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해빗 1장 - 시작하기
Chapter 1 시작하기
백지상태의 힘
2012년 처음으로 거대한 구글 본사에 방문했을 때, 나는 마치 윌리 웡카 초콜릿 공장에 들어선 아이가 된 느낌을 받았다.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자리 잡은 구글 캠퍼스는 다양한 최첨단 시설과 더불어 약간의 엉뚱함을 뽐내고 있었다. 사무실 건물을 지나는 동안에 나는 비치발리볼 경기장, 기발한 조각품, 브랜드 장난감으로 가득한 선물 가게 그리고 세계적인 수준의 무료 레스토랑을 봤다. 참으로 놀라운 광경이었다.
구글은 나를 포함해 여러 학자를 고위인사 관리자를 위한 워크숍에 초청했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성공적인 이 기업이 대체 우리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짐작할 수 없었다. 구글 로고가 인쇄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직원들의 미소에서는 분명 아무런 문제도 감지할 수 없었다. 구글은 내가 그곳을 방문하던 해의 전년도에 무려 380억 달러 매출을 기록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문제가 없는 기업은 없다. 구글도 예외일 수 없다. 구글은 직원들이 직장과 가정에서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도와주는 새로운 방법을 찾고자 이 워크숍을 개최했다. 특히 그들은 생산성은 물론, 직원의 건강과 재정적 안전(이 두 가지는 업무 성과 개선과 관련 있다)을 개선하는 데 주목하고 있었다. 행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와튼 스쿨 졸업생이자 구글의 부사장으로서 수년 동안 인사조직에 몸담았던 프라사드 세티Prasad Setty가 내게 별로 흥미로워 보이지 않는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그 질문은 결국 내가 중요한 발견을 하도록 이끌어준 것으로 드러났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구글은 직원들에게 삶과 업무를 동시에 개선하는 것과 퇴직연금에 대한 무관심, 지나친 소셜미디어 사용, 신체 활동 부족, 건강에 해로운 식습관, 흡연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계된 다양한 복지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같은 프로그램에 대한 직원 참여도는 크게 부족했다. 프라사드는 자신의 팀이 개발한 많은 프로그램(구글이 비용의 상당 부분을 부담하는)이 전반적으로 외면받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당황했다. 왜 직원들은 무료 기술개발 강의에 참석하지 않는가? 왜 기업의 퇴직연금 프로그램(401(k))과 운동 프로그램에 서명하지 않는 것인가?
프라사드는 이에 대해 몇 가지 설명을 내놨는데, 모두 그럴듯해 보였다. 아마도 프로그램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아니면 직원들이 너무 바빠서 프로그램에 참여할 시간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또한 프라사드가 궁금해한 것은 ‘타이밍’, 즉 시점이었다. 그는 물었다. 구글이 직원들에게 이러한 프로그램을 제안해야 하는 때는 ‘언제’인가? 일정상, 혹은 직원들의 경력상 행동 변화를 격려하기 위한 이상적인 시점이 있는가?
나는 잠시 생각했다. 프라사드의 질문은 분명히 중요한 것이었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기로 이러한 질문들은 학자들이 지금껏 주의 깊게 들여다보지 않았던 것이었다. 행동 변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효과적으로 홍보하고자 한다면, 그것을 ‘언제’ 시작해야 할지를 알아야 하는 게 당연했다.
나는 프라사드에게 즉각적인 답변을 내놓지 못했지만, 그래도 무언가 떠오르는 게 있었다. 나는 그에게 확고한 증거에 기반을 둔 대답을 제시하기 전에 먼저 학술 자료를 검토하고 직접 데이터를 수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고 나선 필라델피아에 있는 나의 연구팀으로 어서 돌아가고픈 마음에 몸이 근질거리기 시작했다.
프라사드 같은 관리자를 만난 게 처음은 아니었다. 나는 그동안 직원들이 건강에 해롭거나 비생산적인 행동을 쉽게 끊어내지 못하는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수많은 관리자를 만났다. 혼란에 빠진 공중보건 분야의 공무원들과 오랜 시간에 걸쳐 어떻게 사람들이 흡연을 줄이고, 신체 활동을 강화하고, 식습관을 개선하며, 백신 접종률을 높일 것인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사실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나는 그들에게서 이러한 푸념을 종종 들었다. 변화가 쉽고, 경제적이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해도 그들이 자신의 행동을 바꾸게끔 설득할 수 없다면, 대체 무슨 마법을 동원해야 한단 말인가?
이 책은 이러한 질문에 대해 많은 해답을 제시하지만(가장 중요한 점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그중 하나는 특히 프라사드의 문제와 관련이 깊다. 이는 놀라운 의학적 성공스토리와 더불어 시작한다.
영아급사증후군Sudden infant death syndrome, SIDS은 그 이름만큼이나 무시무시하다. 전 세계적으로 수만 명의 아기가 잠을 자는 동안에 아무 이유 없이 갑작스럽게 사망한다. 수년에 걸쳐 SIDS는 생후 1개월에서 12개월 사이의 미국 유아 사망의 주요 원인을 차지했다. 나는 소아과 의사가 갓 태어난 내 아기를 검사하면서 다양한 위험 요인에 대해 설명할 때 겁에 질렸던 기억이 있다.
수십 년 동안 의학계는 SIDS에 대해 아무런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그러던 1990년대 초, 과학자들은 주요한 혁신을 일궈냈다. 그들은 똑바로 누워서 자는 아기들의 사망률이 엎드려 자는 아기들과 비교해서 절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무려 절반!
이 칭찬받아 마땅한 발견은 신속한 행동으로 이어졌다. 의학계는 수십만 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시했고, 당연히 공중보건 공동체는 그 소식을 즉각적으로 널리 알렸다. 미국 정부는 야심 차게도 백투슬립Back to Sleep 캠페인을 출범해서 이제 막 부모가 된 사람들에게 아기를 똑바로 뉘어서 등을 대고 자게 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를 교육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미국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은 수많은 TV 광고를 내보내고, 관련 홍보자료를 병원 및 진료실에 배포했다.
