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해빗 4장 - 잊어버림
Chapter 4 잊어버림
미국에서는 한 해에 수십만 명이 독감으로 입원하고, 이로 인해 수만 명이 사망한다. 이 수치만 봐도 이미 놀라운 수준이다. 그러나 2009년에는 돼지 독감과 계절 독감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번지면서, 특히 안 좋은 한 해가 될 것 같은 조짐이 보였다(물론 2020년에 우리는 코로나-19 전염병으로 더욱 심각한 상황에 내몰렸지만).
그해 9월, 갓 임명된 교수로서 나는 이번의 공중보건 위기 해결에 어떻게든 보탬이 되고 싶은 열망에 가득 찼다. 그래서 마음먹고 내슈빌로 날아가 <포천> 500대 기업 직원들의 건강과 복지를 개선하는 방법에 관한 토론회에 참석했다. 거기서 나는 역시 토론자의 자격으로 참석한, 이바이브 헬스Evive Health의 공동 설립자인 프라샨트 스리바스타바Prashant Srivastava를 만나게 되었다. 당시 프라샨트는 미국 전역의 많은 기업과 협력해 더 많은 직원이 독감 백신을 맞게끔 설득하고 있었다.포천>
오랫동안 의료 분야에서 일해 온 프라샨트는 많은 미국인이 다양한 형태의 예방 치료(가령 백신 접종)를 무료일 때조차 받지 않는다는 사실에 실망했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란 강한 믿음을 가지고 이바이브를 공동 설립했다. 오늘날 이바이브는 사람들이 종종 외면하지만 실제로는 건강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활용하는 방식과 시점에 대해 여러 기업과 협력함으로써 많은 이와 더욱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다.
돼지 독감이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프라샨트의 사명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그러나 이바이브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과거 이바이브의 기업 고객들이 직원들에게 무료 독감 접종을 제안하고, 이바이브가 언제, 어디서 백신을 맞을 수 있는지에 관한 맞춤형 메시지를 직원들에게 발송했을 때조차, 백신을 맞는 이들은 약 30%에 불과했다는 것이었다. 2009년에는 더 많은 직원이 돼지 독감 백신을 맞겠다고 했지만, 프라샨트는 의심스러웠다. 사람들이 백신을 맞겠다고 약속하고도 어기는 모습을 너무 많이 봐왔기 때문이었다. 내슈빌에서 프라샨트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내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바이브는 어떻게 상황을 바꿀 수 있을까?
프라샨트의 문제는 내게는 대단히 익숙한 것이었다. 나는 내슈빌 공항에서 한 손에 바비큐 한 조각을 들고(저항할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유혹이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왜 그런 일이 발생하는지 또 어떻게 그를 도울 수 있을지 생각했다.
유권자의 약속 불이행
2008년 미국 대선을 약 6개월 앞둔 시점,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년도 최고치에서 20% 떨어졌고, 미국 경제는 9월 말경에 크게 악화됐다. 다가오는 경제 위기는 이번 대선에서 드러나지 않은 중요한 요인이었지만, 또 다른 핵심 변수는 1952년 이후 처음으로 어느 당의 후보도 현직 대통령이나 부통령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치열한 프라이머리 시즌이 끝났을 때, 민주당 후보 버락 오바마와 공화당 후보 존 매케인은 막상막하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었다.
모든 박빙의 선거가 그랬듯, 이번에도 투표율이 아슬아슬한 결과를 좌우할 것처럼 보였다. 선거인단이라는 미국 특유의 선거 제도 때문에, 대선은 하나 혹은 두 개 주에서 수천 표, 심지어 수백 표의 차이로 결정 날 수 있었다. 이런 가능성은 플로리다주에서 아주 근소한 차이로 앨 고어가 조지 W. 부시에게 패한 2000년 대선에서 이미 확인된 바 있었다. 일반적으로 미국 대선 투표율은 60%를 넘지 못한다. 이는 근소한 차이의 승리가 반드시 국민 대다수의 의지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의미했다.
나의 가까운 대학원 친구인 토드 로저스Todd Rogers는 이러한 통계 수치에 혼란을 느끼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넘치는 의욕을 보였다. 그는 2008년 대선일까지 깨어 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투표율 걱정을 하며 보냈다. 토드는 이제 하버드 케네디 정책대학원의 유능한 교수가 되었지만, 박사과정 시절에는 나와 ‘한배 새끼littermate’였다. 본질적으로 같은 지도교수 아래서 박사 논문을 준비한 학술적인 형제였다는 말이다. 우리는 대학원 3년 동안 한 복도를 끼고 마주 보는 사무실에서 연구했고, 거의 매일 모닝커피를 함께 마셨으며, 통계 모델링부터 인맥에 이르기까지 모든 방면에서 도움을 주고받았다.
그런데 2008년 대선 예비선거를 앞둔 시점, 토드가 하나의 거대한 퍼즐에 몰두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엄청난 수의 등록 유권자가 투표를 하겠다고 해 놓고도 결국에는 투표장에 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실제로 토드와 그의 협력자 마사히코 아이다Masahiko Aida가 한 선거를 면밀히 연구한 결과, 여론조사에서 투표를 하겠다고 의사를 밝혔던 등록 유권자 중 54%가 “약속을 어겼다flaked out”(토드와 마사히코의 표현)는 것이 드러났다.
왜 그토록 많은 등록 유권자가 자신의 말을 지키지 않은 걸까? 토드는 궁금했다. 그는 다가오는 미 대선에서 비록 적은 비중의 유권자라도 투표소에 가게 만드는 것이 민주주의 절차를 개선하기 위한 기회라고 생각했다. 이는 쉽게 달성할 수 있는 목표처럼 보였다. 등록 유권자들은 이미 투표를 위해 등록하고, 여론조사에서 투표를 하겠다고 의사를 밝힌 사람들이 아닌가. 그들에게 정치적 참여가 가치 있는 일이라고 설득할 필요도 없었다. 그들은 다만 알려지지 않은 이유로 인해 투표소에 가지 않은 것이다.
2009년 내슈빌 공항에서 왜 그토록 많은 미국 인구가 독감 백신을 맞겠다고 하고도 약속을 어기는지 곰곰이 생각하던 나는, 프라샨트의 문제가 왜 그렇게 친숙해 보였는지 깨달았다. 유권자들이 약속을 어기는 이유에 관해 연구하던 토드는, 그때 나와 똑같은 문제를 놓고 씨름했던 것이다.
