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해빗 5장 - 게으름
Chapter 5 게으름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스티브 하니웰Steve Honeywell은 궁금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대규모 의료 시스템에서 분석가로 일하고 있던 그는 2014년 가을 어느 날, 자신이 방금 만들어 낸 그래프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데이터에 따르면, 의료 시스템과 환자들에게 연간 약 1,500만 달러의 비용을 부과해 왔던 만성적인 문제가 하룻밤 새에 말끔히 사라진 것이다. 그건 정상이 아니었다.
스티브는 상황을 파악해 보기로 했다. 그는 상사에게 이렇게 물었다. “병원에서 지난달에 무슨 변화가 있었나요? 새로운 모범 사례라도 나온 건가요? 누구한테 물어보면 될까요?”
스티브의 당황스러운 발견에 관한 이야기를 처음으로 들은 건 내가 MBA 수업에 유능한 의사이자 와튼 스쿨 동문인 미테시 파텔Mitesh Patel을 강사로 초빙하고자 그의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였다. 미테시는 펜실베이니아 대학 의료 시스템에서 한 그룹을 이끌었는데, 소문에 따르면 행동과학을 기반으로 대단한 성과를 올리고 있었다. 강의실에서 그가 첫 번째 슬라이드에 대한 설명을 마쳤을 때, 나는 그 소문이 진짜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수업을 시작하면서, 미테시는 스티브 하니웰의 기적 같은 발견과 그것이 중요한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했다. 2014년에 이르기까지 펜실베이니아 대학 의료 시스템은 의사들의 처방 관행 때문에 최대 보험사로부터 벌금을 물고 있었다. 의료 시스템을 이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유감스럽게도, 직원들은 값이 저렴하면서도 화학적으로 동일한 복제약이 아닌, 리피토Lipitor나 비아그라viagra처럼 브랜드의 약품을 습관적으로 처방했다.
대수롭지 않은 문제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로 인해 환자들은 매년 수백만 달러를 추가적으로 지출해야 했다. 마찬가지로 높은 가격을 지급하던 보험사들도 펜 메디슨Penn Medicine(펜실베이니아 의과대학) 측에 벌금을 부과하고 항의했다. 이 문제는 해결이 쉬워 보였기에 더욱 의아했다. 의사들은 종종 브랜드 약 처방을 중단하라는 요청을 받았고 바꾸겠다고 약속했지만, 대다수가 따르지 않았다.
그러던 중 스티브 하니웰이 발견한 믿기 힘든 변화가 찾아온 것이다. 그의 데이터에 따르면, 하룻밤 새 펜 메디슨은 복제약 처방과 관련해 그 지역 최악의 의료 시스템에서 최고의 시스템으로 거듭났다. 스티브가 놀라운 분석을 발견하기 한 달 전만 해도, 펜 메디슨의 처방에서 복제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75%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제 펜 메디슨 의사들의 복제약 처방 비중은 98%에 이르고 있었다. 보험사들의 상여금과 칭찬이 이어졌다.
미테시는 나의 MBA 수업에서, 2014년 그날 스티브를 깜짝 놀라게 만든 혁신적인 변화 뒤에 숨겨진 비밀을 공유했다. 의사들의 행동을 바꾼 것은 새로운 시작이나 적절한 알림이 아니었다. 대신 작고 비용도 들지 않는 시스템 변화가 그 기적적인 개선을 뒷받침했다.
최소 저항의 길
펜 메디슨에서 얻은 교훈을 설명하기 전, 이 책에서 아직 언급하지 않은 변화의 장벽에 대해 생각해 보자. 그 장벽이란, 바로 게으름이다.
일반적으로 우리 사회는 게으름을 열심히 노력해서 극복해야 할 악덕으로 생각한다. <붉은 암탉="">에서부터 이솝우화 <개미와 베짱이="">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문화 속 수많은 이야기가 게으름은 파멸로 끝나고 부지런함은 번영으로 이어진다는 교훈을 전한다.개미와>붉은>
물론 그 이야기 속에는 진실이 들어 있다. “최소 저항의 길을 선택하려는, 즉 수동적으로 흐름을 따라가려 하는 인간의 성향에는 불리한 측면이 있다. 이는 행동 변화가 그토록 힘든 주요한 이유다. 저녁에 소파에 앉아 넷플릭스를 시청하는 대신 온라인 강의를 듣기로 결심할 때, 혹은 배달 음식을 주문하는 대신 신선한 재료로 요리하기로 결심할 때, 게으름과 익숙한 행동 패턴에 따르는 편안함이 우리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게으름이 언제나 악덕인 것만은 아니다. 나는 인간의 내재적 게으름을 하나의 문제로 바라보는 대신, 오히려 많은 장점을 지닌 특성으로 본다. 게으름이 행동 변화를 가로막는 것은 분명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못하게 막기도 하니까.
1978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허버트 사이먼Herbert Simon이 자신의 영향력 있는 책 《경영 행동Administrative Behavior》에서 지적했듯이 최소 저항의 길을 선택하는 것은 세계 최고의 컴퓨터 프로그램이 문제를 해결할 때 값비싼 연산 능력의 사용을 피하기 위해 취하는 일이기도 하다. 마운틴뷰에 자리 잡은 구글의 호화로운 캠퍼스를 재정적으로 뒷받침하는 세계 최고의 검색 알고리즘은, 빠르고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그것은 모든 가능한 선택지를 탐험하는 대신 지름길을 택하기 때문이다. 인간 역시 효율성을 위해서 똑같은 기술을 터득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예를 들어, 우리는 변기를 수리해야 할 때 옐프Yelp(미국의 대표적인 지역 기반 소셜네트워크 검색 서비스 - 옮긴이)에서 평가가 좋은 첫 번째 배관공에게 전화를 걸 정도로 게으르기 때문에 조금 더 나을 수도 있는 대안을 끊임없이 검색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또 새로 산 컴퓨터의 초기 설정을 그대로 사용할 정도로 게으르기 때문에, 화면보호기나 글자 크기에 관한 설정으로 고민하지 않는다. 또 자신의 아침 습관을 재고하지 않을 만큼 충분히 게으르기 때문에, 샤워를 먼저 할 것인지, 양치를 먼저 할 것인지, 아침으로 뭘 먹을 것인지, 어떤 길로 출근할 것인지에 관해 고민하지 않는다.
