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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 충동

스톡홀름의 오덴플란 지하철역은 혼잡스러운 교통의 중심지로서 스웨덴의 가장 번잡한 도심 구역에 자리 잡고 있다. 매일 10만 명에 달하는 승객이 출퇴근이나 병원 방문, 쇼핑, 비즈니스 미팅, 친구와의 식사, 혹은 환승을 위해 오덴플란역을 지난다.

오덴플란역을 출입하는 건 지극히 일상적인 일이었다. 사람들은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서 역사에 들어가고 나왔다. 적어도 2009년 어느 날 밤까지는 말이다. 그날 폭스바겐의 지원을 받은 한 기술팀이 특별한 작업을 시작했다. 스톡홀름 온 시내가 잠들었을 시각, 그들은 역사에서 외부로 이어지는 계단에 거대한 흑백 패널을 깔았다. 날이 밝아오기 전에 작업은 끝났다.

그들이 만든 것은 기술적으로나 예술적으로 놀라운 작품이었다. 지하 역사에서 지상으로 연결된 평범한 계단들이 거대한 피아노 건반으로 새롭게 탄생한 것이다.

패널을 설치하기 전 출구에서 찍은 영상을 보면, 대다수의 보행자가 계단 대신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그러나 피아노 계단이 모습을 드러낸 그날, 사람들은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

내가 전 세계 기업을 돌며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공학적인 차원에서 놀라운 이 설치물의 영상을 보여 줄 때마다, 사람들은 어른과 아이 그리고 강아지까지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음악을 만드는 모습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다. 사람들은 낯선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듀엣으로 작곡을 하고, 영상을 찍고, 손을 잡고, 큰 웃음을 터뜨린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영상이 밝히듯, 피아노 계단이 설치된 이후로 오덴플란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 중 66% 이상이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을 선택했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폭스바겐 기술팀이 의도한 바였다. 그들은 매일 조금이라도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이 사람들의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걸 알았고, 공통적인 문제에 대한 하나의 창조적 해결책으로서 피아노 계단을 설계했던 것이다.

내가 기업 청중에게 이러한 재미있는 영상을 보여 준 건 모든 집이나 사무실에 피아노 계단을 설치해야 한다고 말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행동 변화를 가로막는 중대한 장벽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현실감 있게 보여 주기 위해서다.

그 장벽은 단순하다. 그것은 ‘올바른’ 일을 하는 것이 대개는 단기적으로 만족감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계단을 이용하는 것이 건강에 더 유익하다는 걸 알지만, 우리의 몸은 피곤하다. 그때 에스컬레이터가 우리에게 손짓한다. 우리는 업무적으로 중요한 과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만, 소셜미디어 화면을 스크롤하는 것이 훨씬 더 재밌다. 우리는 항상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는 걸 알지만, 짜증 나게 만드는 동료에게 소리를 질러야 속이 후련하다.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공부를 해야 한다는 걸 알지만, 소파에 앉아 좋아하는 숀다 라임스의 드라마를 보는 것이 훨씬 더 즐겁다. 장기적인 보상보다 단기적으로 만족감을 주는 일을 선호하는 이러한 성향에 대해 경제학자들은 ‘현재 편향present bias’이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일반적으로 ‘충동성impulsivity’이라고 불리는데, 안타깝게도 이러한 성향은 지극히 보편적이다.

당연히 나도 현재 편향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이 문제와 가장 치열하게 싸웠던 때는 보스턴 공대 대학원생 시절이었다. 나는 어떻게든 운동을 하지 않으면 프로그램을 짜거나 시험에 대비해서 밤늦게까지 공부해야 할 때 녹초가 되고 말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운동이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긴 수업이 끝난 후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헬스장에 가는 일은 쉽지 않았다. 특히 보스턴의 가혹한 겨울날에는 말이다.

당시 약혼자였던 지금의 남편에게 나는 이렇게 칭얼거리곤 했다. “대체 어떻게 해야 헬스장에 갈 수 있을까?” 어느 날 짜증이 난 그는 기발하면서도 확실한 해답을 내놨다. “당신은 엔지니어 아냐? 그런데 솔루션을 찾을 수 없단 말이야?”

당시 온통 엔지니어링 문제에 몰두해 있었음에도, 이상하게도 나는 그 문제만큼은 공학도의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약혼자의 퉁명스러운 지적 덕분에 나는 엔지니어의 시선으로 나를 가로막고 있는 힘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 문제를 극복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이 사례에서 나를 가로막고 있는 힘의 정체는 분명했다. 그것은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 일(긴 수업을 마치고 헬스장에 가는 일)이 단기적인 만족감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것을 즉각적으로 만족감을 주는 활동으로 바꾸는 방법을 알아내야 했다.

설탕 한 스푼

1964년, 줄리 앤드루스가 뛰어난 보모로 등장하는 디즈니 영화 <메리 포핀스Mary="" Poppins="">가 개봉했을 때, 많은 비평가의 찬사와 대중의 환호가 쏟아졌다. 극중에서 메리 포핀스는 엄격한 부모 밑에서 성장하는, 사랑스럽긴 해도 구제 불능인 두 영국 아이를 돌보는 일을 맡게 된다. 이 힘든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줄줄이 실패했던 그동안의 보모들과는 달리, 포핀스는 기이한 행동과 아름다운 노래로 성공을 거둔다.

아마 당신은 줄리 앤드루스가 영화 속에서 자신이 부르게 될 노래 중 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메리 포핀스="">의 주인공 역할을 처음에 거절했었다는 사실은 모를 것이다. 이에 월트 디즈니는 어떻게든 그녀를 설득하기 위해 유명한 작사가인 밥Bob과 리처드 셔먼Richard Sherman에게 좀 더 인상적인 곡을 써달라고 부탁했다.