물론 보장된 성공이란 없다. 사실 이와 같은 대다수의 캠페인이 실패로 끝난다. 그래서 내가 실망한 공중보건 공무원들과 그렇게 자주 통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체인 레스토랑들에 칼로리 표기를 하게 함으로써 비만을 줄이고자 한, 최근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건강 캠페인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자. 이 캠페인은 소비자에게 빅맥이나 프라푸치노의 칼로리가 얼마나 높은지를 알려 줌으로써 칼로리 소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사실상 효과는 전혀 없었다. 2010년부터 국민을 대상으로 매년 독감예방 접종을 받게 설득하고 있는 미국 보건당국의 캠페인은 또 어떤가? 그 효과는 미미했다. 캠페인이 실행되기 전 39%였던 접종률이 겨우 43%로 증가하는 데 그친 것이다. 따라서 백투슬립 캠페인 역시 과거의 많은 시도가 그랬던 것처럼 실질적으로 아무 효과 없이 끝날 것으로 예상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 캠페인은 성공적이었다. 1993년부터 2010년까지, 미국에서 등을 대고 똑바로 누워서 자는 아기의 비중은 17%에서 73%로 4배 이상 증가했고, SIDS로 인한 사망률도 크게 줄었다. 이 메시지는 지금도 의미가 있다. 캠페인이 시작된 지 수십 년이 흐른 2016년, 내가 필라델피아에서 아이를 낳았을 때 의사는 내게 백투슬립 팸플릿을 건네주었다.
백투슬립이 이처럼 엄청난 성공으로 이어진 것에 반해, 왜 다른 수많은 캠페인은 실패로 끝난 것일까? 나는 타이밍에 관한 프라사드의 질문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하나의 가설을 세웠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삶의 가장 분명한 전환점 중 하나다. 출산 하루 전까지도 나의 세상엔, 입히고, 먹이고, 보호하고, 달래야 할 무력한 아기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 모든 것이 바뀌었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일이며, 그렇기에 깨뜨려야 할 오랜 습관이나 없애버려야 할 기존 루틴도 없다. 더 좋든, 더 나쁘든, 모든 일이 완전히 새롭게 시작된다. 바로 이러한 중요한 시점에 백투슬립 메시지가 전달된다. 그 시점, 우리의 행동 방식은 고정되지 않았고, 무엇이든 똑바로 제대로 하고자 하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 나는 직감했다. 사람들의 행동 패턴을 바꾸는 데 그보다 더 좋은 시점은 없다는 것을 말이다. 당신의 부모가 혹은 조부모가 그 전에 어떻게 행동했든 상관없이, 의사가 당신에게 아기를 똑바로 뉘어서 재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할 때, 당신은 기꺼이 따를 준비가 되어 있다. 게다가 그때 당신에게는 맞서 싸워야 할 나쁜 습관 같은 것도 없다.
이 사례를 성인들의 식습관과 흡연, 백신 접종에 영향을 미치고자 마련한 공중보건 캠페인과 비교해 보자. 이 캠페인들은 바쁜 삶의 가운데서 우리를 붙잡는다. 이미 틀에 박힌 일상은 변화의 가능성을 제한한다. 그 메시지가 삶과 죽음을 가르는 중요한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는데도, 우리는 종종 이를 외면한다.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행동을 바꾸고자 할 때 백지상태(새로운 시작)에서 시작한다면, 또 발목을 잡는 오랜 습관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우리는 대단히 유리한 위치에 서 있는 셈이다. 구글을 방문하고 난 이후로, 나는 이러한 통찰이 대단히 중요함에도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다. 그것은 진정한 백지상태가 지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우리가 바꾸려는 대부분의 행동은 일상적이고 습관적인 데다 치밀하게 잘 짜인 루틴으로 굳어져 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백지상태가 아니라고 해서 변화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저 힘들 뿐이다. 내가 구글에서 얻은 예감은, 완전한 백지상태가 아니라고 해도 백지상태의 ‘느낌’을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새로운 시작 효과
2012년, 구글에서 돌아오자마자 나는 박사과정에 있는 헹첸 다이Hengchen Dai(지금은 UCLA 교수인)와 하버드 객원 교수인 제이슨 리스Jason Riis를 만났다. 나는 그들에게 프라사드의 질문을 들려주면서, 사람들은 새로운 시작을 하고 있다고 느낄 때 변화에 더욱 개방적이 된다는 나의 직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나의 설명을 듣던 헹첸과 제이슨의 눈빛이 빛났다. 그들 역시 시점이 변화에서 대단히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을 즉각적으로 이해했다. 우리는 사람들이 새로운 시작처럼 느껴지는 순간, 변화에 본능적으로 이끌린다는 사실을 알았다. 가령 새해 결심을 떠올려 보자. 반면 경제학 이론에서는, 인간의 기호는 새로운 제약이나 새로운 정보, 혹은 생각이나 예산에 대한 조정을 강제하는 가격 충격 같은 변화하는 환경에 직면하지 않는 이상, 장기적으로 안정적이라고 가정한다. 그러나 헹첸과 제이슨 그리고 나는 이러한 가정이 틀렸으며, 환경에 변화가 없더라도 사람들이 자신을 바꿔야 한다고 느끼는 체계적이고 예측 가능한 시점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들뜬 마음으로, 새로운 시작이 행동 변화를 자극하는 시점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각 사례에서 공통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동기가 바뀌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논의했다.
새로운 시작 시점에서 발동하는 변화의 대부분은 사소한 것이었다. 가령 손톱을 물어뜯는 습관을 고치고, 교통사고 이후 다시 자동차 핸들을 잡게 되고, 실연을 겪고 난 이후에 새로운 연애 전략을 활용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나는 보다 중대한 변화에 관한 이야기도 들었다. 예를 들어, 베스트셀러 《채리티: 워터Thirst》의 저자 스콧 해리슨Scott Harrison의 사례를 살펴보자. 스콧은 새해 첫날, 금욕적인 삶과 비영리사업을 위해 앞으로 광란의 파티를 벌이는 클럽 기획자로서의 역할을 중단하리라 결심했다. 새로운 시작은 실질적인 변화를 자극하는 기회로 보였다.