게으름은 얼마든지 자산이 될 수 있다. 게으름이 단지 효율성에만 기여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게으름을 적절하게 활용할 때, 이는 변화를 가속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를 펜 메디슨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설정하고 잊어버리기
펜 메디슨의 기적적인 성공은 최소 저항의 길을 선택하려고 하는 인간의 성향 덕분에 가능했다. 펜 메디슨의 의사들은 약국에 처방전을 보낼 때 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야 했는데, 해당 소프트웨어의 IT 컨설턴트가 정기적인 시스템 업데이트 기간에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작은 변화를 줬다. 시스템에 새로운 체크박스를 추가한 것이다. 의사가 체크박스에 굳이 체크하지 않으면, 그들이 약국에 처방하는 모든 약이 복제약으로 전송되게 되어 있었다. 의사들 역시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조금은 게으른 성향이 있기 때문에, 대다수는 여기에 체크하지 않았다. 체크를 한 경우는 전체에서 단 2%에 불과했다. 그 결과, 펜 메디슨의 복제약 처방률이 98%까지 치솟은 것이다.
행동과학자들은 펜 메디슨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 IT 컨설턴트가 처방 시스템 ‘디폴트default’, 혹은 적극적으로 다른 것을 선택하지 않으면 시스템이 제시하는 결과(새로 산 컴퓨터의 일반적인 초기 설정처럼)를 따르게끔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폴트를 효과적으로 설정하면, 사람들은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고서도 최고의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다. 이는 효율성을 사랑하는 운영 시스템 덕분에 모두가 누리는 기회를 의미한다.
미테시와 그의 동료들은 펜 메디슨에서 수년에 걸쳐 의사가 적극적으로 다른 걸 선택하지 않을 경우 자동적으로 복제약을 처방하게 하는 인터페이스를 만들고자 로비를 벌였다. 그러나 최종 승인이 나지 않았다. 결국 펜 메디슨의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어떤 방식으로든 업데이트해야 했을 때, 효과적인 디폴트의 중요성을 이해한 IT 개발자가 독자적으로 변화의 작업에 착수했고 성공을 거뒀다! 이로 인해 수백만 달러가 절약되었다. 이는 대단히 놀라운 성공이었고, 덕분에 미테시는 행동과학에 기반을 둔 보다 정교한 시스템 개선을 추진할 수 있는, 펜 메디슨 ‘넛지 유닛Nudge Unit’ 조직을 새롭게 꾸리도록 허가받았다.
넛지는 행동과학계에서 종종 언급되는 용어다. 행동 변화를 지지하기 위한 다양한 방식이 있기는 하지만, 이 용어는 효과적인 디폴트를 설정하는 것과 동의어로 자주 사용된다. 인간의 게으름을 활용하는 이러한 유형의 넛지가 대단히 가치 있는 것으로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제는 널리 알려진 2001년 연구는 직원들이 퇴직연금 프로그램에 자동적으로 가입하게 하는 방식(옵트인이 아니라 옵트아웃이 필요한)이 퇴직연금 저축액을 크게 증가시켰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수십 건에 달하는 추가적인 연구가 디폴트를 효과적으로 설정함으로써 엄청난 성공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입증하고 있다. 디폴트의 놀라운 위력을 제대로 이해한 이들은 대개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을 때 최고의 결과를 가져오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설계했는데, 이를 통해 마약성 진통제의 과잉 처방을 줄이고 아동의 탄산음료 소비를 제한하고, 독감 백신 접종률을 높이고 택시 기사를 위한 팁을 올렸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단지 시작에 불과했다.
안타까운 것이 있다면, “설정하고 잊어버리기set-it-and-forget-it” 시스템이 모든 행동 변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행동을 취해야 할 때, 특히 반복적으로 행동해야 할 때는 디폴트를 활용하기 힘들다. 우리로 하여금 규칙적으로 운동하게, 건강한 식단을 실천하게, 업무 중 소셜미디어를 하지 않게, 시험공부를 하게, 만드는 디폴트 시스템은 없다. 반복적인 의사결정에 직면할 때, 게으름의 문제는 더욱 해결하기 힘들다. 물론 효과적인 디폴트를 설정함으로써 이러한 정기적인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가령, 냉장고에 건강식품만 넣어 두거나 브라우저 홈페이지를 페이스북 대신 <뉴욕타임스>로 설정해 놓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그 밖의 일에 대해서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관성이 불리한 방향으로 작용하고 디폴트 스위치를 전환할 수 없을 때, 어떻게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습관의 기능
불타는 창고 안에서 사라진 팀 동료를 찾아 헤맬 때, 스티븐 케스팅Stephen Kesting의 심장은 요동쳤다. 그가 소방관으로 일하며 만난 화재 중에서도 이번 화재는 가장 규모가 큰 것이었다. 창고가 화염에 휩싸이기 전 그 안에는 수많은 화장지 상자와 화장지 롤, 종이 롤이 있었는데, 이제 그 모든 것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스티븐의 팀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상황은 이미 통제 불가능했다. 하지만 그가 창고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졌다. 나의 팟캐스트에 출연했을 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건물 안에 있는 모든 것이 도미노처럼 쓰러지고 있었어요.”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무시무시했지만, 더욱 끔찍한 것은 한 동료의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스티븐의 아드레날린이 치솟으면서 반사 신경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강렬한 공포나 흥분에 대한 행동 부작용이었다. 그럴 때 인간은 자동 시스템에 더 많이 의존하고, 개별 의사결정에 대해서는 덜 깊이 생각하게 된다. 여기에는 분명한 이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응급 상황에서는 계산기를 두드리거나 찬성과 반대를 저울질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뛰어난 반사 신경과 습관이 중요하다.
