레마를 1회 한정해 실험할 때, 또는 죄수의 딜레마를 반복해서 실험할 때 마지막 회에 나타나는 협력 행동을 설명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당사자가 두 명 이상 여러 명이 참가한 공공재 게임에서 나타나는 협력 행동을 설명할 수 없다는 난점이 있다. 이것은 제8장에서 살펴본 대로다.

문화적 진화

혈연이나 호혜적 이타성 같은, 진화생물학에서 설명하는 협력 행동 모델과는 달리 인간의 환경을 형성하는 요소 가운데 인간 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는 문화가 어떻게 협력을 유발시키는지에 대해 우선 생각해보자.

문화의 정확한 정의에 대해서는 다른 전문가에게 맡겨두고, 여기서는 진화론을 기초로 하여 문화나 사회를 연구하는 진화생물학자인 리처슨과 보이드의 주장을 따른다.

그들이 말하는 문화란 “개체의 행동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정보이며, 교육이나 모방, 기타 사회적인 전달에 의해 같은 종 안에 있는 다른 개체에게서 획득한 정보”라고 생각하면 된다.

문화적으로 전달된 정보에는 아이디어, 지식, 신념, 가치, 기술, 태도는 물론 기술도 포함된다. 문화가 진화하기 위해서는 유전자에 의한 진화와 마찬가지로 적응, 변이(차이), 전달 3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이것들을 고려한 문화적 진화의 대략적인 코스는 다음과 같다.

우선 문화의 변이에 대해서는 인간의 사회집단이 지역이나 시대 등에 따라 문화적·행동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는 것에 비춰볼 때 많은 인류학이나 민족 연구를 통해 보고되고 있는 것처럼 집단 간의 문화 변이는 크다고 할 수 있다.

문화는 통상적인 진화 코스와 달리 유전에 의지하지 않고, 동시대 속에서 인위적으로 전달된다. 문화는 학습·교육·모방 등을 수단으로 삼아 부모가 자식에게, 또는 형제, 혈연자, 친구, 동료 간으로 전달된다.

집단의 도태

다음은 집단의 도태에 대해 생각해보자. 비혈연적인 사람들을 포함하는 그다지 크지 않은 두 집단을 가정해서 한쪽 집단에는 어떤 원인으로 집단의 이익이 될 협력적인 행동을 취하는 사람이 많이 존재하지만, 다른 한쪽 집단에는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이 다수라고 하자. 그리고 전자(협력적 집단)와 후자(비협력적 집단)가 식료품 등의 자원을 둘러싸고 투쟁하기에 이르렀다고 하자.

협력적 집단은 투쟁할 때 구성원들이 협력적 행동을 하기 때문에 투쟁에서 승리하는 데 필요한 충성심·결속력·용기 등이 충분하다. 바로 이 점 때문에 결과적으로 비협력적 집단에게 승리할 수 있는 요소가 많을 것이다. 이것은 협력하는 문화가 강한 집단이 싸움에서 승리를 거두고 승리자가 되고, 비협력적 문화가 강한 집단이 도태되고 소멸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집단의 소멸을 뜻하지만 개개인은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

이처럼 집단 사이에 일어난 투쟁으로, 19세기부터 20세기 초 아프리카 수단에서 누아족과 딩카족이 벌인 투쟁을 들 수 있다. 또한 뉴기니에서도 투쟁에 의한 다수 부족의 성쇠를 볼 수 있다고 한다.

협력적 집단은 투쟁이라는 도태 압력에 대해 비협력적 집단보다 더 잘 적응한 것이며, 협력할지 말지 하는 문화적 변이(차이)에 의한 적응 차이가 한쪽 집단(무리)을 도태시킨 것이다. 이와 같은 도태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윈 스스로가 명확히 지적하고 있다. 좀 길지만 인용한다.