밥이 새롭고 더 나은 아이디어를 부지런히 찾는 동안, 다행스럽게도 운명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어느 날 그의 여덟 살 아들이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면서, 소아마비 백신 접종을 받은 이야기를 꺼냈다. 밥은 그 주사가 무척 고통스러웠으리라 예상하면서 아들에게 아프지 않았는지 물었다. 그때 한 아들의 대답이 오늘날 가장 인기 있는 동요의 한 구절을 위한 영감을 제공했다. “아니요. 설탕 덩어리 위에 약을 한 방울 떨어뜨려 주었거든요.”

대단히 이상한 것은, 여러 연구 결과를 보면 우리가 장기적인 목표를 향해 달리기 시작할 때 이처럼 현명한 접근방식을 좀처럼 따르지 않고, 과제의 부담을 줄이려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대신 우리는 참아야 할 불편함에 대해 별로 고려하지 않고, 혹은 그러한 불편함을 완화하려는 노력도 없이 행동 변화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식이요법을 시작할 때 우리는 브로콜리와 당근, 케일, 퀴노아 등 가장 건강에 좋을 것 같은 식품을 한 바구니 산다. 맛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말이다. 그리고 수강 신청을 할 때 가장 쓸모 있을 것 같은 과목을 먼저 신청한다. 그 과목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도 않고 말이다. 또한 새로운 헬스장에 등록한 뒤에는 효과적이긴 하지만 너무나 힘든 계단 오르기 같은 운동기구로 직행한다.

실제로 사람들이 변화를 시도하는 방식을 조사한 설문에서, 응답자 중 2/3 이상이 단기적인 고통에 대한 별다른 고민 없이 ‘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방식에 집중한다고 답했다. 목표 추구를 그 자체로 즐거운 일로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답한 사람은 응답자의 26%에 불과했다.

이에 대한 좋은 설명이 있다. 장기적인 효과는 일반적으로 목표를 추구하거나 변화를 시도하기 위한 원동력이다. 운동과 공부, 저축, 식이요법 등에 장기적인 이익이 없다면, 사람들은 굳이 이러한 것을 시도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목표에 집중하는 접근방식 자체가 문제 될 수 있다는 것도 걱정할 필요가 있다. 많은 연구가 사람들이 자기 통제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그래서 사람들은 출석 횟수당 사용료를 내는 방식이 더 저렴한데도 값비싼 헬스장 회원권을 끊고, 끝마치지도 못할 온라인 강좌에 매번 등록하는 것이다. 그리고 매월 간식 예산을 줄이기 위해 할인 중인 패밀리 사이즈의 스낵을 선택하지만, 결국에는 앉은 자리에서 마지막 한 조각까지 먹어치우고 마는 것이 우리다. 인간은 ‘미래의 나’가 현명한 선택을 내리리라 기대하지만 ‘현재의 나’는 너무 자주 유혹에 무릎을 꿇는다.

인간에겐 자신의 실패를 외면하는 비상한 능력이 있다. 계속해서 허둥댈 때조차 많은 이가 과거의 실수로부터 배우기보다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주의를 포기하지 않는다. 계속해서 새로운 시작을 하고 낙관적인 전망을 좀처럼 내려놓지 않는다. 이러한 능력은 아침에 힘차게 일어나게 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현명한 방식으로 변화에 접근하는 데는 방해가 된다.

그렇다고 내 이야기를 오해해선 안 된다. 새로운 시작이 우리가 힘든 목표를 향해 달려 나가는 데 도움을 주는 건 확실하다. 다만 현재 편향과 같은 장애물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시작이 우리가 현명하게 목표를 추구하지 못하도록 방해할 수 있다. 가령 새벽 5시에 조깅을 하겠다는 생각이 10월에도 속을 불편하게 만든다면, 새해가 시작되는 날에도 그것은 여전히 매력적이지 않은 일일 것이다.

이러한 점을 이해했던 심리학자 아일릿 피시바흐Ayelet Fishbach와 케이틀린 울리Kaitlin Woolley는 사람들이 자신의 의지력을 과대평가하지 않는다면, 보다 효과적으로 힘든 목표에 접근할 수 있으리라 보았다. 사람들이 자신의 약에 설탕 덩어리를 추가함으로써 장기적인 목표 추구를 ‘단기적인’ 차원에서 보다 즐겁게 만드는 데 집중한다면, 훨씬 더 성공적일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이들은 한 연구에서, 피실험자들이 건강한 음식을 먹도록 했다. 또 더 많이 운동하도록 했다. 단 특이한 점은 무작위로 선택한 일부 피실험자들에겐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운동의 유형을 선택하게 했고, 다른 피실험자들에겐 많은 사람이 자연스럽게 그렇게 하듯 가장 효과가 좋을 것처럼 보이는 음식이나 운동을 선택하게 했다는 사실이다.

아일릿과 케이틀린은 연구를 통해 사람들이 건강한 활동에서 재미를 발견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실질적으로 더 나은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 그럴 때 사람들은 더욱 오랫동안 운동을 하고 건강한 음식을 먹었다. 그들의 발견은 스톡홀름 오덴플란 지하철역에서 벌어졌던 상황과 비슷해 보인다. 다만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이것이다. 이러한 결과(어느 정도 직관적이기는 하지만)가 자기 통제력과 어려운 일을 해내는 능력에 대한 우리의 지나친 믿음이나 목표에 접근하는 방식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사실 말이다.

나이키 광고처럼 “저스트 두 잇” 하면 된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먼저 인간은 누구나 지금 이 순간 하기 싫은 일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그러한 일을 더 즐겁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더 많은 발전을 가져온다는 것을 기억하자.