팀 회의를 하는 동안에 헹첸과 제이슨과 나는 새해의 위력을 즉각 인식했지만, 이는 보다 광범위한 현상 중에서 잘 알려진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즉, 사람들이 자신에게 새로운 시작의 기회가 주어졌다고 인식하면서 기꺼이 변화하고자 하는 많은 순간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남은 과제는 이와 같은 반응을 촉발하는 또 다른 순간을 확인하고, 그러한 순간이 왜 그리고 어떻게 우리를 움직이게 만들고 변화를 자극하는지 이해하는 것이었다.
가장 먼저, 헹첸은 사람들이 새해와 같은 특별한 시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관한 기존의 연구자료를 파헤친 끝에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또 사람들이 어떻게 시간의 흐름을 인식하는지에 관한 심리학 분야의 자료를 살펴보았는데, 거기서 우리는 사람들이 시간을 연속체가 아닌 ‘에피소드’ 단위로 생각하며, 우리 삶에서 특별한 순간으로부터 이야기 흐름을 만들어 내는 성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가령 대학 기숙사에 들어가던 날에 하나의 장(대학 시절)이 시작되고, 첫 출근 날에 또 하나의 장(컨설턴트 시절)이 시작된다. 그리고 마흔 번째 생일에 새로운 장이 시작되고, 새해, 혹은 새천년 첫날에 또 다른 장이 시작되는 식이었다.
우리는 지극히 사소한 것이라도 새로운 삶의 단계가 사람들에게 백지상태의 인식을 가져다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새로운 삶의 단계야말로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무엇을 하며 살아가는지를 정의하는 순간이며, 사람은 이러한 순간을 통해 삶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학생’에서 ‘직장인’이 되고, ‘임차인’에서 ‘주택소유주’가, ‘독신’에서 ‘기혼자’가, ‘성인’에서 ‘부모’가, ‘뉴요커’에서 ‘캘리포니안’이, ‘90년대 주민’에서 ‘21세기 미국인’이 된다. 이러한 명칭은 우리 행동에 대단히 중요하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명칭, 이를테면 ‘유권자’(그냥 투표하는 사람이 아니라)나 ‘당근 섭취자’(가능할 때마다 당근을 먹는 사람이 아니라), 혹은 ‘셰익스피어 독자’(셰익스피어 작품을 많이 읽은 사람이 아니라) 같은 것이 우리 자신을 설명하는 방식뿐 아니라, 우리가 행동하는 방식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새해’에 ‘새로운 자아’가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기대하면서 새해 결심을 세울 때, 명칭은 힘을 발휘한다. 새해의 힘과 관련된 사례 중 내가 좋아하는 것이 있다. 레이 자하브Ray Zahab의 이야기다. 레이는 내가 의사결정을 주제로 진행한 팟캐스트에 손님으로 출연했던 인물이다. 그는 90년대의 장이 끝나고 새로운 장이 시작된 새천년의 시점을 활용해 자신의 삶을 전환했다.
그전까지만 해도 레이는 술과 담배에 절어 살았고, 맥도널드에서 세 끼를 모두 해결한 날도 있었다. 삼십 대 초반이 되었을 때, 레이는 어떻게든 변하고 싶었다. 건강과 날씬한 몸매를 잃어버린 자신의 삶이 혐오스러웠다.
그는 자신이 장거리 달리기를 하는 자신의 형처럼 될 수 있을지 궁금했다. 장거리 달리기는 흡연자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를 위한 분명한 첫 단계는 금연이었다. 그러나 레이는 담배를 끊을 수 없었다. 계속해서 시도했지만 강력한 흡연 욕구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자신을 반대 방향으로 몰고 가려면 다른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때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것은 세기의 전환, 즉 1999년 마지막 날을 이용해서 금연하는 것이었다. 레이는 이렇게 설명했다. “그날을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그날은 모두의 마음속에 중요한 마지막이었으니까요. 한 세기의 끝이잖아요? 인류에게 있어 새로운 시작을 위한 전환점이었죠.”
1999년 12월 31일 자정 직전, 레이는 마지막 담배를 태웠다. 그러면서 이렇게 혼잣말을 했다. “지금 못 하면 영원히 못 할 거야.”
다음 날 아침, 레이는 강한 흡연 욕구와 함께 잠에서 깼다. 그는 그날을 이렇게 떠올렸다. “하지만 이제 2000년 1월 1일이야.” 새천년이 도래했고, 그는 중요한 경계선을 넘었다. 레이는 이제 더는 담배를 끊지 못하던 과거의 그가 아니었다. “제 마음속 작은 불꽃이 이렇게 외치더군요. ‘할 수 있어.’”
결국 레이는 성공했다. 그는 영원히 담배를 끊었다.
2003년 그는 세계에서 가장 힘든 경주 중 하나인 100마일 유콘 아크틱 울트라Yukon Arctic Ultra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레이는 그 승리가 2000년 첫날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날은 그의 삶에서 다른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들어 준 순간이었다.
물론 레이는 새해 시작과 더불어 자신의 삶을 바꾼 사람 중 극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하지만 매년 1월 1일 미국인의 약 40%가 새로운 변화를 결심한다. 가령 다이어트, 은퇴를 위한 저축, 외국어 습득 같은 변화 말이다.
새해가 시작되면 우리는 업무시간에 소셜미디어를 끊고, A 학점을 받고, 더 나은 동료가 되고, 건강한 식단을 실천하기 위한 과거의 도전과 실패를 마치 다른 사람의 일인 양 바라본다. 작년에는 업무 중 소셜미디어 끊기나 금연에 실패했다. 그러나 새해에 접어들면 이렇게 생각한다. “그건 과거의 나였고, 이제는 새로운 나다.”