“도덕성의 깊이가 어느 개인이나 그 자손들을 같은 부족의 다른 멤버에 비해 아주 유리하게 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도덕 수준이 올라가고 도덕성을 갖춘 인간이 늘어나면, 그 부족이 다른 부족에 비해 상황이 매우 유리해진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애국심, 충성, 순종, 용기, 그리고 서로 공감하는 감정을 잘 보존하고 있고, 상호 협력하거나 모든 구성원의 이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 많은 부족이 다른 부족에게 승리할 것은 틀림없다. 그리고 이것은 자연도태다. 어느 시대, 세계 어느 곳에서건 어느 한 부족이 다른 부족으로 옮겨왔다. 그리고 도덕은 그들의 성공 요인 중 하나이기 때문에 세계 어느 곳에서도 도덕의 표준은 향상되었고, 훌륭한 도덕성을 몸에 익힌 인간이 증가한 것이다.”

이것은 집단 수준인 ‘군(群) 도태’가 문화를 진화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군 도태 사고방식은 유전자에 의한 개체 진화인 경우에 이론적으로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다. 집단 내의 비협력적인 개인은 협력자에게 무임승차할 수 있고, 집단 내의 협력적인 개인은 비용을 들여 협력 행동을 하므로 비협력자의 이익이 커져서, 협력자에 비해 상대적인 적응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예전에 인기가 있던 ‘종의 보존을 위해 자기희생을 아끼지 않는 아름다운 레밍(lemming: 나그네쥐) 무리’라는 식의 사고방식은 잘못된 것이다. 왜냐하면 종의 보존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 개체 집단 중에 종의 보존을 하지 않는 개체가 발생하거나 다른 집단에서 이주해오면, 그 개체는 적응도가 높아 자손을 많이 남기기 때문이다. 즉 집단 보존을 하지 않는 개체 수가 점점 증가하는 것이다.

따라서 군 도태는 문화적 환경에서만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도태는 ‘문화적 군 도태’로 불리는 경우가 많다.

문화의 변이(차이) 유지

문화적 군 도태가 발생하려면 집단 간 문화의 변이(차이)와 유지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변이(차이)를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활동으로 여겨지는 것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문화 변이(차이)를 유지하는 특수한 방법이며, 다른 하나는 협력 행동을 하는 규범에 반하는 사람에 대한 이타적 처벌(제8장)이다.

이 두 가지가 문화적 변이(차이)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이유를 살펴보자. 우선 문화의 전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방, 즉 흉내다.

사람은 판단이나 의사 결정을 할 때 합리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종종 휴리스틱에 의지한다는 점을 누차 설명했다. 사회에서 타인의 행동을 흉내 낼 경우 “성공한 사람을 모방하고”, “권력자를 모방하는” 휴리스틱을 이용하지만 가장 자주 사용하는 휴리스틱은 그 집단 내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취하는 행동을 모방하는 ‘대세 순응 휴리스틱’이다. 즉 “다른 사람이 하고 있는 것을 나도 한다”는 뜻이다.

사이먼은 이 휴리스틱을 ‘순종성’이라 부른다. 타인의 행동을 비판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고분고분 따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휴리스틱으로 문화가 전달된다면 타 집단에서 옮겨오는 이민이나 새로 태어난 신규 집단 사람들이 있다고 해도 타 집단과 문화의 변이(차이)는 유지되고 집단 내 문화의 변이도 작은 상태로 남아 있게 된다. 문화로서의 협력 관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둘째 요인은 협력이라는 규범 안에서 일탈자, 즉 배신자를 처벌하는 일이다. 처벌은 처벌받는 자에게 물질적인 손실을 줄 뿐 아니라 집단 내의 평판을 악화시키고, 배우자를 얻을 수 없게 되는 등 비용이 들게 하며, 나아가서는 적응도를 감소시킨다.