습관은 우리가 의식적으로 또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행동과 루틴으로, 아주 많이 반복되기 때문에 자동으로 이뤄진다. 습관은 본질적으로 우리 두뇌의 디폴트 설정이다. 즉, 의식적인 절차 없이 실행되는 반응이다. 신경과학 연구에 따르면, 습관이 개발되면 추론에 사용되는 두뇌 영역(전두엽)에 덜 의존하게 되고, 행동과 운동 통제를 담당하는 부분(기저핵과 소뇌)에 더 많이 의존하게 된다.
소방관과 응급의료요원은 너무 많이 생각하지 않고 상황에 올바로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응급 상황에 대비해 훈련하고, 근육 기억을 형성하고, 올바른 판단을 반응적 행동으로 전환하는 루틴을 개발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소방 학교 및 실무를 통해, 그들은 화재 경보가 울릴 때 무거운 장비를 착용하고 소방차에 오르는 데 필요한 시간과 생각을 줄이기 위해 훈련하고 또 훈련한다. 또한 탐색과 구조 기술을 익히고, 소방 호스를 잡아당기는 방법을 배우며, 산소마스크가 작동하지 않을 때 해야 할 일을 연습한다.
스티븐이 무시무시한 창고 화재 속에서 사라진 동료를 찾고 있을 때, 그는 훈련을 통해서 갈고 닦은 습관을 활용했다. 그는 훈련받았던 대로 이렇게 외쳤다. “저기요, 거기 아무도 없어요?” 이 부분은 쉬웠다. 스티븐은 이렇게 설명했다. “힘든 건 외치고 나서 입을 다물고 침묵의 순간을 유지하는 겁니다…. 그래야만 무언가를 듣고 볼 수 있으니까요.” 이러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계속해서 외치기만 한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효과적인 수색을 가로막는다.
다행스럽게도, 스티븐과 그의 팀원들은 조용하고 부자연스러운 멈춤이 제2의 본능이 될 때까지 훈련했다. 그리고 바로 그 멈춤의 순간에 그들은 중요한 무언가를 발견했다. 잔해 사이로 장갑의 작은 부분이 삐져나와 있었다. 만약 그들이 계속해서 소리만 질러댔다면 잔해 속에 파묻혀 있던 동료 롭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스티븐은 이렇게 설명했다. “그가 바닥에 쓰러지면서 손을 위쪽으로 뻗었던 것 같아요.” 그들은 잔해를 파헤쳤고 건물이 붕괴되기 직전에 그를 안전하게 끌어낼 수 있었다.
스티븐과 그의 소방대원들은 영웅으로 칭송받았다. 그들은 실제로 그랬다. 하지만 스티븐은 그 구조를 영웅적인 판단이 아닌, 그와 그의 팀원들이 기본적인 반응을 연마하고 응급상황에 현명하게 대처하기 위해 했던 훈련 덕으로 돌렸다.
실제 올바로 훈련된 습관은 화재 상황과 전쟁 시 그리고 병원을 비롯한 다양한 고위험 환경에서 수많은 목숨을 구했다. 또한 좋은 습관은 영웅적인 구조 활동 외에도 다양한 상황에서 대단히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자동조종장치도 필요하지만, 디폴트에 의존할 수 없을 때 차선책은 유용한 습관을 형성하는 것이다. 그러한 습관이 제2의 본능이 될 때까지 훈련함으로써 성공적인 비즈니스 운영부터 건강의 회복과 유지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제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행동과학자들은 습관에 대해 말할 때 종종 그것을 지름길과 연결한다. 만약 당신이 커피메이커로 커피를 만들어 마신다면, 그 커피메이커를 처음 사용했던 순간을 떠올려 보자. 그때 당신은 그 기계를 사용하기 위해 완전히 집중했을 것이다. 물은 어디에 붓는지, 커피가루는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등을 알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매일 아침 커피를 내리면서 반복하다 보니 이는 어느새 습관으로 자리 잡았고, 당신은 이제 아무 생각 없이 신속하게 커피를 내릴 수 있게 되었다.
지루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인간과 동물에 대한 연구 역시 습관이 반복적인 훈련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습관 형성은 종종 소방관들이 장비를 갖추거나 조용한 가운데 생명의 신호를 탐색하는 훈련보다 덜 의식적인 차원에서 이뤄지기는 하지만, 이는 언제나 특정 행동의 수많은 반복이 요구된다. 습관(손톱 물어뜯기, 스마트폰 확인하기, 커피 만들기와 같은) 형성을 위한 반복은 종종 우연적이고 무의식적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우리가 좋은 습관을 개발하고자 한다면, 혹은 나쁜 습관을 좋은 습관으로 바꾸고자 한다면, 소방관이 위압적인 상황에서 올바른 행동을 하기 위해 하는 훈련처럼 의식적으로, 또 반복적으로 훈련해야 한다.
심리학자 B. F. 스키너B. F. Skinner는 20세기 중반에 이뤄져 이제는 고전이 된 여러 실험을 통해 쥐나 비둘기에게 특정한 행동(레버를 누르는 것처럼)을 반복하게 하고 그때마다 계속해서 보상(맛있는 먹이 같은)을 지급하면, 습관적 반응이 형성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동물들은 특정 행동을 실행하는 방법을 배웠고 심지어 보상이 중단되었을 때도 지속적으로 그러한 행동을 취했다. 인간의 습관 역시 쥐나 비둘기의 경우와 비슷하게 형성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쥐나 비둘기와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는 좋은 습관을 갖도록 의식적으로 자신을 훈련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다른 사람이 그러한 훈련을 하도록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원리는 간단하다. 지속적인 신호에 따라 행동을 반복하고 그때마다 보상(칭찬, 안도, 즐거움, 혹은 현금)을 받을 때, 우리의 반응은 자동화된다.