<메리 포핀스> 노래의 후렴구, “한 스푼의 설탕이 약을 삼키게 만들어 준다” 뒤에는 아일릿과 케이틀린 연구의 핵심이 되는 아이디어를 보다 완벽하게 요약한 또 다른 구절이 이어진다. “해야 할 모든 일에는 즐거운 부분이 있지. 그걸 발견해서 이용하는 거야! 그러면 일은 놀이가 되지.” 노래는 효과가 있었다. 그 지혜가 부분적으로 진실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돌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이들에게 귀찮은 일을 처리하는 장기적인 이익에 집중하라고 말하는 것이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걸 알 것이다. 아이들은 즐겁지 않으면 절대 하지 않기 때문이다.

성인은 만족을 미루는 데에서 아이들보다 더 나은 신경 회로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아이와 다르지 않다. 다만 이를 인정하지 않을 뿐이다.

안타깝게도, 내가 운동을 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좀처럼 실행하지 못하는 일로 고민하던 대학원생 시절에는 아일릿과 케이틀린이 그들의 중요한 연구를 수행하기 전이었기에, 그들의 통찰력을 활용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엔지니어로서 솔루션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약혼자의 조언 덕분에 나는 그와 비슷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결국 나는 다양한 자기 통제 딜레마(나 자신의 것만은 아닌)에 맞서 싸웠고, 또한 의도치 않게 메리 포핀스의 지혜와 아일릿과 케이틀린의 성과(그들이 이를 발견하기도 전에)를 모두 활용할 수 있었다.

유혹 묶기 전략

좀처럼 운동을 하지 않게 되는 문제로 고민하던 대학원 1학년 시절, 나는 또 다른 도전과제를 맞이했다. 그 시절 힘든 수업이 끝난 오후에는 읽어야 할 각종 자료와 여러 가지 과제가 쌓여 있었는데, 그럼에도 나는 그것들을 처리하는 대신 소파 위에서 꾸물거리며 재미있는 책을 읽곤 했다. 특히 제임스 패터슨이나 J. K. 롤링 같은 작가의 작품을 좋아했다. 소설은 내게 궁극적인 탐닉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소설을 읽는 것은 내게 남은 시간을 최고로 활용하는 방법이 아님이 분명했다. 나는 공학에서 박사 학위를 따려고 노력 중이었다. 그러니 무엇보다 공부에 집중해야 했다. 게다가 보스턴에서 두 번째 학기를 보내는 동안 분명한 경고 메시지도 받은 터였다. 당시 가장 힘든 컴퓨터과학 과목에서의 점수를 확인해 보니, 이대로 가다가는 낙제를 면치 못할 것 같았다. 그때까지 단 한 번도 낙제하거나 그 근처에 가본 적이 없던 나였다. 무언가 변화가 필요했다.

고맙게도, 약혼자의 조언 덕분에 나는 어떻게 운동을 하면서 동시에 공부를 미루는 걸 멈출 수 있을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나 자신에게 운동하는 동안에는 좋아하는 책을 읽을 수 있다고 허락하면 어떨까? 그럴 수 있다면, 공부를 해야 할 때 집에서 《해리 포터Harry Potter》를 읽느라 시간을 낭비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지금 읽는 소설에서 그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고 싶어서라도 헬스장으로 향할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소설과 운동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소설을 읽으면서도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고, 헬스장에서 보내는 시간도 더 빨리 지나갈 것이었다.

이 아이디어에 대해 더욱 깊이 골몰하다가, 나는 그와 비슷한 방법을 내가 직면한 다른 자기 통제 문제 해결에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주변을 둘러보니 곳곳에서 일석이조의 기회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를테면, 나는 발톱을 관리받는 걸 좋아하지만 다소 이것이 시간을 낭비하는 일처럼 느껴지곤 했다. 그렇다면 읽어야 할 자료가 있을 때에만 발톱을 관리받으면 어떨까? 그렇다면 관리사가 나의 발을 씻고, 마사지하고, 다듬는 동안에도 시간을 덜 낭비하게 될 것이다. 또 빨래를 개고, 요리하고, 설거지하고, 혹은 여러 다양한 집안일을 할 때에만 내가 좋아하는 넷플릭스 드라마를 보면 어떨까? 세월이 흐르면서 나는 교수로서 자주 만나야 할 필요가 있는 학생과 면담을 할 때에만 평소 좋아하는 버거 매장에 방문하는 것으로 정한다면 패스트푸드 음식을 덜 먹게 될 거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그렇게 되면 나는 내가 좋아하는 버거를 먹기 위해서라도 더 많은 시간을 학생 면담에 쓸 테지만, 전체적으로는 패스트푸드를 덜 먹게 될 것이었다. 나는 이러한 전략에 “유혹 묶기temptation bundling”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가능한 곳에 이 전략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신참 행동과학자로서는 자연스러운 행동이지만, 나는 유혹 묶기 전략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지 확인하고 싶었다. 또한 와튼 스쿨 조교수로서 그러한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와튼 스쿨의 내 사무실 바로 맞은편에는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최고급 헬스장인 포트럭 피트니스 센터Pottruck Fitness Center가 있다. 유혹 묶기 전략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데 필요한 예산과 협력자를 마련한 뒤, 나는 공고문을 캠퍼스 곳곳에 붙였다. 포트럭에서 더 많이 운동하기를 원하고, 연구에 참여함으로써 100달러를 벌 생각이 있는, 거기에 아이팟이 있는 사람을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들은 학기 초반에 그 헬스장에서 내 지시하에 1시간을 보내고, 우리 연구팀이 그들의 헬스장 방문에 관한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게끔 허용하기만 하면 됐다.

수백 명에 달하는 학생과 교직원들이 신청했다. 놀라운 일도 아니다. 100달러를 벌면서 동시에 좋은 운동 습관을 갖게 되는 것만큼 좋은 게 있을까?