바로 이 지점에서 헹첸과 제이슨과 나는 생각했다. 사람들이 새로운 순간을 맞이했을 때, 그들이 변화를 가로막는 힘든 장애물을 극복하도록 보다 효과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겠다고. 다만 우선 그러한 생각을 검증할 필요가 있었다.
우리는 가장 먼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변화를 추구하게 되는 것이 언제인지 알 수 있는 정보를 수집했다. 그리고 다양한 데이터베이스에 걸쳐 동일한 패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캠퍼스 내 헬스장의 경우, 대학생들은 1월뿐만 아니라 주초, 연휴 이후, 새 학기 초 그리고 생일 이후(단, 21번째 생일은 제외하고. 그 이유는 뭘까?)에 더 많이 방문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역시, 1월과 월요일, 연휴 직후에 온라인 목표 수립(유명한 목표 설정 웹사이트인 스틱K stickK의 자료에 따를 때) 및 ‘다이어트’ 검색에서 뚜렷한 상승을 확인했다. 또한 사람들의 생일이 스틱K 상에서 더 많은 목표 수립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뚜렷하고 일관적인 그림을 확인했고, 헹첸과 제이슨과 나는 그 패턴을 “새로운 시작 효과fresh start effect”라고 불렀다.
미국인을 대상으로 새해 첫날이나 생일과 같은 새로운 시작일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조사했을 때, 여러 사람이 새로운 시작이 일종의 심리적 ‘재도전’의 기회를 제공한다고 답했다. 그런 날 사람들은 과거의 실패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고 느낀다. 그들은 자신이 마치 다른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미래를 낙관적으로 바라볼 타당한 이유라도 생긴 것처럼 행동한다.
사람들은 새로운 시작이라고 느끼는 날에 더 많은 변화를 추구한다. 이러한 순간이 목표에 대한 새로운 도전을 가로막은 공통적인 장애물, 다시 말해 예전에도 실패했고 그래서 앞으로도 실패할 것 같은 두려움을 극복하도록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이유에서 나는 월요일마다 이번 주가 지난주보다 더욱 생산적이리라 기대하고, 많은 사람이 새해 첫날뿐 아니라 생일에 새로운 결심을 세운다. 우리는 새로운 시작을 하면서 잠시 숨을 돌리고 숙고하며 더 큰 그림을 떠올린다. 그리고 더 많이 변화를 모색한다. 이로써 헹첸과 제이슨과 나는 새로운 시작이 왜 중요한지 분명히 이해했고 관련된 증거도 확보했다. 그런데도 한발 더 나아가, 삶을 바꾸는 잠재력으로 가득한 순간이 그밖에 더 있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달력을 넘어서
1970년대 초, 미 연방전력위원회 변호사인 밥 패스Bob Pass는 여자 친구와 함께 국립동물원에 놀러 갔다가 대규모 유인원 전시회를 보게 되었다. 그는 우리에 갇힌 고릴라를 바라보다가 여자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들이 어떤 기분인지 정확히 알겠어.”
얼마 후, 밥은 직장을 그만두었다. 그는 기분 전환을 위해 여행을 한 뒤, 지역 컨트리클럽에서 테니스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는 변호사로서 일을 할 때보다 더 행복하다고 느꼈지만, 이 생활을 오래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았다. 아내와 아이들을 부양하려면 자신이 잠시 떠나온 안정적인 일자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다시 얼마 후, 밥은 정장을 차려입고 한 로펌의 채용 면접을 봤다. 면접은 순조롭게 진행되었지만, 갑자기 몸에 통증을 느낀 그는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그리고 이틀 후에 밥은 심장판막 포도상 구균 감염으로 입원했다. 회복 가능성은 확실하지 않았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같은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지 드러났다. 삶과 죽음에 대해 걱정하며 병상에 누워 있는 동안 밥은 좀 전에 받았던 채용 제안을 포함해서 자신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 골똘히 생각했고, 분명한 결론에 도달했다. 그것은 더는 변호사 생활을 하기 싫다는 것이었다. 죽음에 대한 생각이 삶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기회가 된 것이다. 밥은 이렇게 말했다 “삶을 똑바로 바라보게 되었죠.”
밥은 자신이 테니스 코치 일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변호사로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포기한 뒤, 그는 1973년에 몇 명의 수강생들과 함께 테니스 아카데미를 시작했다. 그리고 몇십 년이 흘러 내가 그의 번창하는 아카데미의 수강생이 되었을 때, 밥은 내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그것이 인생 최고의 결정이었다고 말해 주었다.