따라서 처벌을 피하려는 경향이 발생하고, 그것이 협력 행동을 이끌어낸다는 사실은 제8장에서 살펴봤다. 설령 처벌자에게 비용이 든다고 해도 처벌은 실행된다. 이런 처벌은 일단 도입되면 협력이라는 규범을 강화하는 기능을 다하고, 협력이라는 문화를 유지하게 한다.

규범의 내부화

협력이라는 규범이 성립하면 그것을 더욱 강화하고 집단의 협력 체제를 유지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 ‘규범의 내부화’다.

규범의 내부화란 주로 사회학에서 이용되는 개념으로, “개인이 갖춘 재가(裁可) 행사 시스템을 말하며, 금지된 행위를 했을 때나, 지령받은 행위를 하지 않았을 때에 벌을 주는 시스템”(콜먼(J. S. Coleman))이라 정의된다. 여기서 재가(sanction)란 규범을 지키는, 즉 옳다고 생각되는 행위를 시행한 것에 대해 보상을 주는 것, 또는 규범을 어기는, 즉 옳지 않다고 여겨지는 행위를 한 것에 대해 처벌하는 것이다.

규범의 내부화란, 이처럼 재가를 주는 시스템이 개인의 내부에 구축된 것이다. 예를 들면 협력이라는 규범을 준수하면 자기 자신에게 보상을 주고, 그것을 지키지 않으면 자기 자신에게 처벌을 주는 것이 된다.

규범의 내부화가 수립되어 있으면 규범을 지키는 일이 다른 목적-예를 들면 물질적인 만족 등-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 된다. 즉 규범을 지키는 일이 추구해야 할 목표 중의 하나가 되는 것이다. 이 같은 규범의 내부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사회학에서는 규범의 내부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사회화’라 부르고, 사회화 과정은 경험이나 세대 간 전달에 의해 형성된다고 한다. 그러나 규범을 내부화하는 능력은 유전적으로나 천성적으로 타고날 가능성이 있다.

규범의 내부화가 천성적이라는 간접적인 증거로서 규범을 따르는 일은 인간의 보편적인 특성의 하나로 교육받았고, 거의 모든 문화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또 긴티스는 만일 어떤 규범이 내부화되어 그것이 사적인 적응도를 증대시킨다면, 그러한 내부화를 촉진하는 유전자가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을 수리 모델을 이용하여 나타냈다.

사회적 감정

그러면 규범은 내부화된 후 어떻게 자기 자신에게 처벌이나 보상을 주는 것일까?

여기서 중요한 것이 사회적 감정이다. 주체의 협력 행동을 유발하는 감정을 특히 ‘순사회적 감정’이라 한다. 순사회적 감정에는 수치심, 죄악감, 회한, 분노 등이 있다. 이것들은 자기 자신이나 사회 규범에 비춰볼 때 부정한 행위를 했을 때 경험하는 불쾌한 감각이다. 반대로 규범을 준수했을 때 느끼는 쾌감도 있다. 이 같은 감정을 느낄 경우에는 당연히 자기 자신의 행동에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규범이 내부화되면 규범을 준수했을 경우에는 내적 보상으로서 쾌감을 얻고, 규범을 위반했을 때에는 내적 처벌로서 불쾌한 감정이 일어난다. 이런 감정은 사람의 효용 함수의 변수로서, 물질적 이익과 함께 효용을 낳고, 이것의 최대화가 목표가 된다. 따라서 간단히 말하면 규범을 지키지 않으면 불쾌감을 느끼기 때문에 그것을 피하기 위해 규범을 준수하는, 또는 규범을 지킴으로써 쾌감을 느끼기 때문에 규범을 지킨다는 결정이 아무런 자각 없이도 발생하는 것이다.

애덤 스미스는 내부화된 천성적인 감정이 협력 행동에 미치는 중요성을 이미 지적한 바 있다.