피실험자들이 포트럭 헬스장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우리는 그들을 위해 더 좋은 소식을 준비했다. 우리는 100달러 말고도 그들에게 또 다른 선물을 줄 생각이었다. 단, 선물의 종류와 그 활용 방법은 저마다 달랐다.

우리는 일부 피실험자에게 그들이 선택한 네 가지 재미있는 오디오 소설(이를테면 《헝거게임The Hunger Games》이나 《다빈치 코드The Da Vinci Code》 같은 것들로, 우리는 그 내용이 재미있는지 미리 확인했다)이 저장된 아이팟을 빌려줬다. 그 선물을 받은 피실험자들은 자신이 선택한 오디오 소설의 도입부를 들으면서 운동을 시작했다. 우리는 그들에게 다음 내용이 궁금하면 헬스장으로 다시 와야 한다고 일러주고, 그들에게 대여해 준 아이팟은 다시 보관함에 넣고 잠갔다. 오직 운동을 하는 동안에만 오디오북을 들을 수 있게 한 것이다. 그 실험의 논리는 모두에게 분명했다. 우리는 이 유혹이 사람들을 헬스장으로 돌아오게 하는 데 도움을 주리라 기대했다.

두 번째 ‘통제’ 그룹에 해당하는 피실험자들에게도 우리는 더 많이 운동하게끔 격려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헬스장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오디오 소설이 담긴 아이팟을 빌려주는 대신, 북스토어 반스앤노블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을 선물로 줬다. 그들 모두 이미 아이팟을 갖고 있었기에 원한다면 상품권으로 오디오 소설을 다운로드받을 수 있었다. 다만 우리는 그렇게 하도록 제안하지 않았고, 그렇게 한 사람도 거의 없었다.

예상했던 대로, 유혹 묶기 전략의 일환으로 기회를 얻은 피실험자들은 통제 그룹에 비해 더욱 자주 헬스장을 찾았다. 우리 연구에 참여 등록을 한 뒤, 아이팟을 대여한 학생과 직원들이 통제 그룹보다 55% 더 많이 운동했다. 게다가 그들은 7주 동안(추수감사절 휴일까지의 기간) 큰 도움을 받았다. 결론적으로, 유혹 묶기 전략은 실질적인 효과가 있었다.

그런데 이 연구에서 우리가 발견한 가장 흥미로운 점은 ‘누가’ 유혹 묶기 전략으로부터 최대의 이익을 얻었는가였다. 그것은 피실험자 모집 시, 따로 운동 시간을 할애하기가 힘들어 보였던 이들(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바빴던 이들)이었다. 이들이야말로 헬스장 방문과 재미있는 오디오북을 묶은 전략을 통해 가장 많은 도움을 받은 것이 드러났다.

이 마지막 발견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지만, 나와 협력자들은 그 안에 내포된 논리를 즉각 발견해 냈다. 애초에 내가 유혹 묶기에 관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된 것도 나 자신의 바쁜 나날 때문이었다. 실제로 이 아이디어는 대학원에서 다시 학업에 열중하게끔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일정이 바쁜 이들이야말로 헬스장에 가기 위해(혹은 다른 일상적인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강한 유혹이 필요했던 사람들이었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의지력에 의존하는 것만으로는 희망이 없다. 오랜 노력의 마지막에는 에너지가 거의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연구에는 또한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7주 후 포트럭 헬스장이 추수감사절 연휴 동안 문을 닫자, 유혹 묶기 전략의 효과도 사라지고 말았다(새로운 시작의 파괴적인 사례). 이 같은 결과는 후속 연구에 대한 영감을 주었다. 나와 내 협력자들은 24시간 피트니스 헬스장 오더블Audible과 제휴를 맺고 새로운 한 달짜리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이를 더 많이 운동하기를 희망하는 수천 명의 헬스장 회원들에게 제안했다. 우리는 그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일부 회원에게는 단지 더 많이 운동하라고 독려했고(이들은 ‘통제’ 그룹이었다), 다른 이들에게는 무료 오디오북을 다운로드받게 하고 유혹 묶기 전략에 관해 설명하면서 운동을 할 때만 오디오북을 즐기도록 조언했다.

무료로 오디오북을 다운로드받게 하고 유혹 묶기 전략에 관해 설명해 준 이들은, 한 달 프로그램 동안 적어도 일주일에 1번 운동하는 가능성이 7%포인트 증가했다. 이 효과는 프로그램이 끝난 이후로 적어도 17주 동안 지속됐다(17주를 끝으로 데이터 수집 작업을 중단했기에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그 효과는 아마 더 오래 이어졌을 것이다). 오디오북을 헬스장 사물함에 보관하는 방법으로 55%의 증가를 이뤄낸 경우만큼 인상적이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의 개입만으로 얻은 성공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저 사람들에게 제안만 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첫 연구에서는 사람들의 아이팟을 물리적으로 제한했지만, 이 연구에서는 사람들의 행동을 직접적으로 제한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러한 결과는 유혹 묶기 전략이 강력하고 행동을 지속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었다.

이 연구의 교훈은 동기를 추가적으로 강화해야 하는 과제를 수행할 때에만 즐거운 일을 할 수 있도록(자가용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가 아니라, 헬스장에서만 오디오북을 들을 수 있도록) 제한할 수 있다면, 유혹 묶기 전략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사람들에게 유혹 묶기 전략을 시도하게끔 제안하기만 해도 충분히 지속적인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플로리다 고등학교에서 수행한 최근 연구는, 우리가 때로 두려워하면서도 실제로는 도움이 되는 행동을 유혹과 함께 묶음으로써 해야 하는 일들에 대한 장기적인 끈기는 물론, 단기적인 끈기도 강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줬다. 학생들이 어려운 수학 문제를 푸는 동안 그들에게 스낵과 음악, 매직마커Magic Marker(컬러 사인펜 브랜드-옮긴이)를 즐길 수 있게 하자, 놀랍게도 학생들은 주어진 과제를 더 많이 수행했다. 이는 그러한 방법이 방해가 되리라 우려한 많은 교사의 예상과는 달랐다.