잊어버림
대학원 시절, 토드가 ‘유권자의 약속 불이행’이라는 어려운 과제를 놓고 한탄하는 모습을 종종 보았지만, 나는 그 문제의 기원에 관해서는 거의 알지 못했다. 그래서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토드는 약속 불이행의 문제는 사실 대단히 보편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지적했다. 유권자가 투표장에 가지 않고, 직원이 백신 접종을 받지 않는 것만이 약속 불이행에 해당하는 건 아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규칙적으로 책을 읽어주지 않고,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적절한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고, 미국인 대다수가 새해 결심을 지키지 않는 것도 약속 불이행이다. 연구 결과는 사람들의 의지로는 행동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토드는 약속 불이행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파악하고자 실행한 수많은 설문조사와 학술 연구 끝에, 몇 가지 공통적인 원인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게으름과 부주의도 그 원인에 해당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하고도 놀라운 데다 가장 해결하기 쉬운 원인은 따로 있었다. 사람들이 단지 잊어버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투표소에 가지 않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유권자들이 가장 많이 답변한 내용은 “잊어버려서”였다. 토드는 이러한 사실을 깨닫고 깜짝 놀랐다.
잊어버렸단 말이 하지 않은 무언가에 대한 어설프게 꾸며 낸 핑계처럼 들릴 수 있다.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표를 매우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조차 망각의 덫에 걸릴 수 있다. 얼마 전 코네티컷에 사는 나의 친구도 투표하는 것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사실 그녀는 지역 선거의 한 후보에게 지지를 약속했고, 정말로 그 약속을 지키려고 했다(알다시피 약속은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의미한다). 그녀는 선거일에 뉴욕에 갈 일정이 있어서, 맨해튼으로 가기 전에 투표소에 방문하고자 했다. 그러나 바쁜 아침 출근 시간에 그만 투표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렸다.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을 때 그녀는 이미 뉴욕행 열차에 올라탄 상태였고, 돌아가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물론 자신의 한 표가 투표의 결과를 뒤집지는 않으리란 걸 알고 있었음에도, 찜찜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이 이야기가 말해 주듯, 잊어버렸다는 것이 항상 꾸며 낸 핑계는 아니다. 망각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보편적인 원인이다. 최근의 한 연구에 따르면, 일반적인 성인은 개인 비밀번호에서부터 사소한 일, 결혼기념일에 이르기까지 하루에 세 가지를 잊는다. 우리는 너무 쉽게 망각하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단지 정보를 머릿속에 간직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그 정보에 대해 한두 번밖에 생각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독일 심리학자 헤르만 에빙하우스Hermann Ebbinghaus는 1885년에 발표한 고전 연구에서, 인간이 얼마나 빨리 잊어버리는지를 보여 줬다. 실험에서 그는 다양한 조합의 의미 없는 음절을 외우려고 시도하고, 다음으로 다양한 시간 간격을 두고 자신의 기억을 시험했다. 그리고 이 실험으로부터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헤르만은 망각이 기하급수적인 감쇄 함수를 따른다고 추정했다. 우리는 습득한 정보의 거의 절반을 25분 만에 잊어버린다. 24시간이 흐르면 약 70%를 잊고, 한 달이 지나면 약 80%의 기억이 사라진다. 이와 비슷한 형태의 실험 방식을 활용한 최근 연구들 역시 그 유사한 패턴을 보여 준다.
당연한 말처럼 들리겠지만, 망각은 해야 할 일이 많을수록 더 많이 일어난다. 오늘날 우리가 평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엄청나게 많다. 한 가지 사례로, 나의 일과를 살펴보자. 나는 아침에 샤워하고, 양치하고, 옷을 입고, 화장하고, 아침을 먹는다. 그리고 네 살 아이의 옷을 입히고, 도시락과 간식, 물병을 가방에 챙겨 넣고, 아이의 양치질을 돕고, 천식 약을 먹이고,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 주고,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아이를 등교시키고, 내 가방을 챙긴다(휴대전화는 물론, 비 오는 날에는 우산을 잊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한다). 이는 단지 나의 출근 이전까지의 일과일 뿐이다. 일상적인 루틴에 해당하지 않거나 달력에 적혀 있지 일에 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여유는 거의 없다. 그렇다 보니 나는 무언가를 종종 잊어버린다. 치과 방문이든, 투표든, 친구에게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내는 일이든, 혹은 열쇠를 놓아둔 곳을 기억하는 일이든 간에 나는 매일 한 가지(혹은 몇 가지) 일을 망각한다.
때로는 달력에 적어 놓은 것도 잊는다. 한번은 시외에서 온 동료와의 이른 아침 회의도 잊어버렸다. 그가 이틀 전에 내게 상기시키고, 그 일정을 달력에 표시까지 해뒀는데 말이다. 그날 나는 일상적인 아침을 시작하면서 달력을 확인하지 않았다. 오전 9시 전에 회의를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정된 모임 시간이 30분이나 지나서 날아 온, “우리 중 바보짓을 한 건 누구일까?”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받고 나서야 이 약속을 떠올릴 수 있었다. 너무 창피했다!
이러한 유형의 실수를 예방할 수 있는 한 가지 분명한 방법은 알림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실제로 연구 결과, 알림이 확실히 도움이 되었다(이 점에서 이바이브 같은 기업은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있는 셈이다). 가령 우편이나 전화, 혹은 대면을 통해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고 알리면, 잊어버릴 확률을 평균 8%포인트나 낮출 수 있다. 마찬가지로 투표율이 낮은 선거의 경우, 선거일 약 일주일 전에 우편으로 알리면 등록 유권자 투표율을 6%나 올릴 수 있다. 알림은 예금 관련 문제에서도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다. 내가 잊어버린 아침 회의 약속의 대상이었던 바로 그 경제학자(딘, 다시 한번 미안해!)와 공동 연구팀은, 볼리비아와 페루, 필리핀에서 은행과 함께 일련의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 결과, 예금을 상기시키는 문자나 편지를 매월 발송함으로써 계좌 잔고가 약 6% 올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알림은 유용하긴 해도 심각한 제약이 있다. 알림과 관련해서 토드가 좋아하는 한 가지 연구(망각의 문제에 대해 내게 설명하면서 소개했던)가 이를 잘 보여 준다.
2004년 존 오스틴John Austin과 시퀴르뒤르 시퀴르드손Sigurdur Sigurdsson, 요나타 로빈Yonata Rubin이 한 대형 호텔과 카지노에서 연구를 수행했다. 운전자에게 안전벨트를 매도록 상기시키는 실험이었다. 그 호텔의 발레파킹 서비스를 이용한 430명의 단골은 자신의 행동이 연구 대상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그 실험에 참여했다. 이들은 세 가지 다른 실험 조건 중 하나에 무작위로 할당되었는데, 그 조건이란 발레파킹된 자신의 차량을 요청했을 때 그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결정했다.