나는 새로운 시작에 관해 온종일 생각하다가, 밥으로 하여금 삶의 한 장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장을 시작할 용기를 갖게 만든 건 다름 아닌 건강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의 경우, 달력의 특정한 날짜와는 아무 관련이 없었다. 삶에서 중요한 사건이 새로운 시작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밥의 사례에서는 질병이 새로운 시작을 위한 자극제가 되었다. 하지만 여러 연구 결과들이 일상적인 사건, 즉 국가 간 이동이나 직장 내 승진, 혹은 통근 수단의 변경 같은 일들이 그러한 자극제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1994년에 발표된 한 논문에서, 두 심리학자는 경력 전환이나 개인적인 관계 종료, 혹은 다이어트 돌입 같은 의미 있는 삶의 변화에 도전했던 사람들 1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놀랍게도 성공적인 도전의 36%가 이사를 했을 때 이뤄졌으며, 이사 후 도전이 실패로 돌아간 경우는 13%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이러한 통계 자료는 변화를 모색할 때, 물리적 이동에 따른 변화가 달력상 새로운 시작에 의해 촉발된 것만큼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그러나 이러한 새로운 시작은 달력의 날짜와는 달리, 경제학 이론의 예측과 모순을 이루지 않는다. 이러한 시작이 우리의 관점뿐 아니라, 실제로 삶의 환경을 ‘바꾸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예전에는 인식하지 못했던 변화를 향한 새로운 길을 발견하게 된다. 가령 2014년 런던 지하철 파업에 대해 생각해 보자. 파업이 벌어지면서 몇몇 지하철 역사가 폐쇄되었고, 이로 인해 수십만 통근자들이 새로운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했다. 그런데 이 때문에 일부는 새롭고 보다 효율적인 통근 경로를 발견하게 되었고, 지하철 이용객의 약 5%가 통근 습관과 관련해서 긍정적이고 지속적인 변화를 경험했다. 이사나 지하철 파업과 같은 물리적인 변화는 기존의 행동을 파괴하고 사람들이 더 나은 접근방식을 인식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 이러한 변화는 순수하게 ‘심리적인’ 새로운 시작에 따른 동일한 이익을 가져다주며, 자전적인 기억에서 새로운 장을 열어 준다. 이것만 보면 변화가 한층 통제 가능하고 매력적인 과제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모든 변화가 똑같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가령 텍사스 A&M 대학의 편입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를 살펴보자. 이들 편입생 중 일부는 다른 지역에서 왔고, 다른 일부는 지역 칼리지 출신이었다. 연구원들은 환경에 큰 변화가 없는 학생과 환경이 크게 바뀐 학생들을 비교했다. 일부 편입생은 환경적 측면에서 사소한 변화만 경험했는데, 일상생활을 대부분 유지하면서 동일한 지역에서 똑같은 친구들과 교류했다. 반면 다른 편입생들은 보다 실질적인 변화를 경험했다.
연구자들은 학생들이 경험한 변화의 유형이 TV 시청이나 신문 구독, 혹은 운동 습관에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봤다. 그 결과, 변화의 정도가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드러났다. 환경이 크게 변하지 않은 지역 칼리지 출신 학생들은 기존 습관을 대부분 유지했던 반면, 큰 변화를 겪은 학생들은 더 많은 행동 변화를 경험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헹첸과 제이슨과 나는 연구를 통해 달력상 특정 시점이 다른 시점보다 더 뚜렷한 반응을 촉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예를 들어, 새해 첫날은 일반적인 월요일보다 행동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특정한 날짜의 의미가 클수록 우리는 한 걸음 물러서서 상황을 새롭게 바라보고, 심리적인 차원에서 과거와의 뚜렷한 단절을 경험하게 된다.
이 연구 결과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면서 나는 사람들이 새로운 시작의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더 분명히 깨닫게 되었다. 변화를 희망할 때, 우리는 주변 환경을 재편함으로써 기존의 습관과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커피숍을 발견하거나 새로운 체육관을 찾는 것도 간단한 재편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자신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새롭게 평가하기 위해서, 환경의 변화를 이용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것이 질병이든 승진이든, 아니면 이사든 간에, 이러한 기회는 우리에게 삶의 전환에 필요한 계기를 선사한다.
새로운 시작의 문제
구글에 방문한 지 2년쯤 흘렀을 때, 박사과정 학생이었던 헹첸이 자신의 박사 논문에 관한 아이디어를 들고 나를 찾아왔다. 그녀는 메이저리그 야구MLB에 관해 연구하고 싶다고 했다. 이전에 단 한 번도 그녀에게서 스포츠팬이라는 인상을 받아 본 적이 없었던 나는 그녀의 결정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헹첸이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 사이의 선수 트레이드와 관련된 규칙의 이상한 측면에 대해 설명했을 때, 나는 그녀가 왜 연구 과제로 이를 선택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는 내게 이렇게 물었다. “선수가 시즌 중반에 다른 리그로 트레이드될 때, 그들의 시즌 성적이 막 경력을 시작한 것처럼 새롭게 기록된다는 사실을 아세요?” 반면 동일한 리그 안에서 트레이드가 이뤄질 경우, 그들의 시즌 성적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이어서 기록된다.
단숨에 이해할 수 있었다. 헹첸은 리그 간 트레이드에 따른 ‘리셋’이 선수들에게 일종의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기에 야구에 주목한 것이었다. 여기서의 리셋은 말 그대로 통계 자료의 백지상태를 뜻했다. 새로운 시작을 주제로 함께 추진했던 연구에서 우리는 그와 같은 형태의 리셋에 주목한 적이 없었다.
물론 리셋의 사례는 우리 주변에 널렸다. 매일 아침 일어날 때마다 핏비트 앱 화면 속에 떠 있는 걸음 수는 ‘0’으로 바뀐다. 어제의 걸음 수는 과거가 되고 나는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매 학기 새로운 학생들이 내 강의를 들으러 올 때마다, 그들이 이전에 다른 과목에서 받은 성적은 나로부터 받게 될 성적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 밖에도 이익보고서와 매출 기록 그리고 여러 다양한 통계 자료는 매년, 매월, 혹은 매주 깨끗하게 리셋된다. 그렇지만 헹첸이 박사 논문에 대한 아이디어를 들고 나를 찾아왔을 때, 이러한 유형의 리셋이 목표를 향한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바는 거의 없었다.