유혹 묶기 전략이 효과를 발휘할 때, 힘든 목표가 더는 두렵지 않게 되고, 낭비된 시간까지 만회할 수 있게 된다. 나는 이 전략을 활용함으로써 집에서 더 많이 요리하는 것부터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것에 이르기까지(가령 스크랩북을 만드는 시간을 위해 들을 팟캐스트를 남겨 놓음으로써), 모든 유형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이 하나 있다면, 모든 활동을 다른 활동과 함께 묶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메일함에 들어 있는 모든 새로운 이메일에 답장을 쓰기 위해서는 정신을 온통 집중해야 한다. 그러한 과제를 오디오북이나 팟캐스트, 혹은 TV 프로그램과 묶는 것은 선택 사항이 될 수 없다. 일반적으로, 인식적으로 힘든 과제는 다른 인식적으로 힘든 과제와 함께 묶을 수 없다. 육체적으로 힘든 활동끼리도 마찬가지다. 가령 버거 먹기나 와인 마시기는 운동과 함께 묶을 수 없다. 이러한 이유로, 유혹 묶기 전략은 우리가 변화를 추구할 때 현재 편향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항상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 고려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에 불과하다.

또한 이는 타인의 변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확실한 전략도 아니다. 사람들이 스스로 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완전히 몰입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자신을 쉽게 속일 수 있다(유혹만 즐기면서!). 그렇다면 대안은 없는 걸까?

업무를 즐겁게 만들기

2012년, 취리히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던 뛰어난 젊은 경제학자 야나 갈루스Jana Gallus는 한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것은 280개 이상의 언어로 활용되고 5,000만 개의 검색 항목으로 이뤄진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를 어렵게 만든 문제였는데, 다름 아닌, 그동안 사이트에서 활발히 활동하던 편집자들이 한꺼번에 떠나버린 일이었다.

야나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그 편집자들(《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부터 양자역학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주제에 관한 게시글을 정확하고 최신으로 관리하는 소위 위키피디언Wikipedian)이 자신들이 한 일에 대해 한 푼의 대가도 받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래서 현금 보상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될 수 없었다.

위키피디아는 순수하게 자발적인 참여자의 노력에 의존했기에, 사람들이 자신의 완전한 잠재력을 성취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수단으로서 돈 이외의 대안을 탐구하기 위한 최고의 실험용 배양접시처럼 보였다. 일반적으로 경제학 이론은 돈이 최고라고 가정하기 때문에, 이는 경제학자가 주목하기에 다소 특이한 주제였다. 하지만 야나는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사람들은 경제적인 보상 이외의 것에도 관심을 기울인다는 사실을 배웠다. 실제로 즐거움이나 동료의 인정은 그녀 자신에게 돈보다 더욱 강력한 동기부여의 원천이었다. 야나는 자신의 분야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 그러한 사실을 보여 주고 싶었고, 또한 점차 증가 추세에 있던 비경제적인 동기부여의 원천을 무시하는 경제학 모형에 반박하는 연구 사례에 기여하고 싶었다. 따라서 자발적인 노동을 기반으로 그들의 제국을 세운 위키피디아야말로 그녀의 이론을 탐구하기에 최적의 장소처럼 보였다.

야나는 자신의 연구를 진척시키고, 영감을 주는 조직에게 도움을 줄 기회를 발견했다. 그녀는 때때로 온라인 콘텐츠를 수정하는 지루한 과제에 편집자들이 몰두하게 만드는 것과 관련해서 위키피디아가 겪는 어려움을 현재 편향의 또 다른 징후로 인식했다. 간단하게 말해서, 즉각적인 보상의 유혹이 없는 상태에서 지루한 과제를 계속해 나가는 것은 고통이다. 이러한 삶의 진실이 개인적인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도전과제를 부여하는 것처럼, 이는 조직에게도 방해가 될 수 있었다. 그들이 완수해야 하는 일은 언제나 즉각적인 만족을 주는 일이 아니었다.

위키피디아의 문제에 대해 더 많이 배우고 싶었던 야나는 조직의 이탈 문제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자 지역 위키피디언들의 월례 모임에 나가기 시작했다. 이 모임은 자신의 전문 영역에 관해서나 또 전체로서 그들의 공동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길 원하는 열정적이고 자발적인 소수 편집자들이 레스토랑이나 미술관에서 갖는 공식적인 만남이었다. 야나는 머지않아 몇몇 주요 기여자와 친분을 쌓게 되었고, 그들의 편집 업무(한 사람은 아이슬란드 전문가였고, 다른 사람은 기차 전문가였다) 그리고 그들의 공동체가 직면한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그들의 세상 속으로 들어갈수록 그녀는 위키피디아 플랫폼에 작은 변화, 게다가 비용조차 들지 않는 약간의 변화만 주어도 편집자들의 이탈을 줄일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녀는 새로운 친구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는데, 그 제안은 그냥 지나치기에 너무 좋은 것이었다. 그래서 공동체 내 리더들은 야나가 4,000명의 새로운 자발적인 편집자들을 대상으로 실험하는 데 동의했다.