첫 번째 그룹의 손님들은 평소와 똑같은 경험을 했다. 그들은 호텔 발레파킹 구역에 있는 주차 요원에게 표를 건넸고, 자신의 차가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받아서 운전해서 갔다. 두 번째 그룹의 손님들은 주차 요원에게 표를 건넸을 때 “안전 운행을 위해 안전벨트 매는 것을 잊지 마세요!”라는 당부를 받았다. 마지막 그룹의 손님들에게도 주차 요원은 똑같은 당부를 전했지만, 이번에는 운전자가 차량에 탑승하는 시점에 그렇게 했다.
이 연구에서 두 알림 사이의 차이는 미묘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그룹의 운전자 모두 주차장을 나서기 전에 똑같은 알림을 받았다. 유일한 차이라면, 두 번째 그룹은 차에 탑승하기 평균 4분 50초(발레파킹한 자동차가 나오는 데 걸리는 평균 시간) 전에 그 말을 들었던 반면, 세 번째 그룹은 차량에 탑승할 때 그 말을 들었다는 것뿐이다. 이것이 과연 의미 있는 차이였을까?
결과는 ‘어마어마한’ 차이로 드러났다.
훈련받은 학생 관찰자들은 어느 운전자가 실제로 안전벨트를 착용했는지 추적했다. 일반적으로 알림이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만 놓고 보면, 놀랍게도 차가 나오기 몇 분 전에 안전벨트 착용을 당부받은 운전자나 아예 당부를 받지 않은 운전자 사이에는 유효한 차이가 보이지 않았다. 두 경우 모두에서 약 55% 운전자가 안전벨트를 맸다. 큰 차이를 보인 유일한 그룹은 차에 오를 때 안전벨트 착용을 당부받은 세 번째 그룹이었다. 이들 운전자 중 80%가 안전벨트를 맨 것으로 드러났다.
중요한 안전과 결부된 행동에서 25%포인트 증가라는 놀라운 차이는, 알림 시점의 미묘한 변화에 의해 나타난 것이다. 나는 학생들에게 망각에 맞서 싸우는 전략에 관해 설명할 때마다, 이 연구의 중요성을 반복해서 강조한다. 이러한 발견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분명하게 입증했다. 알림은 행동 시점에 주어질 때, 훨씬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아침 회의 이틀 전, 동료가 내게 보내 준 알림 이메일에 대해 생각해 보자. 내가 일반적인 아침 루틴을 시작했을 때 그 알림은 이틀 후 오전 7시로 예정된 만남에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투표를 잊어버렸던 코네티컷 친구도 여러 번 알림을 받았다. 하지만 그 알림들은 그녀가 뉴욕으로 가는 열차를 타느라 정신이 없었던 선거일 아침에는 오지 않았다.
당신도 분명히 이 같은 일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배우자나 룸메이트가 아침에 당부한 퇴근길에 무언가를 사오라던 이야기가 얼마나 소용없었는지 떠올려 보라. 사무실에서 바쁜 일정을 보낸 퇴근 무렵, 그 목소리가 여전히 당신의 머릿속에 남아 있던가? 그 당부가 달력에 기록되거나 적절한 알림으로 설정되거나 할 일 목록을 머릿속에 각인시키는 긴 대화로 이어지지 않았다면, 퇴근 후 활동에 관한 아침 당부는 큰 소용이 없었을 것이다. 안전벨트 착용에 관한 연구는 알림과 실제 안전벨트를 매는 순간 사이의 ‘5분’이란 시간이 운전자가 차량에 탑승한 뒤 해야 할 일을 망각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 헤르만 에빙하우스의 기하급수적 망각 곡선은 알림의 시점을 올바로 선택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 준다.
토드는 이러한 발견을 나와 공유하면서, 내게 처음으로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좌절했다고 말했다. 그가 발레파킹 요원이 되지 않는 한, 또 유권자가 집을 떠날 때 투표를 해야 한다고 귀에 속삭여 주지 않는 한, 어떻게 망각과 효과적으로 맞서 싸울 수 있겠는가?
신호 기반의 계획 수립
토드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1990년대에 뮌헨 대학이 크리스마스 휴일 직전에 수행한 흥미진진한 연구를 발견했다. 연구의 저자들은 약 100명의 학생들에게 휴일 동안 성취하기를 바라는 힘든 목표가 무엇인지 물었다. 학생들은 ‘학기말 보고서 쓰기’부터 ‘새로운 아파트 찾기’ 혹은 ‘남자 친구와 화해하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형의 목표를 언급했다.
뮌헨은 눈이 많이 내리는 바이에른 알프스 기슭에 자리 잡고 있는 데다, 휴일 동안에 크리스마스 시장이 여기저기서 열리기에 그들에게 크리스마스 휴일은 마법과 같은 시즌이다. 연구원들은 분명히 그 기간의 관심 분산이 일부 학생들로 하여금 길을 잃게 만들 거라는 걸 알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어떤 이들이 목표를 성취할지, 그 이유는 무엇일지도 궁금했다.
크리스마스 휴일이 끝나자마자, 연구원들은 학생들에게 무엇을 성취했는지 보고하게 했다. 그러자 놀라운 패턴이 포착됐다. 일반적인 방식으로 목표에 접근한 학생들의 성공률은 22%에 불과했다. 반면 표준적인 접근방식에서 살짝 변형된 방식으로 접근한 이들은 62% 성공률을 보고했다.
그들의 접근방식에 어떤 변형이 있었던 것일까?
이는 그 연구의 저자인 뉴욕 대학의 유명 심리학 교수 피터 골비처Peter Gollwitzer가 “실행 의도implementation intention”라고 이름 붙인 것을 세운 것이었다. 이 흥미로운 용어는 실제로 더 높은 성공률을 보인 학생 그룹이 활용했던 대단히 단순한 전략을 뜻한다. 그것은 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이를 위한 행동을 알리는 구체적인 신호와 연결하는 방법을 말한다. 신호는 날짜와 시간(가령 화요일 오후 3시)처럼 간단한 것이 될 수도 있고, 혹은 좀 더 복잡하게 ‘사무실로 가는 길에 던킨도너츠 매장 지나치기’ 같은 것이 될 수도 있다.
계획을 세울 때, 우리는 자신의 행동을 자극하는 것에 주목하지 않는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에만 집중할 뿐이다. 예를 들어, 구강 위생을 개선하기 위한 일반적인 계획은 이런 것이다. ‘나는 치간 칫솔을 더 많이 사용할 것이다.’ 그러나 피터의 연구는 그 의도를 구체적인 시간이나 장소, 혹은 행동을 알리는 신호와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치간 칫솔을 더 많이 사용하기를 원한다면, 목표를 이렇게 바꾸는 것이 도움이 된다. ‘매일 밤 양치한 뒤 치간 칫솔을 사용할 것이다.’