B. F. 스키너의 유명한 실험이 있은 지 반세기가 흘렀을 무렵, 경제학자들은 쥐와 비둘기에게 적용했던 똑같은 접근방식을 활용해 대학생들이 운동을 더 많이 하게 도울 수 있음을 보여 줬다. 경제학자들은 헬스장 출석에 관한 연구를 위해 100명이 넘는 대학생을 모집한 뒤, 이들을 무작위로 몇몇 그룹으로 나눴다. 그들은 일부 학생에게는 설명회와 이후 2번의 모임에 참석하고 연구원이 그들의 헬스장 출석을 추적하도록 허용한 뒤 다음 달에 1번 이상 헬스장을 방문하면, 175달러를 받을 수 있다고 일러 주었다. 반면 다른 학생에게는 설명회와 이후 2번의 모임에 참석하고 연구원이 그들의 헬스장 출석을 추적하도록 허용한 뒤 다음 달에 8번 이상 체육관을 방문해야 똑같은 175달러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당연하게도, 돈을 받기 위해 8번 헬스장을 방문해야 했던 학생들이 다른 그룹의 학생보다 한 달 동안 더 많이 운동했다. 그러나 정말로 흥미로운 사실은 지급이 중단된 이후에 벌어진 일이었다. 한 달 뒤 비교적 자주 운동해야 했던 학생들(8번 운동해야 175달러를 받을 수 있었던)이 1번 이상만 방문해도 돈을 받았던 학생들보다 계속해서 더 자주 헬스장을 찾았던 것이다. 더는 돈이 지급되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실제로 8번 운동한 그룹의 학생들은 이후 7주일에 걸쳐 다른 그룹의 학생들보다 약 2배 더 자주 운동했다.
이러한 발견은 찰스 두히그Charles Duhigg의 《습관의 힘 The Power of Habit》이나 제임스 클리어James Clear의 《아주 작은 습관의 힘Atomic Habits》 같은 베스트셀러를 통해 널리 알려진, 단순하면서도 전반적으로 정확한 습관 형성 모형을 뒷받침한다(여기서 내가 ‘전반적’이라고 표현했다는 점에 주의하자. 이 장 후반부에서 나조차 깜짝 놀랐던 변형에 대해 설명할 것이다). 특정한 행동을 지속적인 환경에서 계속 반복(혹은 훈련)할 때, 또 실행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긍정적인 피드백이 주어질 때, 그 행동은 본능이 되는 경향이 있다. 아침에 커피를 내리는 사례에서, 지속적인 환경은 아침 시간의 주방이 되고, 보상은 신선한 커피, 습관은 커피 한 잔을 내리기 위해 필요한 일련의 동작이 된다. 혹은 두히그에 의해 널리 알려진 사례의 경우, 치약 산업은 양치질을 보상과 연결 지음으로써 양치질이라는 행동을 교묘하게 습관화했다. 여기에서 보상은 매일 아침 사람들이 화장실 세면대 앞에 섰을 때 기대하게 되는 신선한 민트향이다.
좋은 습관의 장점은 설정하고 잊어버리기 사례에서 디폴트처럼 우리의 내재적인 게으름을 활용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일단 훈련이 되면, 습관은 우리가 특정 활동에 대해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그것을 실행에 옮기도록 만든다. 실제로 심리학자 브라이언 갈라Brian Galla와 앤절라 더크워스는 아동과 성인을 대상으로 한 흥미로운 여섯 가지 실험을 통해 긍정적인 습관이 우리가 종종 “자기통제력”이라고 잘못 이름을 붙인 능력에 대한 열쇠라는 사실을 보여 주었다. 우리 주변의 엄청난 의지력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매일 아침 5km를 걷고, 업무에 집중하고, 열심히 공부하고, 항상 올바른 선택을 내리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유혹에 저항하는 초자연적인 능력을 부여받은 건 아니다. 대신 그들의 좋은 습관이 그들로 하여금 애초에 유혹에 직면하지 않게 만들어 준다. 덕분에 그들은 잘못된 선택을 하는 걸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들은 매일 헬스장에 간다. 하지만 그것은 습관이 들어서지, 그들이 헬스장에 가는 장단점을 신중히 판단해서가 아니다. 그들은 아침 대용으로 스무디를 선택한다. 그것은 그들이 놀라운 의지력을 발휘해 기름진 소시지 비스킷은 생각조차 하지 않기로 선택해서가 아니라, 아침 습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매일 밤 잠자리에 들기 전 치간칫솔을 사용한다. 그것은 그들이 미래의 치주염 예방을 위해 오늘의 시간을 투자해서 치간 칫솔을 사용해야겠다고 신중하게 판단해서가 아니라, 자동조종장치가 그렇게 하라고 그들에게 말하기 때문이다.
이상적인 세상에서 우리는 자동조종장치를 기반으로 훌륭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일단 좋은 습관이 우리의 삶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현명한 의사결정은 무의식적인 차원에서 이뤄진다. 그다음으로 최소 저항의 길을 선택하려는 성향은 우리의 길을 가로막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달성하도록 돕는다. 당신은 아마, 피아니스트나 소방관이 그들의 기술을 훈련하는 것처럼 치간 칫솔을 사용하거나 건강한 음식을 먹게끔 훈련할 수 있다고는 생각해 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
안타깝게도 새로운 습관을 받아들이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의사결정을 올바로 내리는 데 더는 의지력이 필요 없을 때까지 바람직한 행동을 반복하는 것에 스스로 보상하는 것도 때로는 효과적인 전략이 된다. 하지만 나는 지극히 예측 가능한 세상에서만 이러한 시스템이 완벽하게 작동한다는 사실을 어렵사리 배웠다. 그리고 그러한 세상은 우리 대부분이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다. 안타깝지만.
탄력적인 습관
구글 본사에 방문해 새로운 시작에 관한 연구에 영감을 얻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나는 그 기술 대기업에서 일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를 통해 구글이, 직원들이 행복을 위해 더 나은 습관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어 하며, 특히 더 많은 직원이 직장 내 헬스장을 이용하길 원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나의 오래된 협력자인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존 버시어스 교수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확신하던 경제적인 전략을 꺼내 들었다.
존과 나는 대학원 시절에 처음 만났다. 행동경제학과 넛지라는 떠오르는 분야를 처음으로 접하게 된 수업에서였다. 우리는 금방 친구가 되었고, 이후 공저자로 활동했다. 이제 존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경제학자로서 디폴트를 기반으로 직원들이 퇴직연금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만드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는 중이다. 또한 나처럼 그도 최소 저항의 길을 선택하고자 하는 인간의 성향을 이용함으로써 효과적인 디폴트를 기반으로 단지 설정하고 잊어버리기를 할 수 없는 중요한 일상적인 의사결정(기술 활용, 다이어트, 운동, 수면, 일상적인 지출 등에 관한 선택 등)을 개선하는 방법을 알아내고자 했다.