야나는 동전 던지기 방식을 통해 일부 자격 있는 위키피디아 신참 편집자들을 모았다. 그러곤 그들의 노력이 인정을 받았으며, 그들의 이름이 수상자로서 위키피디아 웹사이트에 올라갔다고 이야기했다(위키피디아는 편집자들이 얼마나 자주 기여하는지 그리고 그들이 쓴 글이 얼마나 오랫동안 남아 있는지를 기준으로 수상자를 선정한다). 또 이 같은 영예를 얻은 뛰어난 참여자들은 또한 하나, 둘, 혹은 세 개의 별을 받는데, 이 별은 사용자 이름 옆에 붙는다. 더 뛰어난 성과를 낼수록 더 많은 별을 받는 것이다. 반면 동전 던지기에서 다른 쪽이 나온 나머지 신참 편집자들에겐 그들 역시 가치 있는 콘텐츠를 위키피디아에 기여했음에도 그 어떤 상징적인 상도 주지 않았다(그러한 상이 있다고 알려 주지도 않았다).

야나는 그와 같은 상이 편집자들에겐 지루한 과제를 게임처럼 느끼게 만들어 주리라 기대했다. 그 상이 일의 본질을 바꾸지는 않았다. 그저 훌륭한 성과에 재미와 칭찬의 요소를 추가한 것뿐이었다. 당신은 아마 야나의 실험이 성공적이었을 것으로 추측할 것이다(아니라면 왜 내가 이 이야기를 여기서 하고 있단 말인가?). 그러나 당신은 이 방법이 ‘엄청나게’ 큰 도움이 되었다는 것은 추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야나의 프로젝트는 놀라운 결과로 이어졌다. 그들의 노력을 인정받은 자발적인 편집자들이 이 다음 달에 위키피디아에 기여한 바는 아무런 칭찬을 받지 못한 편집자들에 비해 20%나 높았다. 게다가 참여에서 드러난 이러한 격차는 대단히 오랜 기간 지속되었다. 상징적인 상을 받았던 자발적인 편집자들은 1년 후에도 위키피디아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13%나 더 열심히 활동했다.

야나의 위키피디아 실험은 “게임화gamification”라고 불리는 것의 한 가지 사례이다. 게임화란 게임이 아닌 활동에 상징적인 상, 경쟁의 느낌, 성과표와 같은 게임의 특성을 추가함으로써 더 흥미롭고 덜 지루하게 만드는 기술을 뜻한다. 게임화는 업무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서 대신 업무의 포장만 바꿔서 목표 달성을 좀 더 흥미롭게 만드는(“좋아! 별을 받았어!”) 것이다. 직원들에게 보다 효과적으로 일의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기업이 사용할 수 있는 전략으로, 10년 전 비즈니스 컨설팅 업계에서 각광받은 바 있다. 가령, 기술 대기업인 시스코는 직원들이 소셜미디어 기술을 습득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설계된 프로그램을 게임화했다. 그들은 직원들이 인증 수업에서 다른 단계에 도달할 때 보상으로서 배지를 줬다. 마찬가지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세계적인 제품에서 언어 번역의 검증을 게임화하기 위해 순위표를 만들었다.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인 SAP 역시 매출 성과를 기준으로 직원들에게 배지를 수여하고, 그것을 성과표에 기록하는 게임을 개발했다.

겉으로 볼 때, 게임화는 쉬운 문제처럼 보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기업은 업무를 더욱 재미있게 만들지 않는 걸까? 와튼 스쿨의 두 동료가 발견했듯, 게임화는 행동 변화를 위한 하향식 전략으로서 쉽게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야나와 마찬가지로, 이선 몰릭Ethan Mollick과 낸시 로스바드Nancy Rothbard 역시 생산성 혁신을 위한 게임화의 잠재력에 주목했다. 그래서 몇 년 전, 다소 지루한 업무를 하던 수백 명의 영업사원을 대상으로 한 가지 실험을 했다. 이들이 맡고 있던 업무는 지역 내 기업들을 만나서 이들이 지역 웹사이트에서 판매 중인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할인 쿠폰을 발행하게끔 설득하는 것이었다(그루폰Groupon의 사례를 떠올려 보자). 그에 대한 대가로 영업사원은 온라인으로 판매되는 쿠폰에 대한 수수료를 받았다.

이선과 낸시는 이러한 업무를 보다 흥미롭게 만들기 위해, 전문적인 게임 디자이너들과 협력해서 농구를 주제로 한 세일즈 게임을 개발했다. 게임에서 영업사원은 고객과 거래를 마무리할 때 포인트를 얻는다. 거래 규모가 클수록 받을 수 있는 포인트도 커진다. 기존 고객을 통해 발생한 매출은 ‘레이업layup’, 신규 고객을 통한 매출은 ‘점프샷jump shot’이다. 세일즈팀 사무실에 설치된 거대한 화면에는 최고 성과자들의 이름이 뜨고, 때로 성공적인 덩크슛과 같은 농구 애니메이션이 나왔다. 정기적인 이메일을 통해서 승리를 거둔 ‘선수’가 업데이트되고, 게임이 끝난 뒤 승자에게는 샴페인 병이 선물로 지급됐다.

직원 성과에 대한 이 게임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이선과 낸시는 한 세일즈 사무실의 직원들을 참여시키고, 다른 두 사무실의 직원들은 배제했다. 그 후 게임에 참여한 영업사원의 성과와 참여하지 않은 이의 성과를 비교했다.

큰 기대를 걸었던 이선과 낸시는 게임이 세일즈 성과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사실에 놀랐다. 심지어 영업사원들이 업무를 대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단, 데이터를 더 깊이 들여다볼수록 아주 흥미로운 패턴이 보였다.