실행 의도 세우기는 다음 문장의 빈칸을 채우는 것만큼 간단하다. ‘( )일 때, ( )을 할 것이다.’ 그러므로 ‘퇴직연금 월 납입금을 늘릴 것이다’ 같은 것은 성공하기에 충분한 계획이 아니다. 대신 ‘월급이 오를 때마다 퇴직연금 월 납입금을 늘릴 것이다’가 한결 완전한 계획이다. 마찬가지로, ‘온라인 강의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것이다’ 같은 것은 너무 추상적이다. 그보다는 ‘화요일 오후 5시에 나는 1시간 동안 온라인 강의를 들을 것이다’가 낫다. 그리고 ‘더 많이 걸어서 출근할 것이다’는 충분히 좋은 계획이 아니다. 대신 ‘영상 2도에서 27도 사이일 때 비나 눈이 오지 않을 경우에는 항상 걸어서 출근할 것이다’가 더 효과적이다.
피터는 수많은 조사 연구를 통해 신호 기반 계획을 수립하게 함으로써 목표 달성의 가능성을 크게 키울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줬다. 행동을 자극하는 신호를 더 쉽게 발견할 수 있다면(더욱 구체적이라면) 훨씬 더 좋다. 그러니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퇴근 후에는 운동할 것이다. 그리고 17번 버스를 타고 메인스트리트에 있는 YMCA로 가서 일립티컬 머신을 이용해 30분 동안 운동할 것이다’ 같은 계획이 ‘더 많이 운동할 것이다’ 혹은 ‘화요일과 목요일에 헬스장에 갈 것이다’보다 더 도움이 된다.
2008년 대선을 앞두고 있던 토드는 피터의 연구를 발견했을 때, 유권자들이 약속을 지키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경제적이고 쉬운 방법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실행 의도에 관한 자료를 파헤치면서 토드는 왜 신호 기반의 계획이 도움이 되는지에 관해 알려진 모든 내용을 확인했다.
나중에 토드가 내게 해 준 설명에 따르면, 첫째,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생각할수록 그것은 우리의 기억 속에 더 깊숙이 자리 잡는다. 사실, 이는 1880년대 헤르만 에빙하우스의 망각에 관한 고전 연구에서 비롯된 핵심적인 발견 중 하나다. 정보에 더 많이 관여할수록, 기억은 더 오래 지속된다. 이러한 발견은 수차례 재현되었으며, 어떻게 플래시 카드flash card(그림, 글자 등이 적힌 학습용 카드-옮긴이)를 활용해서 사람들이 더 많이 기억하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된다. 플래시 카드가 학습하고자 하는 정보에 더욱 쉽게 반복적으로 관여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또한 신호는 그 자체로 인간 기억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옛날 노래(청각 신호)를 들을 때 특정한 기억이 떠오르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비틀스의 ‘When I’m Sixty-Four’를 들을 때마다, 나는 나의 결혼식이 떠오른다. 퇴장할 때 그 노래가 연주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1993년 히트송인 에이스오브베이스의 ‘The Sign’을 들으면, 그 인상적인 후렴을 계속해서 따라 부르며 텍사스에서 사촌과 함께 보낸 크리스마스가 떠오른다. 당신에게도 틀림없이 이러한 재미있는 사례가 있을 것이다.
기억이 밀려드는 것은 시각과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의 모든 유형의 신호를 통해 저장되었다가 재현되기 때문이다. 기억을 일깨우는 미각의 놀라운 힘에 대한 가장 유명한 묘사는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In Search of Lost Time》에서 주인공이 마들렌 쿠키를 먹으면서 어린 시절의 기억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장면이다. 소설에선 이러한 설명이 이어진다. 어린 시절 친척과 함께 보낸 일요일 여름의 “기억이 갑작스럽게 되살아났다.” 그때 그는 바로 그 맛있는 과자를 먹었었다.
신호에 기억을 촉발하는 힘이 들어 있다는 사실은 계획을 자신이 마주치게 될 신호(가령 밤마다 양치하는 습관)와 연결함으로써 그 계획을 기억할 가능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 신호는 하기로 되어 있었던 행동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어떠한 유형의 신호를 활용하든 간에, 피터 골비처의 연구는 신호 기반의 행동 계획이 망각이란 문제에 대한 놀라운 치료제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
가장 좋은 신호
어느 화창한 4월의 아침, 토드는 기억을 촉발하는 신호를 보다 유용하게 만드는 간단한 방법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실험을 시작했다(그리고 나를 그 흥미로운 실험으로 끌어들였다). 그는 여러 명의 연구 보조요원을 채용한 뒤 어느 바쁜 화요일 아침에 하버드스퀘어에 있는 유명 카페 밖에 서 있게 했다. 그리고 수백 명의 고객에게 이번 목요일에 사용할 수 있는 1달러 할인 쿠폰을 나눠주도록 했다. 보조요원들은 토드와 내가 망각의 문제에 맞서 싸우는 새로운 방식을 평가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었다. 그들은 고객에게 쿠폰을 나눠 주면서 지침을 함께 전달했다. 일부 고객은 기억을 되살리는 평범한 신호를 받았다. 그들은 그 카페의 금전등록기 사진을 건네받으면서 계산할 때 그 쿠폰을 제시하면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그러나 이 연구에서 다른 고객은 우리가 보다 효과적이리라 예상한 구체적인 지침을 전달받았다. 그들 역시 똑같은 금전등록기 사진을 건네받았지만, 그 앞에는 <토이 스토리Toy="" Story="">에 나오는 눈이 세 개 달린 외계인이 앉아 있었다. 우리는 그들에게 외계인 인형이 보이면 1달러 할인 쿠폰을 제시하면 된다고 말했다.토이>
쿠폰을 사용할 수 있는 목요일이 되었을 때, 우리는 약속대로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외계인 인형을 금전등록기 앞에 놓아뒀다. 하지만 오직 일부 고객에게만 외계인 인형에 관해 설명했기에,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의미에는 차이가 있었다. 그 인형은 일부 고객에게 쿠폰을 제출하게끔 상기시키는 알림이었고, 그 외의 고객들에겐 왜 예전에 있던 장식이 치워졌는지 궁금하게 만들 뿐이었다.
토드와 나는 신호가 구체적일수록 기억을 자극하는 데 효과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의 예상은 옳았다. 외계인 인형을 찾아보도록 지침을 받은 고객은 그냥 1달러 할인 쿠폰을 제시하라는 지침만 받은 고객보다 36%나 더 많이 쿠폰을 제시했다.