헹첸은 통계적으로 구별할 수 없는 두 야구 선수가 주요한 변화(새로운 팀으로 트레이드되는 일)를 경험할 때, 그러나 오직 한 선수에게만 백지상태의 기회가 주어질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살펴보고자 했다. 예를 들어, 시즌 중반까지 타격에서 동일한 성적을 올리고 있는 두 선수, 즉 재키 로빈슨과 재키 로빈스가 있다고 상상해 보자. 이제 두 사람은 새로운 팀으로 트레이드된다. 그런데 재키 로빈슨은 다른 리그로 트레이드되면서 시즌 성적이 리셋되는 반면, 재키 로빈스는 리그 안에서 트레이드되어 시즌 성적이 그대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헹첸은 40년에 달하는 메이저리그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리고 그 대답이 두 재키가 그때까지 올린 성적에 달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첫째, 낮은 타율을 기록했던 선수들은 다른 리그로 트레이드되었을 때 도움을 받았다. 새로운 시작에 대한 지난 연구와 일관되게, 헹첸은 이들 선수의 경우 리그 내에서 트레이드된 선수들보다 트레이드 이후에 성적이 훨씬 더 크게 향상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내가 대학원생이었던 2004년, 우리 홈 팀인 보스턴 레드삭스는 이러한 시즌 중반 리셋으로 인해 도움을 얻었다. 그해 유격수 올란도 카브레라Orlando Cabrera가 몬트리올 엑스포스에서 리그를 건너 레드삭스로 트레이드되었다. 그때까지 올란도의 시즌 타율은 2할 4푼 6리로 그해 메이저리그 평균인 2할 6푼 5리에 못 미치는 기록이었다. 그러나 레드삭스로 넘어오면서 그의 시즌 성적은 리셋되었고, 타율이 2할 9푼 4리로 29%나 뛰면서 보스턴 야구팬들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헹첸을 더욱 놀랍게 만든 것은 새로운 시작이 항상 긍정적인 영향만 미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전반적으로 트레이드 이전에 높은 타율을 기록했던(시즌이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었던) 선수들은 트레이드 이후에 성적이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그리고 놀랍게도, 선수의 타율이 리그를 건너뛴 트레이드로 인해 깨끗하게 지워졌을 때 하락폭은 더욱 뚜렷했다(이러한 패턴은 하락이 단지 평균으로의 회귀는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 준다). 고전하고 있던 선수들이 트레이드로부터 도움을 얻은 반면, 최고 성과자들은 리셋으로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리셋이 그들의 최근 성공이 과거 일처럼 느껴지게 만들고, 처음부터 기록을 새롭게 세워가게끔 강요한 것이다.
제로드 살타라마치아Jarrod Saltalamacchia 역시 만사가 뜻대로 돌아가고 있을 때는 새로운 시작이 암울한 경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힘들게 깨달았다. 2007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 2할 8푼 4리의 타율을 기록하던 포수 살타라마치아는 그해 시즌 중간에 리그를 건너 텍사스 레인저스로 트레이드되었다. 그리고 10월경 그의 타율은 13% 더 낮은 2할 5푼 1리로 떨어졌다. 헹첸의 예측과 같았다.
야구에 대한 연구는 헹첸이 동일한 패턴을 확인한 여러 연구 중 하나에 불과했다. 사람들을 모집해 단어 검색 같은 과제를 수행하거나 그들의 개인적인 목표를 추적하게 했던 실험에서, 헹첸은 리셋이 낮은 성과자에게는 도움이 되지만, 이미 잘하고 있던 사람에게는 오히려 손해가 된다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확인했다.
이는 중요하면서도 주의를 요구하는 교훈이다. 즉, 모두가 새로운 시작으로부터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황이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을 때는 어떠한 변화든 방해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일을 가정에서 그리고 직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변화 그 자체로 중요한 일은 아니라고 해도, 결과는 당신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한창 업무에 몰두해 있는데 원치 않는 전화나 수다쟁이 동료 때문에 방해를 받게 되면 어떤 느낌이 드는지 떠올려 보라. 그 한 번의 간섭은 하루의 나머지를 망쳐 버릴 만큼 충분히 강하다. 혹은 아침에 스무디, 점심에 샐러드, 저녁에 집에서 요리한 식사로 구성된 새로운 식이요법을 실천하면서 꽤 효과를 보고 있는 와중에 여름휴가를 떠나게 되거나 수많은 퍼넬 케이크(재료를 깔때기를 이용해 소용돌이 모양으로 뽑아서 굽거나 튀긴 케이크-옮긴이)를 먹게 된다면 어떤가? 이제 당신은 예전의 건강한 습관으로 다시 돌아가지 못한다.
헹첸의 발견 덕분에 나는 과거의 몇몇 연구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헬스장에 나가는 새로운 습관을 형성하도록 도움을 줬던 두 실험(내가 이끌었던 실험)에서, 똑같은 위험한 패턴이 모습을 드러냈다. 두 실험에서 휴가 시즌은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체육관에 나가는 새로운 습관을 형성했던 학생들은 휴가 시즌을 보내고 학교로 복귀했을 때 그 습관으로 다시 돌아가지 못했다. 변화의 효과는 전반적으로 나타났고 학생들의 개선을 과거로 되돌렸다.
이러한 발견들은 새로운 시작이 변화를 시작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동시에 제대로 기능하는 루틴에는 방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 줬다. 좋은 습관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유의해야 할 부분이다.
변화를 자극해야 하는 시점
2014년 가을 어느 날, 수천 명의 미국인이 메일함에서 편지 봉투 하나를 발견했다. 봉투 안의 붉은색 편지지에는 커다란 흰색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기다리지 마세요. … 저축을 시작하세요!”
이 메시지를 받은 모든 사람에게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첫째, 그들은 내가 포함된 연구팀과 제휴를 맺은 여러 대규모 대학 중 한 곳에서 일하고 있었다. 둘째, 그들은 은퇴를 위한 저축을 거의 하지 않고 있었다.
이전 연구를 통해 우리는 저축을 하지 않는 많은 사람이 사실은 미래를 위해 월급의 일부를 떼어 놓기를 원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다만 그들 모두 아직 시작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헹첸과 나는 저축 전문가인 존 버시어스John Beshears와 슐로모 베나르치Shlomo Benartzi와 팀을 이루어 저축을 정말로 쉽게 만들어 줄 방법을 찾고자 했다(우리는 편지 안에 곧바로 회신이 가능한 반송 주소를 적고 우표를 붙인 또 하나의 편지를 동봉했다). 편지를 받은 사람이 더 많은 저축을 시작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해당 칸에 서명하고 확인했음을 표시하는 것뿐이었다. 그러기만 하면 우리가 그들의 월급 중 일부를 퇴직연금 계좌로 송금시키는 나머지 모든 절차를 처리할 계획이었다.