우리 둘은 그 대답이 습관과 관련이 있다고 확신했다. 구글이 직원이 행복을 위해 더 나은 습관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연구 결과에 따르면, 건강한 직원이 더 행복하고 생산성도 더 높았다), 우리는 구글이야말로 지속적인 습관을 보다 효과적으로 시작하는 방법에 관해 우리가 개발한 아이디어를 시험할 수 있는 완벽한 무대라고 생각했다.
우리의 아이디어는 습관의 일관성과 관련된 것이었다. 보다 규칙적으로 운동하고자 하는 두 사람(레이철과 페르난도라고 하자)이 있다고 상상해 보라. 두 사람은 지속적인 운동 습관을 형성하기 위해 개인 트레이너와 함께 주 3회 운동하는 한 달짜리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레이철과 페르난도는 목표를 향해 똑같은 방법을 선택했기에, 그들이 성공할 가능성도 동등해 보인다.
그런데 레이철의 트레이너는 페르난도의 트레이너와 다른 철학을 갖고 있다. 그는 엄격한 루틴의 실천이야말로 운동을 습관으로 바꾸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믿는다. 그는 레이철에게 좋아하는 운동 시간을 선택하게 하고, 그 시간에 맞춰 일주일에 3번 만나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규칙적인 레이철’에게 한 달이 지나면 지속적인 습관을 형성하게 될 것이라는 확신을 준다.
레이철처럼 페르난도 역시 자신의 이상적인 하루 운동 시간을 잘 알고 있으며, 개인 트레이너와 함께 운동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페르난도의 트레이너는 유연성이 중요하다고 믿으며, 매주 3번 운동을 하기만 한다면 운동하는 시점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트레이너는 ‘유연한 페르난도’에게 헬스장에 방문하는 시점을 다양하게 바꿔 보는 것이 상황에 적응하는 데는 물론 바쁜 와중에 운동 일정을 적절하게 잡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페르난도에게 한 달에 걸쳐 가능할 때마다 일주일에 3번 운동을 하면 지속적인 습관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준다.
존과 나는 미국 유명 대학의 심리학 교수 수십 명에게 어떤 가상 트레이너의 철학이 더 훌륭한지 물었다. 그들은 분명한 의견 일치를 보였다. 대다수는 엄격한 루틴을 기반으로 헬스장에 방문하는 것이 보다 지속적인 운동 습관으로 이어지리라 예상했다. 존과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그랬기에 이 예상이 틀렸다는 걸 알았을 때 깜짝 놀랐다.
우리의 예상에는 근거가 있었다. 많은 연구 결과가 지속적인 루틴이 장기적인 습관 형성에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연구에는 앞서 소개한 쥐와 비둘기를 대상으로 했던 B. F. 스키너의 실험도 포함된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규칙적인 루틴을 갖고 있을 때 꾸준하게 약을 복용할 가능성이 훨씬 더 컸고, 규칙적으로 헬스장에 가는 사람들 대다수가 하루 중 정해진 시간에 운동했다.
또한 습관적 행동에 대한 루틴의 중요성을 분명하게 보여 주는 팝콘 먹기에 관한 대단히 흥미로운 연구도 있다. 습관 전문가 웬디 우드Wendy Wood는 영화관에 가는 사람들을 모아서 일련의 단편영화를 보고 평가하게 했다. 이들은 웬디가 영화에 대한 취향을 연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에 영화관에서 팝콘 상자를 무료로 나눠줬을 때, 이를 그들의 시간과 의견을 공유해 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 정도로 여겼다.
그러나 사실 이 연구는 팝콘에 관한 것이었다. 피실험자들에게 나눠준 팝콘 상자의 일부에는 버터향이 나는 신선한 팝콘이 들어 있었다. 그러나 일부 피실험자의 팝콘 상자에는 바삭함과 버터향이 모두 사라진 지 오래된 팝콘이 들어 있었다. 당연하게도 사람들은 신선한 팝콘과 오래된 팝콘을 쉽게 구분했고, 오래된 팝콘은 역겨워했다. 평상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때 팝콘을 먹지 않던 사람들은 지극히 이성적으로 행동했다. 그들 중 맛없는 팝콘을 받은 이는 이를 먹지 않고 내버려 두었고, 운 좋게 신선한 팝콘을 받은 이는 기쁜 마음으로 이를 먹어 치웠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평상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때 ‘항상’ 팝콘을 먹었던 피실험자들의 경우, 해당 실험에서 그들이 받은 팝콘이 신선한 것이든 아니든 간에 상관없이 동일한 양의 팝콘을 먹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이성적인 판단이 아니라 본능과 습관에 따라 행동했다. 팝콘의 신선함과는 무관하게 그들은 똑같은 양을 먹었다. 그 이유는 그들이 자동조종장치에 따라 행동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영화관은 팝콘을 먹을 시간임을 알려 주는 신호였다. 그래서 그들은 아무 생각 없이 팝콘을 먹은 것이다.
습관을 자극하는 신호와 무의식적인 행동 사이의 이 같은 연결 고리를 분명하게 확인하기 위해, 웬디 연구팀은 똑같은 실험을 다른 환경에서 다시 실행했다. 이번에는 영화관이 아니라 연구실 안에서 피실험자들에게 뮤직비디오를 시청하게 했다. 결과가 어땠을까? 달랐다. 영화관에서 항상 팝콘을 먹던 사람들도 이번 실험에서는 팝콘을 먹지 않는 사람들과 똑같이 행동했다. 일반적이고 반복적인 방식으로 팝콘을 마주하지 않았기에, 그들의 자동조종장치는 일주일 동안 비닐봉지 안에 들어 있던 눅눅한 팝콘을 먹게 만들지 못했다.