이 연구를 비롯한 일련의 후속 실험들을 통해 우리는 신호가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 낫지만, 신호는 일반적이지 않은 것을 활용하는 게 가장 좋다는 사실을 배웠다. 지나는 길에 마주치게 되는 이상한 무언가(외계인 인형처럼)는 제한적인 우리의 관심을 사로잡는 것이다.
이 연구는 기억을 더듬는 고대의 지혜와 실제로 관련이 있다. 기원전 80년대에 작성된 문헌 《수사학 교과서Rhetorica ad Herennium》는 기억을 생생한 장면이나 물체와 연결함으로써 상기시킬 수 있다는, 지금은 널리 알려진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소개했다. 이것이 “기억의 궁전memory palace(특정한 공간을 상상해서 장소와 외울 것을 연결하여 암기하는 방법-옮긴이)” 기술의 기원이다. 기억의 궁전을 활용해서 정보를 기억하려면,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장면이나 장소를 기억하고자 하는 각 항목과 연결하면 된다. 예를 들어, 집에서 걸어 다니며 마주치는 각각의 방을 목록 속 항목을 떠올리게 만드는 생생한 이미지로 장식함으로써 자신의 집(궁전)을 활용해 목록을 기억할 수 있다. 만일 당신이 약을 처방받고 기금 마련을 위한 빵 바자회에 머핀을 가져다 놓은 뒤에 편지를 보내야 하는 일련의 긴 행동을 기억해야 한다고 하자. 그렇다면 현관에 약병들이 줄지어 있고, 주방에 머핀이 가득 있고, 침실에 편지가 쌓여 있는 이미지를 상상한다. 다음으로 그날 해야 할 일을 떠올릴 때, 눈을 감고 상상의 집(이상한 장식으로 가득한)으로 걸어 들어간다. 그리고 기억을 자극하기 위해 각 방에 놓여 있는 것들을 떠올린다. 연구에 따르면, 이 기술을 활용해 12개 품목의 쇼핑 목록을 암기하면 그중 최소 11개를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의 수가 2배로 늘어난다고 한다.
청각 또한 유용한 기억술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동물을 계kingdom, 문phylum, 강class, 목order, 과family, 속genus, 종species으로 분류할 수 있다는 걸 처음 배웠을 때, 나는 ‘Kings Play Chess on Fine Green Silk’라는 문장을 들었다. 각 단어의 첫 글자가 각 범주를 떠올리는 신호로 기능한 덕에, 나는 그 정확한 순서를 기억할 수 있었다.
신호 기반의 계획을 세울 때는 이러한 방식을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 신호가 더 생생하고, 인상적이고, 기억에 남을수록 계획은 더 잘 떠오를 것이다.
투표율 높이기
선거운동 캠프의 자원봉사자와 고용된 인력은 매년 선거일을 앞두고 수백만 명의 등록 유권자에게 전화를 걸어, 지역 투표소에서 투표할 것을 독려한다. 이러한 과정은 미국에서 영국, 캐나다에서 인도, 노르웨이에서 호주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당신이 민주주의 국가에 소속된 등록 유권자라면, 치밀한 대본으로 이뤄진 전화를 적어도 한 번쯤은 받아 봤을 것이다. 그들은 당신에게 투표를 하라고 독려한다(아마 짜증 날 정도로). 그 전화가 당신을 움직이게 할 만큼 충분히 강력했을지는 몰라도, 투표를 할지 말지에 대한 당신의 의사결정에는 사실 중요한 역할을 못 할 것이다.
2008년 중반, 토드는 유권자의 약속 불이행과 관련해 배운 모든 지식을 기반으로 이러한 전화를 크게 개선할 수 있으리라 확신했고, 이를 좋은 기회로 봤다. 그는 투표 독려 전화가 더 많은 유권자를 투표소에 가도록 만들 새로운 방법을 시험하기 위한 완벽한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토드는 신호 기반 계획이 향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피터 골비처의 연구를 긍정적으로 보았다. 심리학 연구실로부터 피터의 아이디어를 가져와서 이를 정치 세계에 적용할 수 있을지만 확인하면 되었다. 2008년 대선이 임박했을 때, 토드는 그 아이디어를 시험할 좋은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토드와 그의 협력자 데이비드 니커슨David Nickerson은 피터와 신중하게 면담한 뒤, 새로운 요소가 포함된 유권자 전화 대본을 작성했다. 등록 유권자들이 선거일에 투표하도록 독려하는 대신, 유권자들이 어떻게 그리고 언제 투표소에 가면 되는지 구체적으로 묘사하게 하는 것이었다. 토드와 나는 이러한 접근방식을 “계획 상기planning prompt”라고 부른다.
토드와 데이비드는 주요 예비 선거를 앞둔 3일 동안 전문 콜센터의 직원들이 수만 명의 등록 유권자에게 전달할 대본을 설계했다. 우선, 콜센터 직원은 등록 유권자에게 투표를 할 계획인지 묻는다. 그들이 그렇다고 답할 경우, 이어서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 (1) “몇 시에 투표소에 갈 예정이세요?” (2) “어디서 출발할 계획이시죠?” (3) “출발하기 전까지 무엇을 하고 있을 예정이세요?” 이 질문은 유권자가 자신이 투표하러 갈 시간임을 떠올릴 수 있는 신호(시간, 장소, 활동)를 신중하게 생각하게끔 만들도록 선택된 것이었다.
토드와 데이비드는 2008년 계획 상기 실험에서, 4만 명에 가까운 등록 유권자를 대상으로 표준적인 투표 독려 전화 대본(단지 투표할 생각인지 묻고 그렇게 하도록 권고하는)과 투표 계획의 수립을 촉구하는 세 가지 추가 질문이 들어 있는 대본을 무작위로 들려줬다.
유권자 투표율을 분석하면서, 토드는 당연히 엄청난 효과를 기대했다.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적 참여를 실질적으로 높일 수 있는 그러한 형태의 효과를 말이다. 그의 기대는 현실로 드러났다. 전화를 받은 등록 유권자들 가운데, 계획 상기 대본을 들은 유권자 그룹의 투표율이 9% 더 높았다. 그는 자신이 중요한 변화의 열쇠를 쥐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토드의 데이터 속에는 더욱 흥미로운 것이 있었다. 그는 이러한 계획 상기가 일부 사람에게는 한층 더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두 가지 유형의 등록 유권자에 대해 생각해 보자. 일부는 등록 유권자인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사는 ‘복수 유권자 가구’이다. 다른 유형은 혼자 살거나, 너무 어리거나 투표 등록을 하지 않거나 혹은 미국 시민이 아니라서 투표할 법적 권리가 없는 룸메이트와 함께 사는 ‘단일 유권자 가구’에 해당한다.