두 사람은 게임에 참여한 모든 이에게 그들이 그 게임을 ‘받아들였는지’ 확인하기 위해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다. 그 게임을 따랐는가? 규칙을 이해했는가? 규칙이 공정하다고 생각하는가? 설계된 질문은 그들이 ‘매직 서클magic circle’에 들어갔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매직 서클에 들어갔다는 말은 일상적인 상호작용을 관리하는 일반적인 규칙 대신, 게임의 규칙을 따르기로 동의했다는 의미다. 사람들이 매직 서클에 들어가지 않으면, 게임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예를 들어, 내가 어린 아들과 함께 모노폴리 게임을 할 때 아들이 은행에서 돈을 훔친다면 그건 그가 매직 서클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말은 그 게임이 아들에게 아무런 흥미를 주지 못했다는 의미다. 어떤 의미도, 어떤 과제도 주지 못한 것이다.

이선과 낸시는 그들의 연구에도 똑같은 원칙이 적용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농구 게임이 전부 헛소리에 불과하다고 생각한(그래서 그 규칙을 따르려고 하지 않았던) 영업사원들은 실제로 게임이 시작되자 업무를 더욱 부정적으로 느꼈고, 그들의 세일즈 성과도 조금 떨어졌다. 반면 게임의 효과는 이를 온전히 받아들인 영업사원에게서만 나타났다(이들은 게임을 통해 업무를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이선과 낸시는 그들의 연구가 기업들이 게임화 전략을 통해 저지르는 공통적인 실수를 잘 드러내 보였다고 생각했다. 직원들 입장에서 기업이 ‘의무적인 즐거움’에 참여하도록 강요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 게임화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피해가 될 수도 있다. 또한 게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제대로 작동하는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누구에게도 도움을 주지 못한다. 이는 운동과 지루한 강의를 조합하는 유혹 묶기나 다를 바 없다.

게임화를 통해 가능한 일

이선과 낸시의 실험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그렇다고 해서 게임화의 결과가 매번 실망스러운 것은 아니다. 제대로 작동할 때 게임화는 그 ‘과정’을 보다 흥미롭게 만들어 줌으로써 사람들이 원하는 목표를 성취할 수 있게 돕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모두가 게임에 들어가기로 선택하는 것이다. 모두가 뛰어들면 결과는 대단히 인상적일 수 있다.

낸시 스트랄Nancy Strahl이 겪었던 일에 대해 생각해 보자. 내가 진행하는 팟캐스트에 출연했던 낸시는 게임화가 어떻게 자신의 삶을 바꿨는지 설명했다. 2008년, 남편과 아들을 공항에 데려다준 뒤 갑자기 들이닥친 메스꺼움은 그녀의 삶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낸시는 단지 식중독일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상태가 더욱 나빠져 결국 병원에 갔을 때, 뇌졸중이 원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음 날 낸시가 깨어났을 때, 의사는 그녀의 몸 왼쪽이 마비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완전히 회복될 가능성도 희박했고, 다시는 걷지도 못할 것이었다.

그래도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었다. 낸시는 다시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모든 노력을 다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녀는 아들 결혼식에서 춤을 추고, 미래의 손자들을 돌볼 수 있기를 원했다. 그러려면 장기적인 집중 재활 프로그램을 받아야 했다.

낸시는 어떻게든 해내기로 결심하고 하루에 5시간 동안 병원에서 재활 훈련을 시작했다. 퇴원한 뒤에는 집에서 혼자 훈련해야 했다. 낸시는 물리치료사가 알려 준 수십 가지 훈련 방법대로 집에서 매일 훈련했다. 대단히 힘들고 지루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상당히 고통스러웠다. 그만큼 그녀가 회복될 가능성은 작았다.

향후 방법을 모색하는 동안, 낸시는 새로운 유형의 재활 프로그램을 테스트하는 임상시험에 참여하게 되었다. 프로그램명이 ‘빠른 회복Recovery Rapids’이었는데, 급류 래프팅을 하는 비디오 게임을 기반으로 한 것이었다. 그녀는 매일 가상의 카약을 타고 화면 속 강물을 따라 노를 저었다. 병을 집거나 보물 상자를 발견하면서 급류를 헤쳐나갔다. 레벨 1을 통과하자 게임이 좀 더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머지않아 낸시는 게임에 푹 빠졌다. 그 게임은 대단히 재미있었고 재활 효과도 꽤 좋았다. 결국 낸시는 뇌졸중 발병 이후 처음으로 혼자서 전등 스위치를 켤 수 있게 되었다.

이후 낸시의 회복 속도는 놀라웠다. 그녀는 서서히 걷고 운전할 수 있게 되었고, 집 근처의 호수에서 실제로 카약을 타게 되었다. 의사가 다시는 걷지 못할 것이라고 그녀에게 선언한 후로 몇 년이 흐른 아들의 결혼식에서, 낸시는 춤을 췄다. 이제 낸시는 뇌졸중으로 영원히 잃어버릴까 봐 우려했던 독립성을 되찾았다. 그녀는 게임화 덕분에 스스로 성공적으로 회복할 수 있었다고 믿는다.

낸시 사례는 예외가 아니다. 목표 달성을 위해 게임화를 선택한 많은 사람이 목표에 도달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는 것은 과학이 증명한다. 운동량을 늘리겠다는 목표 아래 매사추세츠에서 여러 가족이 참여한 12주짜리 실험을 살펴보자. 이 실험에서 일부 가족은 운동을 ‘게임화’했다. 이 실험에 참여한 모든 가족은 하루의 걸음 수 목표를 정하고, 목표를 달성했을 때 피드백을 받았다(피실험자 모두 디지털 활동 측정기를 착용했다). 단, 일부 피실험자는 걸을 때마다 포인트를 얻었고, 충분한 포인트가 쌓이면 단계 1에서 다음 단계로 올라갈 수 있었다. 그리고 게임의 마지막 최고 단계에 도달하면 선물로 커피잔을 받았다.