웬디는 내게 이러한 결과에 전혀 놀라지 않았다고 했다. 그녀는 이미 연구를 통해 같은 환경에서(즉, 영화관에서) 일관적으로 행동을 반복하고 이에 대한 보상(즉, 맛있는 팝콘)을 받는 것은 결과적으로 우리가 더는 보상이 없어도 잘 훈련된 방식으로 비슷한 신호에 반응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영화관에서 맛없는 팝콘을 먹은 것이다). 웬디는 이렇게 설명했다. “그러한 신호는 다른 사람이나 물리적 환경, 혹은 하루 중 특정 시간이나 특정 행동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모든 신호는 마음속에서 반응과 연결됩니다.”
쥐를 대상으로 한 흥미로운 연구도 이러한 습관 모형과 관련해서 일관되는 증거를 보여 준다. 헤로인에 중독된 쥐는 익숙한 환경에서 그 약을 과잉 주입받을 때, 그리고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과잉 주입받을 때 서로 다르게 반응한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 헤로인을 과잉 주입받은 쥐의 치사율은 2배나 더 높았다. 그 이유는 뭘까? 일반적인 신호로 둘러싸여 있을 때, 쥐의 몸은 그 약물에 보다 습관적으로 반응한다(이미 만들어진 약물에 대한 내성이 그들을 보호한다). 반면 낯선 환경에서 쥐들의 몸은 약물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해 치명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다소 소름 끼치기는 하지만, 익숙한 환경이 어떻게 포유류가 익숙한 자극에 반응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 준다. 익숙한 환경 속에 있을 때 우리는 약물에 대해 보다 습관적으로 반응하고, 팝콘을 먹고, 약을 복용하고, 혹은 운동을 한다. 익숙함이 습관을 키운다.
이로써 존과 나는, 사람들이 소셜미디어 활용이나 수면, 운동, 약 복용, 학습 과제, 소방 활동, 양육과 관련해서 좋은 습관을 형성하기까지는 일관되고 안정적이며 익숙한 습관을 개발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를 갖추게 되었다. 그럼, 레이철과 페르난도의 사례로 돌아가 보자. 우리는 매번 같은 시간에 헬스장에 방문하도록 요구했던 규칙적인 레이철의 트레이너가 탄력성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했던 유연한 페르난도의 트레이너보다 지속적인 운동 습관을 구축하는 데 더 많은 도움을 주리라고 믿을 만한 충분한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구글은 직원이 지속적인 운동 습관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주는 아이디어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래서 구글의 사내 헬스장에서 우리의 이론을 시험해 볼 수 있게 허락했다. 우리는 미국 전역의 구글 오피스에서 일하는 2,500명 이상의 직원을 대상으로 삼았다. 한 달에 걸쳐 운동에 대한 보상을 조금씩 수정하면서 피실험자들이 얼마나 자주 헬스장에 방문하는지 확인했다. 또 그 이후로도 한 달간의 개입이 얼마나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약 40주 동안 세밀하게 확인했다. 운동 습관의 규칙성에 보상을 주는 것이 지속적인 변화의 핵심인지를 확인하고자 개발한 테스트였다.
실험은 다음처럼 진행되었다. 우리는 일부 직원에게 하루 중 똑같은 시간에 운동할 때 돈을 지급했다. 또 다른 일부 직원에게는 언제든 운동할 때 조금 더 적은 금액을 지급했다. 우리는 연구 설계를 기반으로 규칙적인 레이철처럼 행동하도록 무작위로 할당된 사람들(하루 중 똑같은 시간에 지속적으로 운동한 사람들)과 유연한 페르난도처럼 운동하게 한 사람들(레이철과 일주일에 똑같은 횟수만큼 운동하지만 그 시간은 탄력적이었던 사람들)을 비교했다.
데이터가 나왔을 때, 우리는 엄격하고 규칙적인 습관의 힘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보게 되리라 확신했다. 그러나 우리의 예상이 빗나간 것을 알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의 논리적 실수를 설명하기에 앞서, 잠시 해명하고자 한다. 우리의 예상이 ‘완전히’ 어긋난 것은 아니었다. 하루 중 똑같은 시간에 운동할 때 보상받은 직원들은 실제로 계획된 시간에 운동하는 ‘더 지속적인’ 습관을 형성했다. 운동 습관 형성을 위한 한 달 프로그램이 끝났을 때, 규칙적으로 운동할 때 보상받았던 직원들은 하고 싶을 때 운동해서 보상받았던 직원들보다 조금 더 자주 규칙적인 시간에 헬스장에 들렀다.
그러나 아주 놀라운 사실은 따로 있었다. 정해진 시간에 헬스장에 방문하게 했던 구글러(규칙적인 레이철)들은 오직 정확한 시간에 운동하는 습관이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의도치 않게 우리가 그들을 융통성 없는 로봇으로, 즉 규칙적인 레이철을 “엄격한 레이철”로 바꾸고 만 것이다. 규칙적인 시간에 헬스장에 갈 수 없게 되면, 엄격한 레이철들은 실험 기간은 물론 실험이 끝난 이후에도 헬스장에 가지 않았다. 반면 보다 유연한 일정으로 운동할 때 보상을 받았던 구글러들은 실험 기간과 실험이 끝난 이후에도 그들이 가장 편하다고 말한 시간뿐 아니라, ‘다른 시간’에도 더 많이 운동했다. 그들은 원래 계획이 어긋날 때에도 헬스장에 가는 방법을 아주 분명하게 배웠고, 이것이 전반적으로 ‘더욱 지속적인’ 운동 습관 형성에 기여했다.
이러한 결과는 처음엔 나뿐만 아니라, 많은 학자와 내가 이를 주제로 프레젠테이션을 했던 여러 기업 청중을 놀라게 했다(나는 세미나에서 사람들에게 결과를 예측해 보라고 했고, 대부분이 틀렸음을 알렸다). 하지만 나는 이것이 내가 지금껏 수행해 온 연구 중에서 대단히 중요한 성과였다고 생각한다.