“정의를 지키는 일을 강제적으로 하기 위해 자연은 인간의 뇌 속에 정의를 침범했을 때 동반되는 처벌에 상당하는 의식, 상응적인 처벌에 대한 공포를 인류 결합의 위대한 보증으로서 심어둔 것이며, 이것이 약자를 보호하고 폭력을 누르고, 죄를 응징하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규범의 내부화와 그 규범에 동반하는 사회적 감정이 협력적 규범을 유지하는 강력한 힘이 될 수 있고, 동시에 집단 간 투쟁이라는 도태 압력이 약할 경우에도 협력 행동을 유지하는 일이 가능하게 된다.

제8장에 소개한 데이케어 센터 사례가 규범의 내부화와 그에 동반되는 사회적 감정이 행동에 영향을 끼치는 좋은 예다.

또한 매일 아침 기분 좋은 인사말을 빠뜨리지 않는 사람이나 사소한 일이라도 정중히 예를 차리는 사람에게 그렇게 하는 이유를 물으면,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기분이 안 좋다”든지, “습관이 되어 있다”는 답변을 자주 들을 수 있다. 즉 인사나 예를 갖춘다는 규범이 내부화되어 그렇게 하는 것으로 감정적인 보상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내부화되기 위해서는 부모의 가르침이나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게 원인이지만, 일단 내부화되면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감정이 큰 역할을 하게 된다.

어떤 일에 대해 분노나 죄악감 등의 사회적인 감정을 느끼는지는 문화나 사회에 따라 다를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회적 감정을 느끼는 능력은 천성적인 것이다. 핑커(Steven Pinker)나 촘스키(Avram Noam Chomsky)가 주장하듯 언어를 사용하는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언어를 몸에 익힐지는 부모나 주변 사람들의 영향에 의해 결정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협력을 유지하는 천성적 능력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타고난 능력은 사회적 감정 이외에도 또 있다. 여러분은 제1장에 있는 문제 3을 기억하고 있는가. 다음과 같은 문제였다. 카드 4장이 있고, 카드 앞면에는 알파벳이, 뒷면에는 숫자가 적혀 있다. 지금 “모음이 적혀 있는 카드 뒤에는 짝수가 적혀 있어야 한다”는 규칙이 성립한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어느 카드의 뒷면을 확인해야만 할까? 카드 4장에는 E, K, 4, 7이 적혀 있다. 정답은 E와 7이지만 이 문제에 대한 정답률은 10% 정도였다.

진화심리학자인 레다 코스미데스(Leda Cosmides)와 존 투비(John Tooby)는 사람이 이와 같은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문제에 잘 답변할 수 있는 논리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문제를 다음과 같이 바꾸면 정답률이 대폭 상승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문제를 “술을 마시고 있다면 20세 이상이다”라고 하여 카드를 ‘맥주’, ‘콜라’, ‘16세’, ‘24세’로 하는 것이다. 맥주와 16세 카드를 확인해보면 된다. 이처럼 친숙한 문제로 바꾸면 정답률은 50% 정도까지 증가한다.

그러나 코스미데스는 이 문제에서 정답률이 올라가는 것은 문제 내용이 친숙하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에게는 사회적인 규약(이 경우에는 ‘미성년자는 술을 마시면 안 된다’)을 지키지 않은 사람을 간파하는 능력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 능력을 코스미데스와 투비는 ‘배신자 검지 능력’이라 불렀다.

이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다음과 같이 일반인에게 친숙하지 않은 문제로 바꿔도 배신자 검지 능력 덕분에 정답률이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문제는, 규칙을 “카사바(cassava) 뿌리를 먹고 있다면 얼굴에 문신이 없으면 안 된다”로, 카드를 ‘문신이 있다’, ‘문신이 없다’, ‘카사바 뿌리를 먹는다’, ‘열매를 먹는다’라고 했다. 이 경우에서는 ‘문신이 없다’와 ‘카사바 뿌리를 먹는다’가 정답이지만 정답률은 꽤 상승했다.