토드는 자신의 연구에 참여한 유권자가 복수 유권자 가구에 해당하는지, 단일 유권자 가구에 해당하는지를 쉽게 알 수 있었는데, 두 그룹 사이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었다. 투표 계획을 세우도록 독려하는 방식이 복수 유권자 가구보다 단일 유권자 가구에 해당하는 사람에게서 ‘2배’ 더 효과적이었던 것이다. 유선상으로 언제 투표할 것인지, 어디서 출발할 것인지, 투표 전에 무슨 일을 하고 있을 것인지 같은 투표 계획을 물었을 때, 단일 유권자 가구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다른 유형보다 이에 대한 인식이 훨씬 부족했다.
그 이유를 밝히는 데 많은 조사가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투표 계획을 세우도록 독려하는 전화를 받기 전에, 이미 서로 다른 유형의 유권자 가구에서 근본적으로 다른 무언가가 ‘유기적으로’ 일어났다. 복수 유권자 가구에 해당하는 이들은 자연스럽게 그들의 가족이나 친구, 룸메이트와 대화하면서 그들의 투표 계획을 조율했다. 예를 들어, 나의 경우 보통은 남편과 함께 선거일에 집에서 투표소로 가는데, 보통 그 전에 몇 시에 갈지 이야기하면서 그날의 일정에 따라서 출근 전에 갈지, 퇴근 후에 갈지를 정한다. 그러나 단일 유권자 가구에 해당하는 이들에겐 이러한 대화를 나눌 기회가 당연히 더 적다. 실제로 토드는 단일 유권자 가구에 해당하는 이들 중 훨씬 많은 경우가 전화를 받기 전에 투표 계획을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음을 확인했다. 그러니 단일 유권자 가구에 해당하는 이가 독려 전화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받은 것도 당연했다. 투표를 하러 가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줄 신호를 생각해 내지 못했기에 그 방법이 더욱 유용했던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한 토드는 흥분했다. 유권자에 관한 이러한 새로운 통찰력을 활용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이 정치적 절차에 참여하겠다는 그들의 의도를 따르게끔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는 또한 자신의 발견이 다른 맥락에서 훨씬 더 폭넓은 형태의 약속 불이행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걸 정확히 예상했다.
백신 접종률 높이기
내슈빌 여행에서 돌아와 토드에게서 세부 사항에 대해 들었을 때, 나는 토드의 성공 사례를 배우고픈 열정과 동시에, 그의 발견이 과연 보편적일지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또 토드의 접근방식을 활용하면 프라샨트 스리바스타바와 이바이브가 독감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했다. 하지만 몇 가지 차이를 확인해 보니 그렇게 쉽게 성공이 이전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가장 먼저, 투표와 백신 접종 사이에는 중요한 공통점(두 가지 모두, 사람들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종종 하지 않는 것들이다)이 있기는 하지만, 부작용과 고통에 대한 두려움부터 실제 자기에게 돌아오는 이익의 정도(독감 예방은 질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지만, 투표의 효과는 구체적이지 않다)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차이점도 존재했다.
무엇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있었다. 토드는 등록 유권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 수 있었지만, 이바이브는 우편을 통해서만 고객들과 소통할 수 있었다. 우편을 통해 사람들이 계획을 세우게끔 독려하는 것도 전화로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효과가 있을까? 가능해 보이긴 했지만, 그 효과를 장담할 수는 없었다. 누군가가 전화로 나의 계획에 대해 여러 가지 질문을 퍼붓는다면, 당장 계획을 내놓아야 할 것 같은 강한 사회적 압박에 직면하게 된다.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 건 무례하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우편으로 비슷한 질문을 받고 따로 답변을 보낼 필요 없이 개인적으로만 계획을 세워도 된다면, 굳이 급박하게 계획을 세우지 않을 것이다.
그 밖에도 토드의 계획 상기가 실제로 망각에 맞서 싸웠는지, 아니면 약속 불이행의 다른 이유를 해결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어쩌면 유권자가 자신의 투표 계획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토드 팀의 전화에 대한 답변은 마치 약속을 한 것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즉, 약속을 지키기 위한 느슨한 이행 장치를 만든 셈이다. 앞 장에서 살펴봤듯이, 인간은 심리적 차원에서 말과 행동이 다른 상황을 대단히 불편하게 여긴다(인지부조화). 그러한 점 때문에 약속은 우리의 행동 변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다만 독감 백신 독려 우편 사례에서 똑같은 접근방식을 선택할 수는 없다. 우편 수령자가 다른 이에게 약속하도록 요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아이디어를 활용하여 백신 접종의 약속 불이행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시도할 만한 가치가 있어 보였다. 그래서 나는 경제학자 팀과 협력해서 이바이브가 보내는 표준적인 알림 편지에 새로운 요소를 추가하게끔 설득했다. 그것은 편지 수령자들이 직장 내 무료 진료소에서 백신을 맞을 계획을 세웠을 때, 그 날짜와 시간을 적어 보게 한 것이었다.
이러한 편지가 사람들로 하여금 백신 접종 예약을 하게 만든 것은 아니라는 점을 언급할 필요가 있겠다. 내가 이 연구를 소개하면, 청중들은 종종 여기에서 혼란을 느낀다. 그 편지에는 회신 주소가 없고, 편지 수령자가 자신의 접종 계획을 이바이브나 그들의 직장에 전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다만 우리는 구체적인 계획을 생각해 보게끔 격려함으로써 사람들이 잊어버리는 문제를 극복하고 백신을 맞는 데 도움을 주고 싶었을 뿐이다.
프라샨트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이바이브에 추가적인 비용을 부담시키지 않으면서 기업의 알림 방식에 대한 단순한 변화만으로도 상황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다면, 이는 정말로 대단한 일일 것이다.
바로 그러한 이유로, 수십 개의 사무소를 운영하는 미국 중서부 지역 대기업을 대상으로 우편 독려 방식을 시험해 그것이 실제로 백신 접종률에서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음을 목격했을 때, 우리 모두는 정말 기뻤다. 놀랍게도 단지 사람들에게 자신의 계획을 개인적으로 적어 보게끔 격려하는 것만으로도 백신 접종률이 13%나 올랐다. 이바이브의 어느 누구도 편지 수령자들의 계획을 듣거나 보지 못했는데도 말이다. 이 실험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그들이 원하던 면역을 얻기 위해 세운 계획을 실행에 옮겼고, 이를 통해 심각한 질병의 위험성이 줄어들었다.
흥미로운 것은, 계획 상기가 특정 상황에서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하루 동안만 진료소를 여는 사무소(그날 진료소에 가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는 많은 도움을 받았던 반면, 여러 날에 걸쳐 진료소를 여는 사무소는 큰 도움을 받지 못했다.