물론 안정적인 루틴 개발이야말로 습관 형성의 열쇠다. 그러나 ‘가장 지속적인’ 습관을 형성하고자 한다면, 힘든 상황에 적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래서 삶이 우리에게 커브를 던질 때에도 유연하게 받아칠 수 있어야 한다. 지나친 엄격함은 좋은 습관의 적이다.
당신이 지금 일상에서 명상 습관을 들이기 위해 노력한다고 하자. 명상을 위한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를 정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가령 점심을 먹은 후 사무실에서 명상을 하기로 정한다. 지난 장에서 논의했던 것처럼, 계획 수립은 실행을 상기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그리고 습관에 관한 연구는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장소에서 반복적으로 명상하고, 이에 대해 스스로 보상함으로써 명상을 보다 자동적인 활동으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하지만 때로 점심 후에 사무실에서 명상을 하기 힘들 수도 있다. 외부에서 고객과 점심 미팅을 해야 할 수도 있고, 혹은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병원에 가야 할 수도 있다. 다만 내가 존과 함께 수행했던 연구 결과는 어떤 상황에 처하든 유연한 방식으로 명상하는 방법을 발견하고, 이에 대해 자신에게 보상을 한다면 명상 습관이 더욱 확고하게 자리 잡는다는 사실을 보여 줬다. 일상적인 습관 속에서 유연성을 강화할 때, 자동조종장치의 힘은 더욱 강력해진다. 그렇게 되면 이상적인 환경이 아니더라도 어떻게든 명상을 할 수 있게 된다. 보다 지속적인 강력한 습관을 구축할 수 있다는 말이다.
존과 함께한 연구 결과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할수록, 좋은 습관을 개발하는 데 유연성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내가 오래전부터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테니스 선수였던 십대 시절에, 나는 그러한 암묵적인 통찰을 일상적인 훈련에 적용했다. 테니스 코트에서 포핸드와 백핸드가 제2의 본성이 될 때까지 훈련하는 동안, 항상 똑같은 방식으로 스트로크를 연습한 건 아니었다. 물론 이상적인 상황(공이 내게 똑바로 날아오고, 내가 준비할 시간이 있을 때)에서 수많은 공을 때렸다. 그러나 동시에 다양한 상황에서, 즉 베이스라인 뒤에서, 뜬 공을 처리하기 위해 네트에서 뒤로 달려가면서, 짧은 공을 처리하기 위해 앞으로 달려가면서, 스트로크를 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처럼 다양한 상황에서 스트로크 훈련을 한 덕에, 나는 시합 중에 어떤 상황에서라도 편안하게 공을 때릴 수 있게 되었다. 그와 똑같은 교훈이 모든 습관에도 통한다. 이상적인 환경에서만 훈련한다면, 보다 유연하게 단련된 습관만큼 유용하거나 강력하지 못할 수 있다.
나는 좋은 습관을 정교하게 구축한다면, 내적인 게으름을 활용함으로써 행동에 긍정적인 변화를 줄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러나 자동조종장치를 기반으로 좋은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오직 한 가지 구체적인 방식으로만 훈련해서는 안 된다. 확실한 것은 어떤 환경에 있더라도 최고의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훈련할 때 가장 탄력적이고 강력한 습관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매일매일
우리 모두는 벤저민 프랭클린을 미국 건국의 아버지이자 철학자, 과학자, 저술가, 화가 그리고 연을 통해 번개가 전기임을 확인했던 인물로 알고 있다. 특히 내가 연구하고 있는 펜실베이니아 대학을 설립했다는 점에서, 한편으로 아주 박식한 행동과학자였다는 점에서, 나는 그를 존경한다(“서두르면 일을 망친다.” 혹은 “훌륭한 행동이 훌륭한 말보다 낫다” 같은 말에 누가 이의를 제기하겠는가).
그러나 프랭클린은 십대 후반 런던에서 몇 년을 방탕하게 보냈다. 그는 술집에 드나들며 유흥에 탐닉했다. 그런 생활을 청산한 것은 자신의 고향인 필라델피아로 돌아가는 여행에서였다. 당시 그가 탄 배가 반대 방향의 해류를 만나면서 몇 주의 여정이 두 달 넘게 길어졌고, 알려진 바에 따르면 그 기간 프랭클린은 자신의 인생을 바꾼 계획을 수립했다.
젊은 프랭클린이 새로운 시작을 결심하는 데 사색을 위한 여유 시간이 도움을 준 것은 분명하다. 그는 생산적이고 충만한 삶으로 이어지게 될 일련의 덕목을 개발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 올바른 행동을 습관으로 전환하기 위해, 프랭클린은 열세 가지 덕목(절제, 침묵, 정돈, 단호함, 절약, 근면, 성실, 정의, 온건, 청결, 차분함, 순결, 겸손)의 실천에서 성공과 실패를 추적하기 위한 도표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는 실패할 때는 검은 표시를 했고, 성공할 때는 아무 표시도 하지 않았다. 역사가 말해 주듯, 프랭클린은 결국 성공했다. 조심스럽긴 하지만, 아마도 그 과정에서 그가 만든 도표도 어느 정도 성공에 기여했을 것이다.
약 300년의 세월이 흘러, 코미디언 제리 사인펠드Jerry Seinfeld도 그와 비슷한 결심을 했다. 대부분의 평범한 농담 중에서 가장 좋은 하나를 만들어 내려면 많은 시도가 필요했다. 그래서 사인펠드는 매일 새로운 농담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프랭클린이 그랬던 것처럼 발전 상황을 도표로 그렸다. 사인펠드의 신조는 이런 것이었다. “좋은 흐름을 깨지 말자.”
벤 프랭클린과 제리 사인펠드는 여러 가지 이유로 흥미로운 연구 사례다. 첫째, 두 사람 모두 습관의 힘을 이해했고, 새로운 습관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행동을 계속 반복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둘째, 두 사람은 자신의 노력을 치밀하게 ‘추적’했다. 꾸준한 운동과 농담 만들기, 혹은 자신이 정한 덕목을 추적하는 것이 행동 변화의 가능성을 키운다는 건 연구로도 증명됐다. 특정 행동이 제2의 본성이 될 때까지 그 행동을 실천하는 것을 기억하게 돕기 때문이다. 성공했을 땐 축하하고, 실패했을 땐 자신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 역시 좋은 방법이다. 성공과 실패에 직면할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성공에 대해서는 자부심을, 실패에 대해서는 수치심을 느끼게 된다.