코스미데스와 투비는 사람에게는 배신자 검지 능력이 갖춰져 있고, 그것이 사회에 협력을 추진하는 큰 힘이 된다고 주장한다. 이 능력은 무의식적으로 발동되지만 분노 등의 감정을 동반한다고 생각했으며, 사람이 진화 과정에서 몸에 익혀온 것이다. 두 사람은, ‘배신자 검지 모듈’이라 불리는 뇌의 일부가 이 기능을 분담하고 있고, 인간의 천성적인 성질이라고 주장한다.

더욱 재미있는 실험 결과를 홋카이도 대학 야마기시 토시오(山岸俊男) 교수 연구 그룹이 발표했다. 그것은 배신자는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실험에서는, 집단 행동의 딜레마 실험 종료 후에 또는 배신을 선택한 순간에 촬영한 참가자의 얼굴 사진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고 판정하게 했더니 협력자인지 배신자인지 꽤 정확하게 판정했다. 특히 배신자에 대한 판정이 정확했다. 야마기시 팀은 배신자 검지 모듈에는 배신자의 얼굴을 구분하는 능력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미국 속담에 “표지를 보고 책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지만 야마기시는 그것이 가능하지 않겠냐고 말하는 것이다.

타인의 마음을 추측하는 능력은 ‘마인드 리딩’ 또는 ‘마음의 이론’이라 불리며, 선천적인 능력으로 보인다. 이 분야의 지도자 중 한 사람인 사이먼 배런 코언(Simon Baron-Cohen)은 이를 ‘마음을 읽는 본능’으로 표현하고 있다. 타인의 의도를 간파하거나 행동을 추측하는 능력은 자신이 협력 행동을 할지 말지를 결정하기 위해, 또는 상대가 배신자인지 아닌지를 간파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마음을 읽는 능력 역시 협력을 유지하는 선천적인 능력 중 하나다. 예를 들면 제2장에 있는 그림 2-2를 떠올리기 바란다. 그 그림이 얼굴이라는 것, 특히 그 그림이 침울하고 고뇌하고 있는 얼굴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마인드 리딩 덕분이다. 애덤 스미스나 데이비드 흄이 사회를 형성하는 기반으로서 중시한 ‘공감’하는 힘도 마인드 리딩이라는 능력이 있고서야 발휘된다. 자폐증 환자는 마인드 리딩을 잘하지 못한다고 하지만 그런 사람들의 행동이야말로 가장 경제적 인간다웠던 것은 제8장에서 살펴본 대로다.

진화심리학자인 로빈 던바는 언어도 배신자를 검지하는 장치로서 작동한다고 한다. 그는 지구에 수많은 언어와 방언이 있는 것은 타인을 적인지 아군인지 구별하는 데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같은 집단에 속한 사람은 같은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집단이 다른 사람이 다른 언어를 사용하면 구분하기가 쉽다.

일본 가고시마 사투리는 다른 지방 사람이 이해하기 어려운 방언으로 유명한데, 이는 타 지방 사람과 자신의 지방을 쉽게 구분하기 위해 일부러 어렵게 만들었다는 설이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던바의 주장을 증명하는 실례가 될 것이다.

사람이 언어를 획득하는 능력은 타고나기 때문에 언어 역시 협력을 촉진하는 선천적인 장치 가운데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협력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다양한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협력 관계가 인간 사회에, 그리고 그 사회에 속하는 개인에게 얼마나 이로움이 많은지, 그리고 협력 관계를 만드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시사한다.

유전자와 문화는 공진화한다

사회적인 감정이나 마인드 리딩 같은 협력 관계를 유지·촉진하는 능력은 자손에게 유전적으로 전달된다. 그리고 협력 행동은 문화적으로 진화한다. 즉 유전적·문화적 성질이 대대손손 이어져 협력 행동이 진화하고, 어느 한쪽의 성질이 결여되면 협력 행동은 진화하지 않는다. 이런 의미에서 협력 행동은 유전자와 문화의 공진화가 창조해낸 것 가운데 하나다.