더 많은 사람이 저축을 시작하도록 돕는 일에 열중하는 동안 우리 팀이 가장 관심을 기울인 것은, 언제 저축을 시작하게끔 사람들을 독려해야 할지를 알아내는 것이었다. 우리는 모든 사람에게 지금 당장 저축을 시작할 기회를 제시했지만, 그중 많은 이가 조금이나마 월급이 줄어드는 고통을 연기하고 싶어 하리라 예상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저축을 시작하도록 설득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시점에 변화를 독려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는 처음 구글을 방문했을 때 프라사드 세티가 내게 던졌던 시점에 관한 질문을 상기시켰다.
지금까지 새로운 시작에 관해서 내가 이야기한 모든 것은 그 출발이 프라사드의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내가 소개한 연구는 다만 새로운 시작 시점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변화에 착수하는 시점이라는 사실만 보여 준다. 그렇다면 실제로는 프라사드의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지 않은 셈이다. 그가 알고 싶어 한 것은 언제 구글이 변화를 ‘촉구’해야 하는지였으니 말이다.
나는 헹첸과 제이슨과 함께 진행했던 몇몇 실험으로부터 프라사드의 질문에 대한 대답의 실마리를 얻었다. 우리는 여러 연구를 통해 저마다의 목표를 지닌 펜실베이니아 대학 학부생들을 모아서 그들에게 목표 달성을 위한 시작에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다음으로 우리는 그들에게 특정한 미래 시점에 새롭고 개선된 행동을 시작하게끔 돕는 이메일 알림을 받는 것에 서명하게 했다. 단,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기술을 사용했다. 미래의 날짜를 설명하는 방식에 조금씩 변화를 준 것이다. 관련 연구에서 일부 학생에게는 3월 20일을 ‘봄의 첫날’이라고 설명했고, 나머지 학생들에겐 ‘3월의 세 번째 목요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5월 14일을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여름방학 첫날’이라고 설명한 반면, 일부에게는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행정일(우리가 만든 의미 없는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들은 새로운 시작 시점의 중요성에 대한 우리의 기대를 확인시켜 주었다. 학생들은 특정 날짜를 새로운 시작과 관련지어 제시했을 때(봄의 첫날처럼), 별 특징 없는 날로 제시했을 때(3월의 세 번째 목요일처럼)보다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기에 더욱 매력적인 시점으로 인식했다. 그 목표가 새로운 운동 습관을 시작하는 것이든, 수면 습관을 개선하는 것이든, 소셜미디어에 쏟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든, 우리가 제안한 날짜가 새로운 시작과 연관되어 있을 때, 더 많은 학생이 변화를 위해서 우리가 보내는 이메일 알림을 받아보기를 원했다. 다른 행동과학자들이 수행한 후속연구에서도 다이어트를 하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비슷한 패턴이 발견됐다. 그리고 또 다른 팀이 최근에 수행한 연구에서도 목표를 세운 사람들에게 수정된 주간 달력을 보여 줌으로써 비슷한 효과를 얻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 달력에서 월요일 혹은 일요일을 한 주의 시작으로 표기했을 때, 사람들은 목표 달성을 위한 동기를 더 많이 느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들 모두 소규모 조사 연구에서 온 것이었고, 그중 일부는 사람들의 실제 행동을 추적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그들에게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질문한 것에 대한 답에 불과했다. 게다가 연구 중 대다수는 반드시 의미 있는 의사결정을 내릴 필요가 없는 학부생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내가 알고 싶은 것은 변화의 의지가 실제 행동으로 이어졌는지였다. 그래서 협력자들과 함께 수천 명의 대학 근로자에게 붉은색 편지를 보내서 그들이 은퇴를 위해 저축을 하도록 촉구한 것이다. 우리는 새로운 시작 시점이 한층 고정된 루틴을 가지고 있는 나이 많은 성인이 그들의 삶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시도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퇴직연금 프로그램은 장기적인 행복에 대단히 중요하지만, 많은 미국인이 충분한 금액을 저축하지 않고 있다. 새로운 시작 시점이 퇴직연금 계좌에 저축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분명 의미가 있을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즉각 저축을 시작하는 선택권에 더하여, 더 늦은 날짜에 저축을 시작하는 기회를 제시했다. 우리는 일부 근로자에게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날짜를 제시했다(다음번 생일 혹은 봄의 시작).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는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날짜가 아닌, 임의로 이름 붙인 미래의 어느 날 혹은 마틴 루터 킹의 기념일처럼 새로운 시작과 특별한 연관성이 없는 휴일을 제시했다.
특정한 이름을 붙인 새로운 시작의 힘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다음번 생일이나 봄의 첫날에 저축을 시작하게끔 독려한 편지를 받은 직원들은 임의적인 미래의 어느 날에 저축을 시작하게끔 독려한 편지를 받은 이보다 20~30% 더 높은 저축률을 보였다. 사람들에게 다가오는 새로운 시작 시점을 상기시킴으로써, 우리는 행동 변화를 위한 동일한 기회가 한층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 수 있었다. 이러한 발견은 우리가 사람들을 올바른 시점에 초대한다면, 그것이 온라인 강의 등록이든 에너지 효율이 높은 가전제품을 구매하거나 건강검진을 예약하는 것이든 사람들의 다양한 목표 지향적 행동을 강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줬다.
나는 이후 일관된 수많은 증거를 기반으로, 2012년 구글에 방문했을 때보다 사람의 행동 변화를 격려하기 위한 최고의 시점을 더 잘 예측하게 되었다고 자신한다. 나는 이와 관련된 인사이트를 몇몇 사람과 공유하고 있다. 또한 새로운 시작에 관한 나의 연구 결과를 프라사드에게 들려주었고, 구글 프로그래머들은 직원들이 변화에 더욱 개방적이 되는 시점(가령 승진 직후나 새로운 사무실로 이전했을 때)을 확인하는 “모먼츠 엔진moments engine”을 개발했다. 덕분에 그들은 이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올바른 시점에 변화를 격려함으로써 직원들의 행동을 바꿀 수 있었다.