이바이브와 함께 진행한 후속 연구에서, 우리 연구팀은 접종 이행을 강화했던 것과 같은 유형의 계획 상기가 또한 대장내시경 검사를 미루고 있는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어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는 검사를 받는 비율을 15%나 끌어올렸음을 확인했다. 여기서 계획 상기의 효과는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을 기억해 내는 데 가장 어려움을 겪으리라 예상한 집단, 즉 노인과 부모, 보험 보장이 충분치 않은 사람들 그리고 이전 알림을 무시했던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났다.
계획 상기에 대한 이러한 모든 연구를 바탕으로 결론을 내리자면, 전화로든 단지 개인적으로든 사람들이 계획을 세우게 독려하는 방법은 약속 불이행에 맞서 싸우는 데 매우 효과적이며, 그럼에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접근방식임이 확실하다. 덕분에 나는 원하는 특정한 활동 장소와 시점에 대해 더욱 곰곰이 생각하는 방식을, 사적으로나 업무적으로 계속 활용하게 되었다. 가령 나는 백신을 맞고, 공과금을 납부하고, 운동하고, 학생들을 관리하는 데 이러한 전략을 활용한다. 또 다른 사람을 돕는 데도 이를 활용한다. 친구 제이슨이 옛 은사에게 감사 편지를 쓰고 싶지만 계속 미루고 있다고 내게 이야기했을 때도, 나는 그에게 언제 쓸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쓸 것인지(이메일, 아니면 우편?) 그리고 그 계획을 달력에 기입했는지 등을 물었다. 다음으로 나는 그 시기에 맞춰 그에게 알림을 보냈다. 제이슨은 바로 그 주에 옛 은사에게 감사 편지를 보냈다. 또한 내게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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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런던에서, 나는 동료 앤절라 더크워스와 함께 흥미진진하면서도 고된 36시간을 보냈다. 우리는 여러 곳에서 협력 연구를 주제로 연설했다. 사람들의 관심을 자극하고, 행동 변화에 대한 연구를 추진하는 과학 연구소에 관한 이야기를 널리 퍼뜨리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한 프레젠테이션에서, 런던 기반의 사모펀드 및 벤처캐피털 기업에서 경영 파트너로 일하는 로이드 토머스Lloyd Thomas가 손을 번쩍 들었다. 그는 자신을 행동과학의 열렬한 팬으로 소개했다. 관련된 모든 책을 읽고 모든 팟캐스트를 들었다는 로이드는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 그가 듣고 배운 수많은 행동 전략 중에서, 사람들이 목표를 달성하도록 돕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하는 것이었다.
앤절라는 망설임 없이, 그것은 신호 기반의 계획이라고 대답했다. 그녀는 신호 기반의 계획을 세우는 것이 성공을 향한 가장 효과적인 준비라고 설명했다. 신호 기반의 계획이야말로 이 주제와 관련해서 행동과학이 제시해야 할 최고의 전략이라고 말이다.
로이드가 그 대답을 듣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나는 흠칫했다. 솔직히 말해서, 나 역시 신호 기반 계획을 세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그것이 내가 연구해 온 것 중 가장 중요한 전략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만약 그러한 질문을 나에게 했다면, 목표 추구를 재미있게 만드는 것이나 이행 장치를 활용하는 것이라고 대답했을 터였다.
그래서 나는 앤절라에게 로이드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보다 자세하게 설명해 달라고 했다. 설명을 듣고 난 후 나는 그녀의 주장이 일리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앤절라는 신호 기반의 계획 수립은 잊어버리는 실수를 줄이고, 그 순간에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한 생각을 간략하게 정리해 줄 뿐만 아니라, 거대한 목표를 한입 크기로 작게 나눠 준다고 지적했다. 거대한 목표를 작은 단위로 나누는 작업은 야심 찬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말로 중요하다(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NASA의 연구팀이 거대한 목표를 일련의 작은 목표로 구분하고 세부 목표를 어떻게 성취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면, 1960년대 말에 미국이 달에 가게 될 것이라 주장했던 1962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선언이 얼마나 터무니없어 보였을지 상상해 보라. 마찬가지로, ‘내년에 승진하기’처럼 성취하고자 하는 거대한 목표가 있을 때, 계획 수립은 우리로 하여금 큰 목표를 작은 세부 목표로 구분하는 중요한 작업을 하게 만든다. 어떻게 승진할 것인지에 관한 세부 계획 수립을 통해, 우리는 주간 회의에서 상사와 더 활발하게 의사소통하고, 자신이 이룬 성과에 대해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화요일과 목요일 저녁에는 따로 시간을 투자해서 온라인 학위를 따야 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유형의 계획 수립도 없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정말 힘들다. 다음 선거에서 투표하기처럼 목표가 간단한 경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실행을 기억하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가령 외국어 배우기처럼 ‘복잡한’ 목표의 경우, 계획 수립은 실행을 기억하게 할 뿐만 아니라, 그 목표를 더 작고 구체적인 요소로 구분하도록 만들어 준다.
물론 신호 기반의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다(로이드처럼 개인적인 목표를 위해 노력할 때). 동시에 이바이브의 백신 접종 알림이나 토드의 투표 독려의 사례에서 확인했듯, 유능한 관리자나 기업, 정책입안자, 혹은 친구가 격려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처럼 계획을 세우게끔 ‘다른’ 사람이 독려하는 방식의 특히 긍정적인 측면은 그들이 억지로 그렇게 하게끔 강요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있다.
애초에 특정 활동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던 사람이라면, 신호 기반의 계획을 수립하도록 한다고 해서 그 행동을 하게 만들지는 못한다. 당신이 내게 눈썹 피어싱을 받거나 번지 점프를 하게 만드는 신호 기반의 계획을 세우라고 온종일 이야기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은 아무 쓸모가 없을 것이다. 내가 애초에 그런 일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계획은 마음을 바꾸지 못한다. 그저 우리가 이미 원하던 일을 하도록 상기시켜 줄 뿐이다. 이러한 점에서, 계획 수립은 다른 사람이 그들의 목표를 달성하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멋지고도 강압적이지 않은 방식이다.