“가문보다는 가정환경이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타고난 유전적인 성질보다도 교육과 같은 후천적 환경이 인간 형성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선천적인 성질이 대부분을 결정한다는 의견도 있다. 여기서 주장하는 유전자와 문화의 공진화란 “가문보다는 가정환경”을 말하는 것이다. 단순히 양쪽 모두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양자가 상호보완됨으로써 적응하기 쉬운 성질이 된다는 것이다.

유전자와 문화의 공진화 사례로서 신체의 건강함이 있다. 현대인은 초기 인류에 견줘 신체가 건장하지 않은데 그것은 수렵을 위한 무기를 만드는 기술의 진보와 관련되어 있다고 한다. 무기가 발명되기 전에는 수렵을 하려면 튼튼한 신체조건이 필요했지만 무기가 발명된 후에는 튼튼하지 않은 신체도 적응할 수 있게 되었다. 때문에 신체는 이전에 비해 튼튼하지 않게 된 것이다. 무기를 만드는 기술이라는 문화와 튼튼한 신체를 만드는 유전자가 서로 영향을 끼쳐 현대인과 같은 신체로 진화한 것이다.

“유전자와 문화는 탄력이 있지만 부서지지 않는 사슬로 연결되어 있다.”(럼즈든과 윌슨 《정신의 기원에 대해》)

결국 사람은 합리적인가?

감정의 움직임은 크다. 물질과 마찬가지로 감정이 쾌감을 가져다주는 까닭에 사람은 행동하는 것이다.

글림처(P. W. Glimcher)와 도리스(M. D. Dorris)는, 인간은 생리적인 의미에서 효용 최대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말한다. 주류 경제학이 말하는 효용 최대화와는 달리 물질적 만족뿐만 아니라 감정이 주는 쾌감을 포함한 이른바 총효용을 최대로 하려는 것이 생리적 효용 최대화다. 필시 그것은 인간이 진화에 의해 얻은 성질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생리적 효용 최대화가 성립한다는 확증은 아직 얻을 수 없었다.

이타적 행동은 타인에게 주는 그 자체, 즉 타인이 기뻐하는 것에 대해서 또는 “타인과 협력한다”는 규범을 지키는 것에서 기쁨을 느껴 이뤄진다.

이런 측면에서 자기만족을 추구하는 결과로서 이타적인 행동이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는 이기적인 행동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자기 자신의 만족이 전혀 동반되지 않은 완전히 자기희생적인 이타적 행동은 아직 관찰되지 않았다. “평균적인 인간의 약 95%는 좁은 의미로 이기적”이라고 고든 털록(Gordon Tullock)은 서술했지만 나머지 5%가 존재한다는 증거는 없다.

그러나 이렇게 말해도 사람의 이타적인 행동이 누리는 지위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협력 행동이 사회 구성원에게 중요한 덕목이고, 협력 행동을 하는 사람이 칭찬받는다.

“사욕은 모든 악의 근원으로서 비난받지만 선행의 기초로서 칭송받아 좋을 경우도 가끔 있다.”(라로슈푸코(La Rochefoucauld, Francois, duc de) 《잠언집》)

요컨대 인간은 이기적으로 효용 최대화를 지향하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표준적인 경제적 인간 가설에 맞지 않다는 것을 그동안 살펴봤다.

결국 인간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나 생태에 적합한 결정을 한다는 의미에서 합리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런 뜻에서 버넌 스미스와 기거렌저는 합리성을 ‘생태적 합리성’이라 하고, 사이먼과 프랭크는 ‘적응적 합리성’이라 불렀다.

이 같은 합리성을 지닌 인간 행동에 관해 더 심층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행동경제학이 그것을 위해 확실한 방법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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