상품이 본질적으로 상징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커피잔은 좋긴 하지만 그것으로 청구서의 금액을 결제할 수는 없다), 게임화는 상당한 효과를 보였다.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은 물론, 게임이 끝나고 난 12주 동안, 무작위로 게임을 하게끔 할당된 가족은 운동을 게임화하지 않은 가족보다 훨씬 더 많이 운동했다. ‘빠른 회복’ 프로그램이 낸시 스트랄의 재활을 더욱 재미있게 만든 것처럼, 그 게임이 운동을 더욱 즐겁게 만들어 준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 많이 운동했고, 활동 수준의 변화도 오랫동안 이어졌다.

더욱 중요한 것은, 모든 피실험자가 ‘자발적으로’ 게임에 참여했고 기꺼이 매직 서클로 들어갔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할 때, 메리 포핀스의 접근방식이 가장 큰 효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이는 우리가 성공을 향해 달려갈 수 있다는 사실을 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급박한 질문이 하나 남았다.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지 아닐지를 예상할 수 없는 경우, ‘관리자’는 어떻게 게임화를 이용할 수 있을까? 업무를 보다 매력적으로 만들기 위해서 쓸 수 있는 리스크가 작은 한 가지 방식은, 사무실 공간 자체를 보다 즐겁고 신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에 반대하는 직원은 거의 없을 것이다. 구글의 혁신적이면서도 많은 기업이 따라 하고 있는 사무실 디자인에 대해 생각해 보자. 2012년 구글을 방문했을 때 나는 깜짝 놀랐다. 구글은 직원들에게 고급 리조트에나 있을 법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맛있는 음식을 무료로 제공하고, 탁구장과 수영장, 배구장을 구비하고 티셔츠까지 선물했다. IT 기업 아사나Asana의 경우는 어떤가? 아사나는 직원들에게 1만 달러의 예산을 지급한 뒤 그들의 사무 공간을 꾸미게 하고 있다. 사료 기업 파머스독Farmer’s Dog은 직원들이 즐겁고 사랑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실제로 개를 ‘고용’하고 있다(개들에게는 ‘최고영감책임자Chief Inspirational Officer’나 ‘놀이책임자Head of Playtime’와 같은 공식 직함도 주어진다). 이 같은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우리 주변의 혁신적인 기업들은 메리 포핀스 전략을 부지런히 활용함으로써 직원들의 업무 경험을 더욱 즐겁게 만들어 나가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이 확산하면서 대부분의 미국 직장인이 재택근무를 하게 되자, 기업들은 화상회의 시간을 더욱 즐겁게 만드는 방법을 찾았다. ‘가상의 행복한 시간’은 자포스 같은 기업에서 유행했다. 어떤 기업은 회의에 ‘콰란티니스Quaran-tinis(전염병 확산으로 인한 격리 기간에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들어 마시는 칵테일-옮긴이)’처럼 귀여운 명칭을 붙이기도 했다.

일부 기업은 대단히 현명하게 대처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정말로 놀랍게도 아직 많은 이가 메리 포핀스의 통찰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인정해야 할 것이 있다. 나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내가 좋아하는 경우는 대단히 예외적이라는 사실 말이다. 변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우리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을 실행할 때 따르는 단기적인 고통과 불편함이다. 일반적으로 야심 찬 목표를 향해 달려갈 때, 우리는 유혹에 맞서야만 한다.

그러나 제임스 패터슨의 소설과 운동을 묶었던 대학원 시절의 경험 이후 내가 발견했듯이, 간단한 해결책이 있다. 우리는 즉각적인 만족이 나에 맞서 반대하는 것이 아닌, 나를 위해 작동하도록 ‘시나리오를 뒤집어야’ 한다. 연구 결과는 의지력에 의존해서 유혹에 저항하기보다, 좋은 행동을 단기적으로 보다 만족스럽게 만드는 방법을 이해하는 편이 더 낫다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보여 준다. 먼 훗날의 거대한 성과는 계속해서 동기를 부여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메리 포핀스의 접근방식은 우리를 목표로부터 떼어 놓을 수 있는 즐거움이란 요소를 포착하고, 이를 활용해서 장애물을 유혹으로 전환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갑작스럽게 헬스장에 가고, 업무에 집중하고, 더 건강한 음식을 먹고, 더 열심히 공부하고 싶어진다. 이러한 욕망이 변화를 위한 강력한 동기를 제공하는 것은 분명하다.


요약

  • 현재 편향(즉, 충동)이란 장기적인 큰 보상보다 즉각적인 만족을 주는 유혹을 더 선호하는 경향을 말한다. 이는 변화를 가로막는 유해한 장애물이다.
  • 메리 포핀스는 옳았다. 목표 추구에 ‘즐거움이란 요소’를 추가하여 즉각적인 만족감을 줌으로써 우리는 현재 편향을 극복할 수 있다.
  • 유혹 묶기란 우리가 실행을 어려워하면서도 실제로는 도움이 되는, 혹은 가치 있는 활동(가령 운동)을 실행할 때에만 즐거움(가령 소파에 누워 TV 보기)을 허용하는 전략을 말한다.
  • 유혹 묶기는 두 가지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한다. 유혹에 대한 지나친 탐닉을 제어하고, 장기적인 목표에 기여하는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만든다.
  • 게임화는 목표 추구를 즉각적인 만족을 주는 활동으로 전환하는 또 하나의 전략이다. 이를 위해서 상징적인 보상, 경쟁적인 분위기, 성과표와 같은 게임의 요소를 추가함으로써 특정 활동을 더욱 재미있게 만들어야 한다.
  • 단, 게임화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게임에 ‘뛰어들 때’에만 효과를 발휘한다. 게임을 하게끔 강요받고 있다고 느껴지면,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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