런던 여행이 끝나갈 무렵, 나는 앤절라와 함께 그 사안에 관해 잠시 논의했다. 앤절라는 신호 기반의 계획 수립이 목표 달성을 독려하는 행동과학 전략의 목록 중 맨 위를 차지해야 한다고 나를 설득했다. 그렇긴 하지만,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연구에 따르면, 신호 기반 계획 수립은 과잉으로 치달을 수 있다. 너무 많은 계획 수립이 자칫 우리를 압도할 수 있다. 경쟁하는 목표를 위해 다양한 신호 기반 계획을 수립할 경우(더 많이 운동하고, 외국어를 배우고, 승진하고, 주방을 리모델링하는), 우리는 성공에 필요한 모든 일을 하는 것이 정말 어려운 과제라는 사실에 직면하게 된다. 이는 열정을 시들게 만들고, 단 하나의 목표조차 성취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승진이라는 단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모든 단계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라. 그다음 다른 목표를 위한 계획을 수립하면서 해야 할 일이 3배, 혹은 4배로 늘어나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사기도 저하되고 머리도 어지러워진다. 따라서 주어진 시간에 어떤 목표에 집중할 것인지를 까다롭게 선택하고, 한 번에 한두 가지 목표만 성취해 내는 신중한 계획 수립이 정말 중요하다. 이번 달에는 하나의 우선순위(가령 일주일에 4번 운동하기)를 선택하고, 이를 위한 계획을 수립한다. 그리고 다음 달에는 목록의 그다음 목표에 집중한다.
신호 기반의 목표 수립과 관련해 또 하나 까다로운 측면이 있다. 기억해야 할 내용이 너무 복잡해서 단일 계획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런 경우, 공식적인 체크리스트가 놀라운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아툴 가완디Atul Gawande가 자신의 책 《체크! 체크리스트The Checklist Manifesto》에서 설명했듯, 외과 의사의 경우 필수적인 단계에 대한 기억이 아니라 절차에 대한 간단한 안전 체크리스트만 잘 활용해도, 더 많은 목숨을 살리고, 복잡성을 줄이며, 환자 사망률을 35~45% 낮출 수 있다. 체크리스트가 안전 관련 문제에만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다. 최근 실험에 따르면, 자동차정비공에게 체크리스트를 활용하게 하자 생산성과 매출이 크게 개선되었다.
스스로 하기
좋은 소식은 신호 기반 계획 수립의 방식이 점점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이다. 토드의 연구로부터 신호 기반의 계획이 투표율을 높인다는 증거가 널리 알려지면서, 계획 상기는 전 세계적으로 주요한 투표 독려 방법으로 자리 잡았다. 토드는 대부분의 사람은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면 조금 싫어하지만, 선거 운동원이 자신의 집을 찾을 때는 기뻐한다고 내게 말해 주었다. 그는 조금은 수줍게 털어놨다. “그들이 작성한 대본을 보면 열정적인 느낌이 들고, 정말로 행복합니다.” 선거 운동원들의 계획 수립 질문에 적극적으로 대답한 뒤, 토드는 언제나 그들의 대본을 사진 찍게 해달라고 요청한다. 이는 연구의 일환이다.
마찬가지로 2009년에 첫 번째 연구를 함께 추진한 이후, 이바이브는 계획 상기를 의사소통 전략의 주요한 방법으로 선택했다. 내가 처음 프라샨트를 만났을 무렵, 이바이브는 소수의 주요 고객을 거느린 직원이 10명에 불과한 스타트업이었지만, 이제 300명의 직원들과 함께 계획을 수립하고, 건강과 관련해서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하는 방법에 대해 약 500만 명의 미국인에게 정기적으로 메시지를 발송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바이브가 그들의 실험 결과를 발표한 이후로 다른 많은 조직 역시 그들과 똑같은 전략을 활용해서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대출 상환을 위한 은행 계획 상기에서부터 수질 보존과 백신 접종을 위한 정부 계획 상기에 이르기까지, 실행의 시점과 장소를 신중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넛지 전략은 이제 다양한 영역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사실 우리는 좋은 의도를 가진 많은 것을 계속해서 잊어버린다. 투표하고 백신을 맞는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적절한 알림을 설정하고 생생한 신호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실행하지 않으려는 우리 자신의 성향에 맞서 싸울 수 있도록 돕는 소중한 도구다. 특히 신호 기반의 계획 수립의 대단한 점은, 이바이브 같은 선의의 조직이나 정보에 밝은 관리자, 혹은 조언을 주는 친구가 따로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실행하지 못할까 봐 우려되는 목표가 있다면, 이제 우리는 신호 기반 계획을 스스로 세울 수 있다.
어떻게, 언제, 어디서 할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어떻게 할 것인가? 언제 할 것인가? 어디서 할 것인가? 그리고 신호를 전략적으로 선택하자. 가능한 한 평범하지 않은 신호를 선택하자. 가령, 나는 밤에 잠자리에 들면서 다음날 꼭 기억해야 할 중요한 과제가 있을 경우 아침에 마주하게 될 특별한 것을 떠올린다(예를 들면, 아들이 만들어서 거실에 둔 레고 구조물). 이는 내가 실행 계획을 세울 때 사용하는 신호가 된다. 그리고 행동해야 할 ‘바로’ 그 순간에 등장할 알림을 설정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자. 마지막으로 신호 기반의 계획이 복잡해지기 시작한다면, 체크리스트를 만들자.
요약
- 우리는 종종 의도한 대로 행동하지 않는다. 약속을 어기게 되는 이유는 다양하다. 게으름과 집중력 분산, 혹은 잊어버림 등. 그중 잊어버림, 즉 망각은 우리가 가장 쉽게 극복할 수 있는 장애물이다.
- 무언가를 해야 하는 순간에 그 일을 하도록 자극하는 적절한 알림은 우리가 잊어버림의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게 만든다. 단, 알림의 시점이 적절하지 않은 경우 효과가 훨씬 미미하다.
- 신호 기반 계획을 세우는 것은 망각에 대처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이러한 계획은 행동 계획과 신호를 연결하며, ‘( )일 때, ( )를 할 것이다’ 같은 형태를 취한다. 구체적인 시간이나 장소부터 맞닥뜨리게 될 사물에 이르기까지 기억을 촉발하는 모든 것이 신호가 될 수 있다. 신호 기반 계획의 한 가지 사례는 이런 것이다. ‘월급이 인상될 때마다 퇴직연금 월 납입금을 늘릴 것이다.’
- 신호가 구체적일수록 기억을 더욱 효과적으로 자극한다.
- 사람들에게 신호 기반 계획을 세우도록 독려하는 방법은 특히 그들이 계획을 세우지 않았을 때와 망각이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일 때(선거일에 투표하는 경우처럼), 특히 유용하다.
- 계획 수립에는 또 다른 장점이 있다. 거대한 목표를 한입 크기의 작은 덩어리로 구분하게 만들고, 특정한 순간 해야 할 일에 대한 부담을 덜어 주며, 계획을 자신과의 약속처럼 만들어 목표에 대한 의지를 높인다.
- 신호 기반 목표를 한꺼번에 너무 많이 세우면, 압도감으로 의지가 위축된다. 따라서 주어진 시간에 어떤 목표에 집중할 것인지를 까다롭게 선택하자.
- 계획이 너무 복잡해서 쉽게 기억할 수 없을 때는 체크리스트를 활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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