다행이라면, 구글이 행동 변화를 격려하는 시점에 대해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유일한 기업은 아니라는 점이다. 모금 캠페인을 벌이는 비영리단체부터 넛지 일정을 잡는 인사 컨설팅기업에 이르기까지, 점점 더 많은 조직이 새로운 시작을 활용해서 직원들이 행동 변화를 시도할 수 있게끔 도움을 주고 있다.
시작할 기회를 찾아라
헹첸, 제이슨과 함께 연구했던 새로운 시작에 관한 내용을 발표한 이후로, 매년 새해가 시작될 무렵이면 우리의 접근방식을 특정한 주제에 적용하기를 원하는 기자와 TV 앵커, 라디오 출연자, 팟캐스트 진행자로부터 많은 이메일이 날아든다.
그러나 새로운 시작의 힘에 대해 조금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많은 이가 2007년 설문조사를 통해 알려진 다소 실망스러운 통계 자료를 언급한다. 미국인의 새해 결심 중 1/3은 1월 말에 중단되고 전체적으로 4/5는 실패로 이어진다는 내용 말이다. 그래서 기자들 대부분은 내게 다음과 같은 비판적이면서도 마땅한 질문을 던진다. “그렇게나 많은 결심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굳이 결심을 할 필요가 있는가? 이제 이처럼 어리석은 전통을 그만두어야 하는 게 아닐까?”
물론 나는 그들이 왜 이 같은 질문을 던지는지 이해한다. 과거에 나 역시 결심이 실패로 끝나면서 많은 좌절을 경험했다. 그리고 지금은 성공을 돕는 과학을 더 많은 이에게 가르치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질문은 여전히 나를 다소 짜증 나게 만든다. 배우 데이비드 하셀호프David Hasselhoff도 말하지 않았는가. “타석에 들어서지 않으면 홈런을 칠 수 없다.”
새해 결심은 대단한 것이다! 봄맞이 결심, 생일 결심, 월요일 결심도 그렇다. 결심할 때마다 우리는 타석에 들어서는 것이다. 그러나 변화가 힘들고 두렵다는 인식이 새로운 도전을 종종 가로막는다. 당신은 아마 변화를 만들어 내는 아이디어를 좋아할 것이다. 그러나 정작 실천은 너무도 힘들어 보이기에 좀처럼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다. 당신은 분명히 이전의 변화 시도에서 실패를 경험했을 것이며, 또다시 실패하리라 예상하고 있을지 모른다. 변화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수차례에 걸친 시도가 필요하다.
나는 회의주의자들에게 말하고 싶다. 새해 결심에 관한 실망스러운 통계 자료를 뒤집어 생각하면, 매년 1월에 세우는 목표 중 20%는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말이다. 많은 이가 새로운 결심을 세웠기 때문에 삶을 더 좋게 바꿀 수 있었다. 레이 자하브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그는 건강하지 못한 불행한 흡연자에서 세계적인 운동선수로 거듭났다. 새로운 시작은 사람들이 작은 변화에 도전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 동시에 쉽지 않은 목표에 도전하려는 ‘의지’를 제공함으로써 획기적인 변화를 자극하기도 한다.
당신은 어떤가? 삶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바라지만, 예전에 실패한 적이 있기에 또 다른 시도 역시 비슷하게 끝나리란 걱정으로 성공 가능성에 대해 비관적인가? 내가 해 줄 수 있는 조언은 새로운 시작의 기회를 찾으라는 것이다. 다가오는 날 중에 과거와의 분명한 단절을 의미하는 날이 있는가? 그것이 당신의 생일일 수도, 여름의 시작일 수도, 혹은 그냥 월요일일 수도 있다. 현재의 물리적 환경을 바꿀 수 있는가 혹은 직원들이 그들의 환경을 바꾸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가? 물론 집과 사무실을 이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들 수 있지만, 카페에서 일을 하거나 습관의 일부를 바꿔 보는 것만으로도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혹은 자신의 성과를 기록하는 방식을 처음부터 새롭게 시작해 볼 수 있는가? 물론 당신이 프로야구팀 코치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연간 매출 목표를 월간 목표로 구분함으로써 자신에게(혹은 힘들어하는 직원에게) 더 잦은 리셋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단, 직원들이 현재 잘하고 있다면 기존 루틴을 방해하지 않도록 주의하자.
일단 올바른 시작의 시점을 발견했거나 만들어 냈다면, 다음 질문은 이것이다. 변화를 향한 여정에서 어떻게 성공을 거둘 것인가?
요약
- 변화를 추구하기에 이상적인 시점은, 새로운 시작 직후다.
- 새로운 시작은 변화의 동기를 강화한다. 실질적인 백지상태, 혹은 백지상태에 대한 인식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작은 실패를 한층 분명하게 과거로 넘겨 버리며, 미래에 대한 낙관주의를 강화한다. 또한 나쁜 습관을 중단하고, 삶을 한층 큰 그림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 새로운 시작(새로운 해, 계절, 월, 혹은 주)을 알리는 달력상의 날짜, 생일 혹은 기념일이 변화의 시점이 될 수 있다. 건강에 대한 위협이나 새로운 지역으로의 이사처럼 의미 있는 삶의 사건 역시 새로운 시작점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리셋(성과를 추적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준을 원점으로 되돌릴 때) 또한 새로운 시작의 기회를 제공한다.
- 새로운 시작이 긍정적인 변화를 자극할 수 있지만, 이미 잘 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방해 요인으로 작용하여 성과를 되돌릴 수 있으니 주의하자.
- 다른 사람(직원, 친구, 가족)이 긍정적인 변화를 시도하도록 자극하는 데 특히 효과적인 시점은 새로운 시작 직후다.
댓글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