또한 벤저민 프랭클린과 제리 사인펠드는 루틴의 과정에서 잊어버리는 실수를 크게 걱정했다. 최근 연구 결과, 어떤 행동을 습관으로 만들고자 할 때 짧은 잊어버림 이상의 모든 실수(말하자면, 헬스장을 1번이 아니라 여러 번 가지 않는 것)가 대단히 치명적일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좋은 흐름을 깨지 말자는 사인펠드의 신조는 영리한 전략이다. 이는 ‘28일 피임 프로그램’ 뒤에 숨은 논리도 설명해 준다. 과학적으로 따지면, 피임약 복용은 28일 월경 주기 중 첫 21일에만 필요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피임 프로그램 안에는 21개의 호르몬 알약과 함께 7개의 설탕 알약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피임 프로그램을 따르는 사람들이 실제로 약이 필요 없는 일주일 동안에도 피임약을 복용하는 습관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더 나은 피임은 단 1번만 복용하는 방식이 되겠지만(대상포진 백신처럼, 그러나 되돌릴 수 있는), 차선책은 매일 복용하는 것이다.
이번 장에서 당신이 꼭 기억하길 바라는 중요한 교훈은 바로 이것이다. 인간의 내재적 게으름에서 비롯되는 모든 문제에 대한 이상적인 해결책은 단일 복용 해결책, 즉 디폴트다. 당신이 설정하고 잊어버리기를 할 수 있다면 모든 변화를 대단히 쉽게 이뤄 낼 수 있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가 일회성 해결책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게으름이 불리하게 작용하고 디폴트를 통해 지속적인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없을 때(우리를 괴롭히는 것을 치료하기 위한 일회성 백신이 없을 때), 차선책은 습관을 개발하는 것이다. 습관을 개발한다는 말은 반복이나 훈련을 기반으로 각각의 성공에 스스로 보상해 줌으로써 익숙한 신호에 지속적인 반응을 이끌어 낸다는 의미다.
새롭게 알려진 흥미로운 연구 결과도 있다. 규칙적으로 시작하기를 원하는 것(팔굽혀펴기나 과일 먹기 같은)을 이미 습관적으로 하고 있는 것(모닝커피를 마시거나 출근하기 같은)과 연결함으로써 새로운 습관을 오래된 습관 위에 얹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소규모로 진행되긴 했으나 큰 가능성을 보여 주는 최근의 한 연구에서, 치간칫솔을 사용하는 습관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은 양치 이전이 아니라 양치 ‘이후’에 치간 칫솔을 사용하게 할 때, 더욱 성공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신호의 위력을 고려하면, 칫솔을 칫솔꽂이에 도로 집어넣는 행동이 치간 칫솔을 사용하도록 자극하는 신호로 작용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다. 새로운 습관이 오래된 습관 위에 올라탄 것이다.
나는 이 전략을 몸소 체험했다. 출산 이후 너무 정신이 없어서 헬스장에 갈 여유조차 없었을 때, 나는 새로운 운동 습관을 개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미 잘 구축되어 있던 아침 샤워 루틴 위에 7분짜리 운동을 얹었다. 덕분에 나는 거의 하루도 빼먹지 않고 운동을 할 수 있었다.
습관으로 전환하고 싶은 새로운 행동을 이미 삶에 존재하는 다른 습관과 연결함으로써, 우리는 습관 형성에 중요한 초기 단계에서 한결 쉽게 그것을 실행할 수 있다. 성과를 추적하고 성공할 때 자신에게 보상해 주면, 흐름을 그대로 유지하는 한편 루틴에 탄력성을 더함으로써 과정에서 만나는 모든 장애물을 극복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러한 통찰력을 얻었다면, 우리는 게으름을 거꾸로 뒤집을 수 있다. 변화를 추구할 때 발목을 잡아끄는 최소 저항의 길은 오히려 우리의 자산이 될 수 있다.
요약
- 게으름, 혹은 최소 저항의 길을 따르려는 인간의 성향은 변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
- 디폴트는 우리가 다른 선택지를 적극적으로 고르지 않을 때 얻게 되는 결과를 뜻한다(가령 새로 산 컴퓨터의 기본 설정).
- 디폴트를 현명하게 선택하면(가령 브라우저 홈페이지를 페이스북 대신 업무용 이메일 페이지로 설정하는 것처럼), 우리는 게으름을 변화(가령 소셜미디어에 쏟는 시간을 줄이는 일처럼)를 촉진하는 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다.
- 습관은 행동에서 디폴트 설정과 같다. 습관은 좋은 행동이 자동조종장치에 따라 일어나게 만든다. 익숙한 환경에서 특정 행동을 더 많이 반복하고 더 많이 보상(칭찬이나 안심, 즐거움, 혹은 현금)받을 때, 우리의 반응은 이러한 환경에서 더욱 습관적으로 자동화된다.
- 지나친 엄격함은 좋은 습관의 적이다. 루틴 속에서 탄력성을 허용함으로써 우리는 자동조종장치를 유연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럴 때, 우리는 이상적이지 않은 환경에서도 지속적으로 반응하게 되며, 전체적으로 보다 ‘지속적’이고 강력한 습관을 형성하게 된다.
- 자신의 행동을 추적함으로써 습관 형성을 강화할 수 있다. 이는 실행을 잊어버리지 않게 만들고, 성공에 대해 축하하고 실패에 대해 자신에게 책임을 갖게 만든다.
- 좋은 흐름을 깨지 말자. 습관을 행동으로 만들고자 할 때 짧은 잊어버림 이상의 모든 실수는 새로운 습관의 형성을 방해하거나 기존 습관을 망가뜨린다.
- 새로운 습관을 기존 습관 위에 얹음으로써 습관을 형성할 수 있다. 규칙적으로 시작하려는 행동을 이미 습관적으로 하고 있는 행동과 연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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